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사업에 또 악재…” 충격의 현대아산

  • 입력 2008년 7월 14일 02시 56분


각계 인사 조문 잇따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된 고 박왕자 씨의 빈소. 12일 한승수 국무총리,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이 조문한 데 이어 13일엔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 김성만 현대상선 사장 등 많은 정관계 재계 인사들이 빈소를 찾아 유족을 위로했다. 홍진환 기자
각계 인사 조문 잇따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된 고 박왕자 씨의 빈소. 12일 한승수 국무총리,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이 조문한 데 이어 13일엔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 김성만 현대상선 사장 등 많은 정관계 재계 인사들이 빈소를 찾아 유족을 위로했다. 홍진환 기자
예정된 백두산 관광사업 등 타격 불가피 예상

윤만준 사장 오늘 귀환… 北반응 알수 있을듯

현대아산은 금강산관광특구 내에서 북측의 군사경계지역을 침범했다는 이유로 북한군의 총격을 받고 박왕자(53) 씨가 숨진 사건과 관련해 “진상조사 결과 북한 측의 과실이나 과잉대응이 확인되면 북측에 보상 문제를 강하게 요구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아산의 핵심 관계자는 13일 “이번 사건 해결의 최우선 과제는 철저한 진상조사이지만 조사 결과 북측 대응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 밝혀지면 보상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의 다른 관계자도 사견임을 전제로 “이번 사건이 (북한 군인이) 박 씨의 접근을 제때 인식 못해 발생한 일이라면 북측에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아산은 보상 문제와 관련해 △현대아산이 책임질 부분은 분명히 책임지되 △북측의 과실 등이 확인되면 그에 따른 보상을 요구하고 △북측이 이에 응하지 않는다면 현대아산이 북측에 제공하는 관광 대가에서 그 액수만큼 빼는 ‘구상권’을 행사한다는 3단계 방침을 내부적으로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12일 오후 4시경 금강산에 도착한 윤만준 현대아산 사장은 방북 이틀째인 13일에도 북측 관계자와 만나 경위 파악과 대책 마련을 논의했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윤 사장이 일단 14일경 귀환할 예정인 것으로 안다”며 “윤 사장을 통해 북측의 1차 반응을 파악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12일 오후 1시경 서울 송파구 풍납2동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된 박왕자 씨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유족들에게 매우 죄송하게 생각한다.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 국민 여러분께도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현대그룹은 올해 백두산 직항로 관광과 금강산 비로봉 관광 계획까지 세우며 대북사업 진척에 큰 기대를 걸었으나 이번 사건으로 금강산관광 사업 자체가 큰 타격을 입게 됐다. 그 여파가 개성공단 관광에까지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건이 발생한 11일 현재 금강산에 머물러 있던 관광객 1362명은 12, 13일 이틀에 걸쳐 전원 귀환해 13일 오후 3시 25분 기준으로 금강산 체류 관광객은 1명도 없게 됐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정부-현대아산측 진상조사 없었다”

지난해 금강산 관광객 한 명이 이번 총격 사건 발생 장소와 동일한 곳에서 북한군에 억류됐지만 정부와 현대아산 측이 아무런 진상조사도 벌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도시빈민사회복지선교회 김홍술(52) 목사는 13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6월 4일 2박3일 일정으로 금강산에서 열린 ‘남북공동 기도회’에 참가했다가 봉변을 당했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관광 첫날 오후 10시 바람을 쐬러 비치호텔을 나와 해변에서 30m가량 떨어진 나무데크 위를 걸었다. 네온사인이 꺼져 사방이 어두운 상황에서 50분쯤 걸었을 때, 김 목사는 총구를 겨눈 채 자신에게 다가오는 북한군 초병 2명을 발견했다. 이번에 박왕자 씨가 총격을 당했다고 북한 측이 발표한 북측 군사통제구역의 기생바위 근처였다.

김 목사는 순간 손을 머리 위로 올린 채 “나는 남한에서 온 목사”라고 외쳤고, 북한군은 20분간 실랑이 끝에 그의 명함을 확인하고 풀어줬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 영상취재 : 신세기 동아닷컴 기자
▲ 영상취재 : 이진아 동아닷컴 인턴기자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김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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