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개월 비판적 국민평가와 제 평가 다르지 않아”

  • 입력 2008년 9월 10일 03시 02분


이명박 대통령이 9일 저녁 TV를 통해 전국에 생방송된 ‘대통령과의 대화-질문있습니다’에서 패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이명박 대통령이 9일 저녁 TV를 통해 전국에 생방송된 ‘대통령과의 대화-질문있습니다’에서 패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이명박 대통령은 9일 오후 10시부터 11시 40분까지 100분 동안 TV를 통해 생방송으로 국민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대통령과의 대화-질문 있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이날 대화는 2월 25일 대통령 취임 후 처음이다.

이날 대화는 이 대통령의 모두(冒頭) 발언에 이어 △분야별 현장 패널의 질문과 답변 △누리꾼 질문 및 전국 각지 국민의 영상 질문과 답변 △마무리 발언의 순으로 진행됐다.

집권 초 국정지지율 추락을 비롯해 쇠고기 파문, 독도영유권 문제, 사교육비 문제, 대학 등록금, 공기업 선진화, 이산가족 상봉, 9월 경제위기설, 부동산 대책, 세제 개편안, 비정규직 문제, 녹색성장론 등 주요 국정 현안에 관해 문답이 오갔다.

■경제 분야

“물가 얘기하면 가슴 답답… 상승 억제 최우선 노력

전기-가스료 추석 지나면 소폭 올리는 쪽으로 조정

집 필요한 곳에 더 지어야… 가격 더 떨어져도 돼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기업 세제상 혜택

감세, 예산 절감으로 가능… 포퓰리즘 정책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9일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전체 시간의 절반을 경제 문제에 할애했다. 이 대통령은 9월 위기설과 부동산 문제, 경기부양책 등 핵심 경제 현안에 대한 생각을 비교적 소상하게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 6개월 평가에 대해 “(비판적으로 보는) 국민의 평가와 내 평가가 별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경제위기 논란에 대해선 “제2의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와 같은 사태는 없다”고 단정하는 등 ‘MB노믹스’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 9월 위기설

이 대통령은 우선 만기도래 외채의 집중적인 상환 우려 등으로 불거진 9월 위기설과 관련해 “결론적으로 말하면 (제2의) IMF 위기 같은 것을 맞아서 경제 파탄이 나는 일은 절대 없다”면서 “상황 자체가 그때(1997년)와 완전히 다르다”고 일축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최근까지 스스로 ‘경제위기’를 거론한 것이 위기론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는 질문에 “전 세계가 어렵고, 어려울 때 경제 주체와 공직자에게 위기감과 긴장감을 주겠다는 뜻으로 그런 말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고환율 정책 등 정책 실패에도 계속 장관직을 유지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고환율 정책으로 물가가 올라갔다고 하지만 사실과 맞지 않다. 지금은 정부가 환율을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게 아니다”며 현 경제팀을 유지할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과거에는 경제 장관들이 1년도 못 채우고 바뀐 예가 많은데 문제가 생긴다고 바꾸면 상책이냐는 문제를 제기해 본다”고 말했다.

○ 물가, 공기업 선진화

이 대통령은 최근 물가 상승 문제에 대해 “정말 물가를 이야기하면 가슴이 답답하다. 물가를 정부 정책의 최고로 생각하고 상승 억제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전기와 가스요금은 서민경제에 부담을 안 주려고 값을 올리지 않았고 기름값이 15∼20% 올랐지만 억제하고 있었다”며 “추석이 지나면 (올리는 방향으로) 조정하겠지만 지금 말한 대로 15∼20% 올릴 생각은 없다”고 설명했다.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는 없지만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사용하는 기업에는 세제혜택을 주는 등 비정규직 비율을 낮추는 정책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공기업 선진화와 관련해 “1년에 23조 원이라는 예산이 투입되는 공기업이 방만경영 대신 대국민 서비스를 잘하고 (생산하는 제품과 서비스의) 가격을 낮추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한국전력공사나 한국가스공사 등에 국제 경험이 있는 최고경영자(CEO)를 사장으로 데려다 놓으면 그 경험으로 (수동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원자력 발전에 참여한다거나 가스광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부동산 정책

