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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5월 3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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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은 이날 전국 시도지사 초청 국정설명회에서 노무현 정부의 혁신도시 사업에 대해 “중앙집권적이고 일률적인 건설은 옳지 않다”, “돈을 쓰더라도 더 효과적으로 써야 한다”, “정치적으로 문제를 풀지는 않겠다”며 ‘취지에는 공감하나 방식에는 문제가 없지 않다’는 시각에서 대안(代案)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우선 해당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의를 거치지 않고 중앙정부에서 사실상 일방적으로 결정한 공기업 이전(移轉) 사업은 비효율적이라고 보고 “각 시도지사가 현(現) 혁신도시 사업 계획을 어떤 방향으로 수정·보완하는 게 효과적인지 고민해서 중앙정부에 알려 달라”고 말했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A공기업이 호남으로 가고, B 공기업이 영남으로 가는 것에 대한 국민적 합의는 물론 타당성 검토도 거의 없었던 것 아니냐”며 “지방 경제를 위한 일인 만큼 지방의 의견을 듣겠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새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 중 하나가 공공부문 개혁인 만큼, 공기업 지방 이전을 통한 혁신도시 사업 완성을 위해 통폐합 민영화 등 공기업 개혁에 영향을 줄 수는 없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공기업 지방 이전’보다는 ‘공기업 개혁’이 우선이며, 통폐합이나 민영화되는 공기업이 지방으로 갈 수 없다면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 이 대통령이 이날 “(혁신도시 문제를) 정치적으로 풀지는 않겠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시도지사가 지역 특성에 맞는 더 발전적인 방안을 찾아 달라. 지방이 노력하면 정부가 검토해 철저히 지원하겠다”며 지방 이전 무산 시 다른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도 있음을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공기업 이전이 무산되거나 차질이 생기는 지방자치단체에는 혁신도시 사업을 위해 매입한 토지를 공짜로 빌려주거나, 각종 사업에 따른 건설비를 지원하는 등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지역경제 개발을 이끌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러면서도 “민영화된 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해 지자체의 노력에 따라 민영화된 공기업도 얼마든지 지방으로 이전될 수 있다는 점을 덧붙였다.
그러나 이날 참석한 일부 시도지사들은 혁신도시의 차질 없는 추진을 요구하고 나서 논란도 예상된다.
정우택 충북지사는 “(혁신도시에 대한) 정부의 정책결정이 늦어지면서 지방이 출렁이고 있다”고 말했고, 이완구 충남지사도 “지방 민심이 혼란스럽다. 방향과 원칙을 조속히 정리해 달라”고 거들었다.
김태호 경남지사는 “혁신도시 사업은 그대로 가되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제도적 뒷받침을 해야 한다”며 “공공기관 통폐합은 이전을 전제로 해야 하고 통폐합으로 불리하게 된 지역에 대해서는 임대 산업단지 지정, 산학연 클러스터 조성 등에 우선권을 부여하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