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 달래기 이 길밖에…” 인적쇄신 폭 커질듯

  • 입력 2008년 6월 7일 02시 57분


어디로…류우익 대통령실장과 대통령수석비서관들이 6일 일괄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이명박 대통령의 결정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3월 청와대에서 열린 차관급 인사 25명에 대한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한 곽승준 국정기획수석, 이동관 대변인, 박재완 정무수석, 김중수 경제수석, 김인종 경호처장, 류 실장(왼쪽부터). 동아일보 자료 사진
어디로…
류우익 대통령실장과 대통령수석비서관들이 6일 일괄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이명박 대통령의 결정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3월 청와대에서 열린 차관급 인사 25명에 대한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한 곽승준 국정기획수석, 이동관 대변인, 박재완 정무수석, 김중수 경제수석, 김인종 경호처장, 류 실장(왼쪽부터). 동아일보 자료 사진
류우익 대통령실장과 대통령수석비서관 전원이 6일 일괄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이명박 대통령이 앞으로 어떤 결단을 내릴지에 정치권 안팎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청와대 비서진의 일괄 사의 표명이 한승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내각의 전면 쇄신과 대폭 개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사퇴 없인 수습불가”, 떼밀려 의기투합=청와대는 전날까지만 해도 “일괄 사의 표명은 너무 앞서 나간 얘기다”, “사람 몇 명 잘라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며 대폭적인 인적 쇄신에 다소 부정적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의 참패로 끝난 ‘6·4 재·보선’ 이후 한나라당에서까지 청와대의 대대적 인적 개편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큰 폭의 인적 쇄신 없이는 결코 쇠고기 파동과 성난 민심을 잠재울 수 없다는 현실적 판단에 이른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류 실장 주재로 오후에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내각에 앞서 청와대의 전면개편이 불가피하다’는 동아일보 보도(6일자 1·3면)에 수긍하며 더는 물러설 곳이 없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그 길로 모두 사표를 써 류 실장에게 제출했다”고 말했다.

일부 수석비서관은 ‘국정 공백’을 우려하며 신중론을 폈으나, “임명에 청문회를 거칠 필요가 없는 청와대 비서진은 언제든 그만두고 언제든 임명할 수 있는 자리”라는 대세론에 압도됐다는 후문이다.

▽이 대통령의 결단 수위는=청와대는 쇠고기 파동을 겪으면서 드러난 정무 홍보 기능을 보완하는 조직개편도 검토하고 있다. 수석급 정무특보 및 홍보기획비서관 신설 등이 거론되고 있다.

내각에 대한 조직 개편 가능성도 제기된다. 총리의 권한을 강화해 갈등조정 기능을 보강하고 경제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경제부총리를 부활하는 방안 등이 제기하기도 한다.

청와대 참모들의 일괄 사의 표명으로 한승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내각도 사퇴압박을 받게 됐다. 정치권 일각에선 한 총리가 8일 고위당정회의에서 민생종합대책을 발표한 뒤 거취를 표명하지 않겠느냐는 다소 성급한 관측까지 대두되고 있다.

여권의 핵심관계자는 “내각 개편에는 인사청문회가 필요하므로 18대 국회 원 구성 후 내각 교체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지만, 역으로 내각 교체를 먼저 발표한 뒤 청문회를 명분삼아 국회 개원을 야당에 압박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대통령의 결심이다. 이 대통령은 당초 민생대책 마련과 쇠고기 문제 해결 후 마지막 수순에 가서 필요한 인적 개편을 할 계획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그간 참모들의 사의 표명을 만류했었다”는 이동관 대변인의 말을 되짚어 보면 이 대통령의 결심이 어느 정도 섰기 때문에 청와대가 이날 사의 표명을 공식 발표한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사표수리의 폭에 관해서는 일단 선별수리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국정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경제와 민정, 정무 등 논란에 오른 수석들의 사표만 수리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우세하다. 하지만 류 실장과 한 총리를 교체할 경우 청와대와 내각의 교체 폭은 훨씬 커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야당 “재협상 없인 안 된다”=청와대 참모들의 일괄 사의 표명에 대해 한나라당 조윤선 대변인은 “안타깝지만 이제 민심이 수습되고 국정이 안정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반면 통합민주당 차영 대변인은 “쇠고기 굴욕협상과 국정 난맥의 책임을 지고 일괄 사의를 표한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며 “그러나 사의 표명만으로는 안 된다. 쇠고기 재협상 없는 인적쇄신은 국면 전환용 ‘깜짝쇼’”라고 평가절하했다.

박성원 기자 swpark@donga.com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 靑수석, 3+α? 대폭 교체?