이 대통령은 “과거 정부에서는 집이 필요한 수도권, 대도시보다 전국에 골고루, 수요가 없는데 지어진 곳도 많았다”며 “필요한 곳에 지어야 하는 정책을 써야 한다. 도심 재개발, 재건축을 활성화하려 한다”고 기존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어 그는 “주택가격 안정 측면도 있고 일용 노동자의 일자리가 없는데 밑바닥 경제를 올린다는 두 가지 목적이 있다”면서도 “(재개발 재건축 지역에는) 분양도 있지만 임대주택도 지어서 임대도 들어올 수 있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집값이 여전히 비싸다는 지적에 대해 “그동안 한국의 주택가격이 너무 높다는 것을 인정한다. 더 떨어져도 된다”며 “국토해양부 산하 대한주택공사나 (SH건설 등) 지방자치단체 산하기관에서 서민용 주택 등 국민주택 규모의 집을 짓고 필요하다면 다소 그린벨트를 해제해 주택을 훨씬 싼 가격으로 공급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 감세 정책

이 대통령은 정부 여당이 추진 중인 대대적인 감세 정책과 관련해 “감세는 포퓰리즘이 아니다. 포퓰리즘이면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세율은 낮추고 세원을 포착해 더 거두고 예산을 10%를 절감하면 1년에 11조 원 정도 감세를 해도 충분하다”며 “감세는 장기 효과뿐 아니라 단기 효과도 있다. 이것은 반드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감세 정책이 대기업을 지원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기업에 대한 감세는 내년으로 미뤘지만 중소기업은 이번에 세금을 줄였고 영세상인에 대한 감세조치도 했다. 실제로 규제 완화 외에 대기업을 위한 정책은 없다”고 말했다.

저탄소 녹색성장으로의 경제 패러다임 전환에 대해서는 “용어가 생소한 것 같지만 선진국에서는 이미 그 방향으로 가고 있으며 기업도 이미 그렇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사회 교육 분야

“과외 안받고 국제중-특목고 진학하게 할 것

선진국가 되려면 준법과 법치가 가장 기본

보복적 차원의 표적사정은 있을 수 없는 일”

이명박 대통령은 “정상적으로 중학교를 졸업하면 (특수목적고 등에) 시험도 치지 않고 그냥 들어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새 정부가 추진하는 고교 다양화 정책이 오히려 사교육비 부담을 늘어나게 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우리나라 교육이 한계에 온 것 같다. 세계에서 사교육비를 가장 많이 쓰는 나라다. 정상이 아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특목고, 자립형사립고를 몇 개만 만들었기 때문에 (들어가기 위해) 과외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며 “지방에 골고루 많이 만들어 과외를 하지 않고도 국제중학교나 정부가 추진하는 여러 개의 특목고에 진학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또 ‘대학교 등록금이 비싸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한 대학생의 질문에 대해 “정부는 국민기초생활수급자 자녀에게 대학등록금 전액을 장학금으로 지급하고 있다”면서 “차상위 계층 대학생에게는 무이자로, 그 다음 계층에게는 4%의 낮은 이자율로 등록금을 대출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반값 등록금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엔 “(반값 등록금 정책은) 당장은 고금리에서 자유로울 수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금리를 모두 부담해야 한다”며 “그런 정책에 대해 논란이 많은데 장학금을 확대하는 제도가 맞다고 본다”고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 대통령은 또 “중앙 정부의 예산을 10% 줄이는 작업을 내년에 한다. (남는) 예산을 갖고 대학생 장학금을 더 늘리는 작업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전문대 취업률이 더 높은데 정부 지원은 4년제 대학 중심’이라는 지적에 대해 “기능직 근로자는 100만 명 모자라 외국인이 들어오고, 대학 졸업한 고급 인력은 100만 명이 일자리가 없다”며 “정부는 마이스터고(장인학교)를 만들어 졸업하면 바로 기업에 들어가고, 기업에서 일하다가 2년제, 4년제 대학에 들어가는 평생학습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촛불집회 과정에서 불거진 법치확립 문제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앞으로 법을 어기거나 폭력적인 것, 불법적인 것은 법에 의해 강력히 처리될 것”이라며 “선진일류국가가 되겠다고 하면 가장 기본적인 것이 준법과 법치”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문화적 평화적 준법적으로 하는 것은 보호받아야 한다”면서 “촛불집회 때 시간이 지나면서 일반 시민들은 물러가고 나중에 남은 몇 분은 불법, 폭력적으로 나갔다”고 지적했다.

그는 표적사정설과 관련해 “중립적 입장을 떠나 보복적 차원에서 하는 것은 있을 수 없고 상상도 못하며 그런 공권력을 용납하지 못한다”면서 “공권력은 길에서 짓밟히는 것을 중립 차원에서 바로잡는 것이지 보복적 측면에서 하는 것은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 대통령은 “선진일류국가를 만들겠다는 목적 외에는 없으며 그 일을 하려면 법이 지켜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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