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식당서 쇠고기 원산지 표시

  • 입력 2008년 5월 7일 02시 54분


학교-직장-軍급식도 원산지 표시 의무화

광우병 위험땐 학교등 집단급식 전면중단

한나라 “정부대책 형식적이고 모호” 질타

■ 고위당정협의 주요내용

정부와 여당이 6일 모든 식당에서 수입 쇠고기의 원산지를 표기하고, 광우병 위험이 발생하면 학교 등 집단급식을 중단하는 방안으로 ‘쇠고기 정국’ 수습에 나섰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이날 국회에서 고위 당정 협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후속 대책을 마련했다.

하지만 이날 회의에서는 당정이 “광우병 위험이 생길 경우 재협의를 검토하겠다”며 ‘조건부 재협상’을 하기로 했다고 발표했지만, 정부 실무 당국자들은 별도의 설명회에서 “재협상은 불가하다”고 거듭 밝혀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에 대해 야권은 “결국 정부가 미국과의 협상 내용을 한 자도 고칠 수 없다는 것 아니냐”고 비판하고 나서 ‘재협상 논란’은 7일로 예정된 국회 청문회에서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 쇠고기 원산지 표시 안 하면 처벌

당정은 쇠고기 원산지 표시의무 대상 음식점을 현재 300m²(약 90평) 이상 규모 식당에서 학교와 직장, 군대 등의 집단급식소를 포함한 모든 식당으로 확대키로 했다. 수입산 쇠고기를 쓴 가공품에 원산지를 표시하지 않은 국내 생산자도 처벌키로 했다.

또 광우병 발생 위험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집단급식소에서 해당 국가에서 수입된 쇠고기의 급식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한나라당 조윤선 대변인은 “두 가지 대책은 미국과 추가 협상 없이도 우리 정부가 일방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당정은 또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이 포함될 수 있는 7가지 쇠고기 부위 중 등뼈에만 월령(月齡) 표시를 의무화한 수입 조건을 개정해 나머지 부위에도 표시를 하도록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반송하는 방안도 검토키로 했다.

이 밖에도 한나라당은 미국에서 100일 이상 사육된 캐나다산 수입소가 미국산 소로 둔갑돼 수입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대책도 정부에 요구했다.

강재섭 대표는 “여야와 정부, 전문가, 농민, 소비자단체 등이 참여하는 쇠고기 검증을 위한 범국민 기구를 구성하자”고 정부에 제안했다.

○ 당은 “재협상도 가능하다”, 정부는 “개정도 어렵다”

조 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정 협의 직후 브리핑에서 “당이 광우병 발생 위험이 현저하게 높아졌다고 판단될 경우 재협의를 할 수 있는지 물었고 정부 측은 ‘재협의를 포함한 다양한 조치를 발표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강 대표도 이날 당정 협의 직후 의원총회에서 “광우병이 발견된다면 기왕 체결한 위생조건을 고치도록 재협상할 수 있다”고 했고, 안상수 원내대표도 “광우병 위험이 발생하면 재협상도 가능하다는 답변을 (정부로부터) 받아냈다”고 했다.

그러나 민동석 농림수산식품부 농업통상정책관은 이날 오후 서울 세종로 외교통상부에서 열린 합동설명회에서 “협상을 무효화하는 재협상은 불가능하다. 이번 협상은 양국 대표단이 국제적, 과학적 기준을 근거로 타결한 것이라 특별한 상황 없이는 재협상은 물론 개정도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국제수역사무국(OIE)에서 미국의 광우병위험통제국 지위를 변경하거나, 대만이나 일본 등이 미국과의 협상에서 우리와 다른 조건으로 체결할 경우 개정 요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또 당정 협의에서 광우병 의심소가 발견될 경우 △수입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전수 조사 △우리 측 특별검역단의 미국 현지 소 사육장 및 도축장 실사 △수입 전면 중단 등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한 총리는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협상문에 따르면 한국은 OIE가 광우병과 관련된 미국의 지위를 바꾸기 전에는 수입 중단을 할 수 없도록 돼 있어 청문회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 한나라당 “정부 대책 미흡하다” 질책

강 대표를 비롯한 한나라당 지도부는 이날 당정 협의에서 정부의 대책과 태도를 강하게 질타했다.

강 대표는 정부 대책 보고 후 “지금 국정운영 지지도가 얼마인데 이런 안일한 자세로 보고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 대표는 “아무리 미국에서 1997년 이후 광우병에 걸린 소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광우병이 발생하면 어떻게 하겠다는 걸 정부가 답변해줘야 한다. 조치가 있느냐”고 따졌다.

특히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등 관계 부처 장관의 보고를 들은 당 지도부는 “부처 업무보고처럼 형식적이다”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조 대변인도 기자들에게 “정부 대책이 너무 모호하고 구체성이 없었다”고 말했다.

전재희 최고위원도 “청문회만 넘기면 될 것처럼 어물쩍 넘기려는 자세가 문제”라고 했고, 이한구 정책위의장은 “먹을거리 안전은 무슨 수단을 동원해서도 보호해야 한다. 정부가 너무 미지근한 것 아니냐”고 압박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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