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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0월 23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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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발표전에 관련부서와 조율
“담당분야 명확히 구분” 주문도
20명의 경제 전문가 가운데 14명이 경제 수장 3인의 업무 협조가 ‘잘 이뤄지지 않는 편’이라고 답했다. ‘보통’은 5명, ‘잘된다’는 1명에 불과했다.
이들은 강 장관, 이 총재, 전 위원장이 같은 방향의 목소리를 내야 국내외 금융시장에서 신뢰를 얻을 수 있고 정책 효과도 극대화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들 중 3명은 유기적인 관계를 만들기 위해 경제부총리제를 부활시켜야 한다고 응답했다. 한 응답자는 “위기 시에는 가장 중요한 목표를 향해 힘을 합치는 것이 필요하므로 리더십에 대한 법적 권한을 부여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강 장관이 회동을 정례화하는 것도 대안으로 제시됐다. 직책을 새로 부여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는 것. 이 방식을 제안한 응답자는 “외환위기 직후에도 이 같은 회동이 정례화된 바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전문가들은 강 장관, 이 총재, 전 위원장 등 3인이 상시적인 회의체를 운영하거나 합동 기자회견 등의 형식으로 서로 협력하는 모습을 자주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강 장관에게는 “시장과 대립하지 말고 시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라”는 충고가 많았다.
구시대적이고 독불장군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나야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를 위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다른 부처와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한 응답자는 “정당한 소신이라도 매번 대립세력을 만들면 불필요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사안의 경중을 따져 나설 때와 물러설 때를 가리고 정책 추진의 시기와 수위를 조절하는 정치력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 총재에게는 그동안의 소극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금융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서라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한 응답자는 “자신을 임명한 전 정권에 대한 부채의식에서 벗어나 현 정권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 위원장에게는 유약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강력한 리더십으로 금융위기에 적극 대처해 달라는 주문이 많았다. 응답자들은 “가끔 카리스마 있는 모습으로 상황을 장악하는 것도 필요하다” “금산분리에 대한 공격에 맞서 규제완화에 관해 확실한 철학과 각오를 갖고 이를 보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한 응답자는 “금융위기 상황을 국민에게 쉽게 풀어 설명해 불신이 번지는 것을 막는 것도 금융위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경제 수장 모두에게 유기적인 협조관계를 주문했다. 구체적으로는 △정책을 발표하기 전에 관련 부서와 사전 조율을 거치고 △담당 분야를 명확히 구분해 자신의 분야가 아닌 사항에 대해서는 언급을 자제해야 하며 △경제 정책의 기초 철학에 대해 경제 수장들 간에 의견을 교환해야 한다는 등의 권고였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