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금융기관이 기업살리기 나서야”

  • 입력 2008년 10월 14일 03시 00분


■ 李대통령, 어제 첫 라디오 대국민 연설

“비 올땐 우산 뺏지 않는게 당연”

“어려움 극복하는데 신뢰가 가장 중요해”

부친 실직경험 언급… 국민에 감성적 호소

이명박(사진) 대통령이 13일 처음으로 라디오연설을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안녕하십니까. 대통령입니다’라는 제목으로 KBS 등 8개 라디오 채널을 통해 8분 30초 동안 방송된 연설을 “요즘 참 힘드시죠”라는 말로 시작했다.

그는 “저 역시 마음이 편치 않다.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 또 무슨 우울한 소식이 없는가 걱정이 앞선다”라며 금융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반 국민과 같은 심경임을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저의 아버지는 한때 조그만 회사의 수위로 일한 적이 있다”며 “아버지는 늘 ‘회사가 넘어가면 안 되는데…’라면서 걱정을 했다. 결국 회사는 문을 닫고 아버지가 실직하는 바람에 안 그래도 어렵던 살림살이가 더욱 쪼그라들고 말았다”는 말로 실직가정의 어려움에 공감을 표시했다.

이 대통령은 원고 작성 단계에서 아버지 관련 대목을 넣자고 제안했지만, 정작 녹음일(12일)에는 빼자고 하다가 참모들의 설득을 받아들여 이 대목을 살렸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또 “비가 올 때는 우산을 빼앗지 말아야 한다. 조금만 도와주면 살릴 수 있는 기업은 금융기관이 적극 나서줘야 한다”며 “정부부터 신중하게 대처하고 국민께 사실 그대로 모든 것을 투명하게 알리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에게는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했던 경험과 자신감이 있다”며 “각자 눈앞의 이익을 좇다 허둥대면 우리 모두가 패배자가 될 수 있다. 지금은 길게 보고, 크게 보고, 행동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신뢰야말로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가장 중요한 요건”이라며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지름길은 기업과 금융기관 정치권 그리고 소비자인 국민 모두가 서로 믿고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연설 원고를 수차례 직접 고쳤다고 한다. 초안에는 도입부에 “안녕하시지 못하다는 얘기 들었습니다”라는 문장이 있었으나 이 대통령이 “처음부터 무슨 부정적 반어법을 쓰느냐”며 삭제했다고 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연설 직후 “아날로그화법으로 정보기술(IT) 시대의 감성을 어루만졌다”고 자평했다.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도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 마음에 와 닿는 연설이었다”고 긍정 평가했다. 반면 민주당 김유정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시장과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강만수 경제팀의 경질과 경제정책의 쇄신이 담보돼야 한다”면서 “현 경제위기에 대한 정부의 반성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 영상취재 :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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