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총리 “정부 믿어달라”…대학생들 “믿게 해달라”

  • 입력 2008년 6월 7일 02시 57분


한자리 모인 여야 대표한나라당 강재섭 대표, 통합민주당 손학규 박상천 공동대표,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왼쪽부터) 등 각 당 대표가 6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53주년 현충일 추념식에서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이종승 기자
한자리 모인 여야 대표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 통합민주당 손학규 박상천 공동대표,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왼쪽부터) 등 각 당 대표가 6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53주년 현충일 추념식에서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이종승 기자
“정부가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니 믿어 달라.”(한승수 국무총리)

“우리도 학업에 정진하고 싶다. 정부를 신뢰하게 해 달라.”(고려대 정수환 총학생회장)

‘한승수 국무총리와 대학생과의 시국토론’이 현충일인 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와 촛불시위 과잉진압 논란을 주제로 2시간 10여 분간 토론을 벌였으나 정부와 대학생들의 인식 차이를 좁히기엔 역부족이었다.

토론회에 앞서 연세대 총학생회 소속이라고 밝힌 학생 20여 명은 토론회장으로 들어와 “국민을 바보로 보지 말라”며 쇠고기 협상 무효를 주장하는 시위를 10여 분간 벌였다.

한 총리는 “여러 가지로 국민을 상심시킨 데 대해 심심한 사죄의 말씀드리고 싶다”며 “정부가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최우선으로 하다는 것을 믿고 이해해 달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학생들이 ‘고강도 인적쇄신’을 묻자 “총리는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공직에 임하고, 인적 쇄신은 대통령이 사안을 보면서 결정할 일”이라고 말했다.

성균관대 이민섭 총학생회장은 “대통령이 더 낮은 자세로 국민께 다가가겠다고 했는데 너무 낮추다가 국민의 눈높이를 놓친 게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동서대 오동국 총학생회장은 “자유무역해서 경제 살리는 건 중요한데 왜 사람이 죽고 사는 ‘미친 소’를 수입해야 하나”고 물었다.

이에 한 총리는 “국민이 걱정해 30개월 이상 된 소는 수입되지 못하게 하려 한다”며 “대통령께서 민심이 정말 중요하다고 깨치시고 국민을 섬겨야 한다고 강조하고 계시다”고 말했다.

촛불시위 문제에 대해선 의견 차가 더 커졌다. 학생들은 “물대포 쏘는 경찰을 보고 이게 정말 2008년인지 모르겠더라”고 항의했다.

한 총리는 “부상당한 사람들에겐 심심한 위로의 말을 보낸다”며 “그러나 법을 어긴 데 대해서는 경찰이 관여 안 할 수 없다. 정부에 대한 신뢰가 깨진 게 문제지만 한 번 믿어 달라”고 강조했다.


▲ 영상취재: 동아닷컴 서중석 기자

방청석에 있던 한 고려대 학생은 “이명박 대통령이 학교 선배인데 요즘처럼 고려대 다니는 게 부끄러울 때가 없다”며 “한 총리 말이 한 달 전과 하나도 변하지 않은 모습에 토론회장 박차고 나가고 싶을 정도로 답답하다. 정부는 국민을 과학과 외교전문가로 만들고 있다”고 소리를 높였다.

토론회를 방청한 대학생들은 한 총리의 답변이 기대에 못 미친다며 실망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연세대 경영학과 3학년 김모(24) 씨는 “국민의 민심을 받들겠다는 한 총리의 의지는 알겠지만 그 민심의 실체가 무엇인지는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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