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대표가 들러리만 서다 와”

  • 입력 2008년 5월 21일 03시 14분


통합민주당은 20일 이명박 대통령과 손학규 공동대표의 회담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국민 여론을 가감 없이 전달하는 자리였으며 충분히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주요 현안에 대해 이견만 확인한 채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는 점에서 형식적인 회담에 불과했다는 지적도 많다.

최인기 정책위의장은 “영수회담이라면 국가 과제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정부가 수용할 것은 수용해야 하는데 이번에는 야당 대표가 들러리만 서다 온 격”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이 대통령은 이번 회담을 통해 ‘야당의 의견을 수렴했다’는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고자 할 텐데 이는 대통령의 자기만족이자 국민 선전용”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김민석 최고위원도 “야당 대표가 대통령에게 기탄없이 말한 것을 성과라고 할 수 있나. 영수회담은 그냥 만나서 얘기해 보는 정도는 아니다. 국면 전환의 의미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손 대표 측은 당초 19일 박재완 대통령 정무수석비서관이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당사로 찾아와 회담을 요청했을 때만 해도 뭔가 ’새로운 선물’을 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박 수석이 손 대표에게 “우리가 먹을 쇠고기는 미국과 똑같은 거다”라고 말하자 대통령이 쇠고기 문제와 관련해 상당한 양보를 할 수도 있다는 추론도 나왔다.

이에 따라 일부 당 지도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손 대표가 회담 참가를 강행했지만 결과적으로 핵심 쟁점인 30개월령 이상 쇠고기 수입 등에서 전혀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하자 손 대표의 처신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많다.

옛 민주당계 관계자는 “손 대표가 박상천 공동대표에게 의견도 묻지 않았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한 최고위원은 “회담 전에 미리 의제를 정하고, 청와대와 합의 가능한 사안에 대한 의견 절충을 끝낸 뒤 만나야 한다는 말이 많았지만 손 대표가 회담 참석을 고집했다”며 “당이 손 대표를 위해 있느냐, 손 대표가 당을 위해 있느냐”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번 회담이 사실상 무위로 그친 만큼 경색된 정국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쇠고기 재협상 촉구 등 정부와 여권에 대한 공세의 수위를 낮추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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