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주 구하기’ 거리로 나간 민주당

  • 입력 2008년 7월 26일 02시 54분


“반갑습니다” 천정배 의원(가운데) 등 민주당 언론정악저지대책위원회 위원들이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를 방문해 정연주 사장(오른쪽)과의 면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김미옥 기자
“반갑습니다” 천정배 의원(가운데) 등 민주당 언론정악저지대책위원회 위원들이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를 방문해 정연주 사장(오른쪽)과의 면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김미옥 기자
“검찰수사는 언론장악 음모” 아고라 회원들과 KBS앞 촛불집회

검찰 저작권 침해 나우콤사장 구속 놓고 “권력 시녀” 주장

전문가 “인터넷 정책-PD수첩 오역 논란, 언론장악과 무관”

‘정부의 언론장악 음모 저지’를 내건 민주당의 장외투쟁이 최소한의 사실 구분도 없이 정치공세에만 치중한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민주당은 25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방송장악·네티즌 탄압 저지 범국민행동’이 주최하고 당이 주관하는 ‘이명박 정부 언론장악 규탄 촛불문화제’를 열고 “MBC ‘PD수첩’, KBS 정연주 사장, 네티즌에 대한 검찰 수사는 언론을 장악하려는 정권의 음모”라고 주장했다.

이 촛불집회에는 정세균 대표, 박병석 정책위의장 등 당 지도부와 소속 의원, 당직자 및 포털사이트 다음의 ‘아고라’ 논객 및 관련 시민단체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정 대표는 이날 오전 확대간부회의에서도 “이 대통령이 정보 전염병 이야기를 하니 법무부 장관이 사이버 모욕죄를 들고 나왔다. 검찰이 나우콤 사장을 구속하고, PD수첩과 KBS 정연주 사장을 수사하는 등 권력의 시녀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민주당 언론장악음모저지위원회 소속 천정배, 이미경 의원 등은 이날 오후 KBS 유재천 이사장과 정연주 사장을 잇달아 면담했다.

이들은 정 사장을 면담한 자리에서 ‘정권 차원의 사퇴 압력이 있었느냐’고 물었으며, 정 사장은 “개인적 압력은 아니고 청와대, 한나라당 등으로부터 공개적인 압력을 받았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 같은 민주당의 ‘언론장악 음모’ 투쟁은 문제와 비리를 구분하지 않은 일방적인 정치공세라는 지적이 많다.

나우콤 문용식 사장이 구속된 이유는 영화 파일을 불법 유통한 혐의(저작권법 위반)다.

일부 누리꾼 사이에서는 나우콤이 촛불집회를 인터넷으로 생중계한 인터넷 사이트 ‘아프리카’를 운영했기 때문에 표적수사 대상이 된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지만, 문 사장에 대한 검찰수사는 촛불집회가 열리기 전인 3월 ‘불법복제 방지를 위한 영화인협의회’ 고소로 시작됐다.

민주당의 ‘정연주 사장 구하기’도 정 사장의 잘못은 덮어둔 채 일방적으로 ‘정부의 언론 장악’으로 포장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 사장은 2005년 KBS가 서울지방국세청 등을 상대로 제기한 법인세 등 부과취소 청구소송을 돌연 취소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정 사장은 당시 소송을 끝까지 진행했다면 국가로부터 3431억 원의 세금을 환급받을 수 있었으나 조정절차를 제안하는 바람에 556억 원만 돌려받아 회사에 2875억 원의 손해를 끼쳤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따라서 ‘정 사장 사퇴 불응=검찰 수사’로 도식화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PD수첩에 대한 검찰 수사도 ‘언론 탄압’이라고 단정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회의적 평가가 적지 않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한 위원은 “중징계 결정 당시 광우병 부분에 대해 (PD수첩의) 일관적이고 지속적인 오역이 계속됐다고 판단했다”며 “이는 의도성이 없으면 하기 힘든 일이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일으킨 보도가 만약 의도성을 가지고 왜곡됐다면 당연히 조사를 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 아니냐”면서 “이 문제를 언론장악으로 몰고 가는 것은 무리한 해석”이라고 덧붙였다.

황근 선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지금 민주당과 같은 관점이라면 지난 정권도 (신문법, 언론중재법, 기자실 폐쇄 등을 통해) 철저하게 언론장악을 한 셈이 된다”면서 “야당이 정치 쟁점화하기 좋은 사안을 묶어 언론장악 음모라고 말하지만 인터넷 정책, PD수첩 오역 논란 등은 이와 무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김미옥기자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김미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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