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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1월 29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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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vs 여 친박근혜계 지방의원들 강력 반발
여 vs 야 민주-선진 “지방무시 좌시 않겠다”
당 vs 청 청와대, 반대의원 다독거리기 고심
한나라당의 수도권 의원들이 수도권 규제 자체를 아예 없애는 ‘수도권 정비계획법 폐지 법안’을 내면 정치권에서 큰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규제 완화 문제는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수도권 의원과 지방 의원’, ‘수도권 단체장과 지방자치단체장’, ‘친(親)이명박계와 친박근혜계’ 등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폭발성이 강한 이슈다.
여권 수뇌부는 이 문제가 공론화되는 것 자체를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무엇보다 수도권 규제 문제는 한쪽 편만 들기 어려운 ‘뜨거운 감자’다. 더욱이 한나라당이 각종 법안 처리를 위해 ‘우군’으로 끌어들여야 하는 자유선진당도 반대가 당론이다.
10월 말 대통령직속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가 수도권 규제 완화 방안을 발표하자 당내에선 영남의 친박계 의원들과 수도권을 제외한 자치단체장들이 거세게 들고일어났다.
상황이 심상치 않자 한나라당은 이달 10일 16개 시도지사 공청회를 열었다. 또 청와대는 맹형규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과 박재완 대통령국정기획수석비서관이 14일 규제 완화에 반대하는 의원들과 조찬 모임을 갖기도 했다. 박희태 대표가 28일 원외당협위원장 회의를 열고 박 수석이 다음 주부터 권역별 당협위원장들과 간담회를 갖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따라서 이번에 법안이 제출되면 한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여당 내 지역 간, 여야 간, 당청 간 갈등이 다시 불거질 수밖에 없다.
수도권 의원들은 “정부가 발표한 규제 완화 방안은 알맹이가 빠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2010년 지방선거 승패는 수도권이 분수령”이라며 규제 폐지의 당위성을 강조한다. 한나라당의 서울 경기 인천 출신 의원은 84명이다.
반면 수도권 규제 완화에 반대하고 있는 송광호 최고위원은 “수도권당 하나 만들고 지방당 하나 만들자는 것이냐. 지역도 중요하지만 나라 전체를 봐야 한다”며 규제 폐지 법안에 정면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내달 초 지방발전 방안을 발표키로 하고 막판 작업을 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수도권 의원들의 뜻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규제 완화는 지방 대책과 병행해 단계적으로 해나가는 게 맞다”고 말했다.
자유선진당 수도권규제철폐저지 특별위원회는 28일 회의를 열고 다음 달 1∼19일 ‘수도권 규제 철폐 저지를 위한 전국 순회 캠페인’이라는 이름으로 가두 홍보 집회를 갖는다. 최근 수도권 규제 철폐 반대 장외 집회를 갖고 있는 민주당은 “지방을 무시하는 여당 수도권 의원들의 편 가르기 정책을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 수도권정비법 대체법안 내용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이 수도권정비계획법의 대체법안으로 마련한 ‘수도권의 계획과 관리에 관한 법’(가칭)은 현재 사실상 중앙정부가 독점하고 있는 수도권 개발 및 관리에 대한 권한을 광역지방자치단체에 대폭 이양하도록 했다.
법안이 통과되면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의 광역자치단체는 중앙정부와 공동으로 ‘수도권 기본계획’을 세울 수 있게 돼 그동안 개발이 불가능했던 지역도 적극 개발할 수 있게 된다. 또 국가 안보와 환경 보호 등의 이유로 규제를 받는 낙후된 군(郡)지역의 경우 수도권에서 제외돼 이중 규제를 피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현재 과밀지역, 성장지역, 자연보전지역 등 3단계로 차등 규제를 받는 수도권 규제 권역을 과밀억제권역과 성장관리권역 등 2단계로 단순화하고 성장 또는 부양 정책이 필요한 낙후된 지역은 정비발전지구 혹은 산업집적육성지구로 지정해 집중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