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직원들 ‘직불금 감사’ 자성의 글

  • 입력 2008년 10월 21일 02시 59분


“감사 잘하고도 공개 안해

국민의 신뢰 땅에 떨어져

직언할 용기는 왜 없었나”

“어쩌다 감사원이 이 지경까지 이르렀는가.”

감사원 내부 전산망에 20일 이 같은 제목의 글이 올랐다.

6급 이하 감사원 직원들로 구성된 ‘감사원 실무자협의회’가 지난해 감사원의 쌀 소득 보전 직불제 감사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협의회는 “누구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던 쌀 소득 보전 직불금 제도의 문제점을 밝혀낸 이번 감사는 ‘역시 감사원’이란 국민의 칭송을 받아야 마땅한 감사였지만 감사결과가 공개되지 않는 등 투명하지 못한 감사 처리로 이제는 감사원이 사실을 은폐하려 한다는 국민적 비난과 질타에 직면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협의회는 또 “새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실시된 공기업에 대한 대대적 감사, KBS 감사 등 감사원이 취한 일련의 행보에 ‘죽은 권력에는 강하고 산 권력에는 약한 감사원’, ‘영혼 없는 감사원’이란 세간의 비판이 쏟아졌다. 그때마다 변명으로 상황을 모면하려 했지만 이미 감사원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협의회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과거 잘못된 부분에 대해 국민에게 용서를 구하고 감사원의 중립성, 독립성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천명하고 감사원 내 과감한 인적 쇄신이 있어야 한다”며 “개인의 입신양명을 위해 권력에 줄을 대거나 조직 발전을 저해하는 사람들에 대해 뼈를 깎는 심정의 과감한 인적 쇄신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협의회는 “과거 조선시대 삼사(三司)의 선비들은 목숨을 걸고 왕에게 직언을 서슴지 않았다”며 “우리가 국민의 편에서 때로는 대통령과 권력에 맞서는 한이 있더라도 소신껏 제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면 감사원의 미래도 없을 것”이라는 말로 글을 맺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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