‘교체 폭’류우익실장 거취에 달려

“상징성 고려” “후임 마땅치 않아” 퇴진 찬반갈려

맹형규 권오을 박형준 정종복 등 수석 기용 거론

6일 이명박 대통령과 불교계 지도자 오찬에 배석한 류우익 대통령실장은 거의 웃지 않았고 표정은 심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얼굴에는 피곤함이 가득했다.

청와대가 이날 오후 내놓은 수석비서관 일괄 사의 표명 카드의 핵심 키워드는 단연 류 실장이다.

쇠고기 파동과 6·4 재·보궐선거를 거치며 불거진 청와대 책임론의 진앙(震央)인 데다 그의 거취가 수석비서관과 대변인의 잔류 여부와 그 폭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류 실장 사퇴에 찬반양론이 맞서고 있다. 류 실장이 며칠 전 두 차례 사의를 밝힌 데 대해 이 대통령이 “더 열심히 일하라”고 반려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우선 류 실장 사퇴설은 그를 놔두고 일반 국민은 잘 알지도 못하는 수석비서관들만 사퇴해봤자 사의 표명 카드의 민심 진정 효과가 거의 없을 것이라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 개편 후 내각까지 부분 쇄신하기 위한 여건을 만들려면 류 실장을 교체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류 실장이 은근히 자존심이 강해 자신의 사퇴를 주장한 정치권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그냥 홀연히 떠날 수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후임이 마땅치 않다” “국정 운영 동력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는 이유로 청와대에 남을 것이라는 관측도 없지 않다. 취임 전 대통령실장 후보로 거론되던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 임태희 한나라당 의원 등은 이미 각자의 길을 가고 있다.

여기에 류 실장이 사퇴할 경우 정치 도의상 그 휘하에 있던 수석비서관들이 능력과 무관하게 대부분 짐을 싸는 형국으로 몰릴 수밖에 없는 것도 잔류설의 한 배경이다.

한편 청와대 주변에서는 이날 오후부터 일부 수석비서관들의 교체를 전제로 후속 인사 시나리오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은 ‘3+α설’로 정무, 민정, 경제수석비서관 외에 한 명이 더 교체되는 시나리오다. 정무, 민정 라인 후임에는 맹형규 권오을 박형준 정종복 등 한나라당 전직 의원들이 오르내리고 있다.

민정, 경제 라인을 교체하고 박재완 정무수석을 공석인 사회정책수석으로 옮긴 뒤 정무수석을 따로 뽑는 변종 시나리오도 나오고 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내각, 동반 사퇴? 일부 교체?

“정해진 것 없지만…”마음의 준비

韓총리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임해”

“사퇴보다 대책 마련이 우선” 일부 신중론도

청와대 참모진의 일괄 사의 표명 후 한승수 국무총리를 포함한 내각의 향후 거취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무위원들도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게 성난 민심을 가라앉히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한 총리는 6일 오후 연세대에서 열린 대학생과의 시국토론회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낮아진 데 대해 반성하고 총리로서도 책임을 느끼고 있다”며 “총리는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해 공직에 임하고, 인적 쇄신은 대통령이 사안을 보면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심 악화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겠다는 원칙적인 말이지만 대통령수석비서관들이 일괄 사의를 표명한 시점에 ‘마지막’이란 단어를 쓴 것을 고려하면 내각도 필요할 경우 사의를 표명할 준비가 돼 있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아직 한 총리와 국무위원들은 청와대에 사의를 표명하지는 않은 상태다.

총리실은 수석비서관들의 일괄 사의 표명 소식에 당황한 기색이었다. 관계자들은 “현재까지는 정해진 게 없다. 앞으로도 알 수 없다”며 “8일 예정된 고위당정협의회와 쇠고기 후속 대책에 매진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실제로 한 총리와 총리실 고위 간부들은 이날 대학생들과의 시국토론회 직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 모여 고유가 대책 및 대학등록금 상한제 등과 관련해 고위당정협의회에 내놓을 대책을 논의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지금은 아무도 모른다. 총리는 쇠고기정국 돌파 능력을 보이는 수밖에 없다. 대학생 토론회도 같은 맥락일 것”이라며 “다만 문제가 생긴 장관만 사표를 제출하는 모양새보다 총리를 포함해 일괄적으로 사의를 표명한 후 대통령이 선별 수리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라면 유력하게 검토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또 “문제가 됐던 부처 장관뿐 아니라 전체 국무위원들도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국민이 원하는 건 쇠고기 문제 해결이므로 일괄 사퇴보다는 ‘문제 장관’만 경질하고 국민이 믿을 만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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