의원 세비 10% 삭감안 흐지부지

  • 입력 2008년 12월 13일 02시 58분


민주 정세균대표 제안… 여야 기싸움에 뒷전 밀려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제안한 국회의원 세비 10% 삭감안이 국회 예산심사에서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채 흐지부지될 것으로 보인다.

정 대표는 7일 기자간담회에서 “국회도 고통을 분담하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결단을 해야 한다”며 내년도 세비 10% 반납을 제안했고 민주당은 이후 세비 삭감안을 마련해 예산심사에 임했다.

여야 합의로 삭감안이 받아들여질 경우 내년 국회의원 세비 총액 269억 여 원 중 10%인 27억여 원을 일자리 창출, 비정규직 보호 등 사회안전망 확충에 사용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세비 삭감안은 4대 강 정비사업, 속칭 ‘형님예산’ 삭감 등 여야의 예산안 싸움에 묻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는 물론 계수조정소위에서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민주당 원내대표실 관계자는 12일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삭감, 국회의장의 감세법안 직권상정 논란, 민주노동당의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실 점거 등의 공방으로 세비 삭감안은 뒷전으로 밀렸다”고 말했다.

민주당에 이슈를 선점당한 한나라당은 세비 삭감안에 떨떠름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취지는 좋지만 금융위기 속에서도 예산안 처리를 자꾸 늦추려고만 하는 무책임한 민주당이 세비 삭감을 논의하자는 게 진정성이 안 느껴진다”면서 “정치적인 이벤트에 불과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은 세비 삭감안이 폐기될 경우 독자적으로 의원 세비 10% 반납 운동을 벌이기로 하는 등 한나라당을 압박했다.

강기정 대표비서실장은 “전 국민이 구조조정, 월급 동결 및 삭감을 당하고 있는 판에 국회의원만 나 몰라라 할 수는 없다. 무조건 ‘쇼’로만 보는 한나라당의 태도가 안타깝다”며 “국회의원이 다 같이 참여하면 좋겠지만 한나라당이 부정적인 만큼 민주당이라도 먼저 시작하겠다는 게 정 대표의 뜻”이라고 말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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