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의 요즘 심경은?

  • 입력 2008년 5월 10일 02시 58분


“인내심 갖고 일하다보면 변화-개혁 성공”확신

“선장은 ‘돌격 앞으로’를 외치고 있는데 정작 배는 잘 움직이지 않거나 가끔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10년 만의 정권교체를 이뤘으나 정작 현재와 ‘앙시앵 레짐(구체제)’과의 틈바구니에서 과도기적 리더십을 발휘할 수밖에 없는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적 상황에 대해 한 측근은 이렇게 말했다. 그만큼 경제 살리기와 민생 회복이라는 이 대통령의 정치적 브랜드가 아직은 뜻대로 구현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를 예상이라도 한 듯, 임기 초부터 공공부문을 핵심으로 사회 전반의 변화와 개혁을 지속적으로 강조하며 이른바 ‘창조적 실용주의’를 확산시키는 데 집중했다.

그는 취임 직후 기획재정부의 업무 보고에서 “머슴(공직자)은 주인(국민)보다 일찍 일어나 일해야 한다”며 공직 사회의 복지부동을 정조준했다. 국무회의장에서는 정부 조직 개편에 맞게 인력을 줄이지 않는 일부 부처 장관에게 “인력 개편안을 다시 보고하라”며 노하기도 했다. 현장 행정의 중요성은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숱하게 강조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시각에서 한국 사회 변화의 속도는 느렸다. 최근 ‘쇠고기 논란’의 대처 과정에서 보여준 공공부문의 마인드는 이전과 별다를 게 없었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수십 년간 퇴적된 한국 사회의 관행을 너무 조급하게 바꾸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현상유지(status quo)라는 기성 조직의 속성을 무시한다는 것으로, 실적과 효율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최고경영자(CEO) 리더십의 한계라는 우려도 없지 않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최근 상황을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한다. 측근들에게는 “진정으로 최선을 다하면 (언젠가) 국민이 알아주지 않겠느냐”고 했다고 한다. 자신의 국정운영 기조는 지난해 대선과 올해 총선을 통해 국민적 검증을 받은 만큼 인내를 갖고 추진하면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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