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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4월 26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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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석(사진) 대통령사회정책수석비서관이 남편 이모 씨 명의로 갖고 있는 1352m² 규모의 인천 중구 운북동 농지를 둘러싼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박 수석비서관이 문제의 땅을 합법적으로 소유하고 있음을 주장하기 위해 자경(自耕) 사실확인서 등 관련 서류를 조작했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박 수석비서관이 청와대에 제출한 자경 사실확인서에 서명한 운북동 통장 김모(56) 씨는 25일 본보 기자와 만나 “20일 오후 3시경 운북동 논을 박 수석비서관의 남편 이 씨와 공동 매입한 추모 씨가 사무실로 찾아와 확인서를 작성한 뒤 서명을 받아갔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이어 “확인서 내용은 박 수석비서관의 남편 등이 ‘운복동 논에서 2003년 1월 1일부터 2008년 4월 15일까지 벼를 경작했다’는 것”이라며 “추 씨가 나에게 ‘3명이 논을 사서 함께 농사를 짓고 있는데 이 사실을 증명할 방법을 알려 달라’고 요구해 자경 사실확인서를 받으면 될 것 같다고 말했더니 부탁해 써줬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김 씨는 추 씨 등이 실제로 벼농사를 지었음을 별도로 확인했는지에 대해서는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았다.
추 씨 등이 실제로 농사를 지었는지에 대해 인근 주민들은 “그런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운북동 주민 A 씨는 “모심기와 벼베기를 하는 농번기에는 서울에 사는 땅 주인들과 함께 일을 한 뒤 식사하는 모습을 봤다. 자주는 아니지만 농사가 바쁠 때에는 직접 인천에 내려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B 씨는 “땅 주인들이 농업 지식이 없었기 때문에 봄철에 못자리를 낼 때와 가을에 추수할 때 우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수석비서관은 이날 해명자료를 내고 “자경 사실확인서를 받으러 인천에 간 적은 없고 다만 추 씨 등을 통해 확인서를 전달받았다”며 “인천 땅 관련 서류를 조작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다만 농지법 위반 의혹에 대해서는 “농지 공유자들이 직접 영농을 해서 자경 사실이 확인되면 농지 소유가 가능한 줄 알았다. 실정법의 구체적 내용을 잘 몰랐던 부분이 있고, 송구스럽다”며 “규정에 따라 매각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 하지만 투기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도 “박 수석비서관에 관한 의혹은 정상적 국정 운영에 지장이 없는 정도라는 것이 현재까지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속내는 좀 다르다. 특히 예상보다 박 수석비서관을 둘러싼 의혹이 장기화될 경우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 드라이브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은 ‘공직 사회 개혁을 위해 청와대가 앞장서야 한다’고 독려하지만 정작 청와대 참모들이 땅 문제로 질퍽거리면 제대로 영(令)이 서겠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박 수석비서관은 임명 직후에는 논문 표절 의혹으로 문제를 일으키더니 대통령이 미국 일본 순방을 마친 뒤 일을 좀 하려니까 이번에는 땅 문제를…”이라며 불쾌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 야권 “朴수석 비리-의혹 종합세트” 경질 촉구 ▼
통합민주당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 등 야당들은 25일 ‘강부자(강남 부동산 부자)’ 논란에 휩싸인 청와대를 향해 맹공을 퍼부었다. 야권은 실정법 위반 의혹이 있는 수석비서관들과 검증에 허점을 노출한 민정라인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합민주당 차영 대변인은 “박미석 사회정책수석은 자경(自耕) 사실확인서를 허위로 제출했고 민정수석실은 거기에 속아 넘어갔다”며 논문 표절 논란에 이어 땅 투기 의혹에 휩싸인 박 수석의 사퇴를 촉구했다. 차 대변인은 “곽승준 국정기획수석과 이동관 대변인도 실정법을 위반했다”고 지적하고 “이명박 대통령은 이들의 실정법 위반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박 수석은 단순한 도덕적 해이를 넘어 실정법을 어겼다”고 주장했고 민노당 박승흡 대변인은 “박 수석은 논문 표절 시비, 전문성 부족, 땅 투기와 자경 사실확인서 조작 의혹까지, ‘걸어 다니는 비리와 의혹의 종합세트’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고 비판했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