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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4월 12일 02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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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과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는 4·9총선 이틀 만인 11일 정례회동을 열고 조기 전당대회, 친박 당선자들의 복당(復黨), 당-정-청 협조, 임시국회 등 주요 현안을 조율했다. 이 대통령과 강 대표는 또 4·9총선 결과 수도권에서 한나라당이 압승한 데 대해 “진일보한 선진 정치문화의 증거다. 수도권에서는 사실상 지역정서가 없어진 게 아니냐”는 평가를 내렸다.
당정은 다음 주부터 국무총리와 각 부처 장관, 당 지도부가 참여하는 고위 당-정-청 협의회를 가동키로 하는 등 ‘일하는’ 진용이 틀을 갖출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통령과 강 대표는 통상 2주에 한 번 만날 예정이다.
○ 일단 조기 전대론은 수면 아래로, 그러나…
당의 최대 현안인 조기 전당대회론은 이날 두 사람이 ‘없던 일로’ 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일단 잠복했다. 이 대통령이 ‘예정대로’ 7월 전당대회를 주장했고 강 대표가 이를 수용했다. 강 대표는 10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원래 7월 10일까지가 임기이지만 6월에 새 국회를 열어놓고 전당대회를 하는 것은 이상하다”며 조기 전대 방침을 밝혔었다.
이 대통령이 내세운 명분은 총선을 성공적으로 치른 강 대표의 임기 보장과 18대 국회의 충실한 준비다. 탈당한 친박 당선자들의 복당 문제 등 현안을 현 지도부가 매듭짓고 어수선한 당 분위기를 추스르는 게 우선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전당대회 날짜가 당겨질 경우 총선이 끝나자마자 당이 권력투쟁에 몰입하는 것으로 국민에게 비치는 게 부담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더 높다. 전당대회가 예고되면 당이 친이명박계-친박근혜계로 갈려 갈등을 빚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이재오 이방호 의원 등 친이계의 대표선수들이 줄줄이 낙선한 데다 친박 진영이 여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전당대회가 조기에 열리면 당이 친박의 의중대로 끌려 다닐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음 직하다.
차기 대표로 유력시됐던 이재오 의원이 낙마한 가운데 친이계가 당권과 관련해 어떤 태도를 취할지, 박근혜 전 대표가 직접 당권에 도전할지 등을 살필 시간적 여유가 필요한 점도 있다. 당 일각에서 제기되는 순수 집단지도체제 도입 등도 시간을 두고 효율성과 득실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 분위기 쇄신과 지도부 힘의 공백을 이유로 조기 전대론이 힘을 받을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18대 국회를 열자마자 여권이 당권 투쟁에 몰입하는 것도 모양새가 좋지 않고 의원들의 상임위원회 배치를 비롯한 국회 개원 협상은 새 지도부가 맡는 게 순리라는 지적도 있다. 통합민주당이 조기 전당대회를 열어 전열을 재정비하고 18대 국회에 임하는 것과 대조될 수도 있다.
○ 친박 복당 문제로 내홍 가능성
이 대통령과 강 대표의 회동 후 친박 당선자들의 복당 문제와 관련한 발표는 없었지만 배석자를 물리치고 두 사람만 따로 만난 20분간이 문제가 논의됐을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친박 복당 문제는 ‘뜨거운 감자’다.
이날 회동에서는 우선 입당을 희망하는 무소속 당선자는 일정한 기준을 정해 받아들이되, 친박연대 문제는 시간을 갖고 대처하기로 정리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그러나 박 전 대표가 이날 “(친박 인사들을) 받지 않겠다면 공천이 잘못됐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고, 총선 민의를 거스르는 일”이라고 공개 주장함으로써 당은 이 문제를 놓고 내홍에 빠질 수도 있다.
친박연대와 친박 무소속 연대는 이날 박 전 대표를 만나러 대구로 내려가는 등 세 과시에 나섰다. 이들은 조건 없는 조기 복당을 거듭 주장하고 있다.
한나라당으로선 당장 국정운영을 위해서는 박 전 대표 측의 협조가 절실한 상황이어서 마냥 고자세로 일관하기도 쉽지 않다는 게 딜레마다.
강 대표의 말처럼 당 화합과 안정 과반수 확보를 위해서는 이들을 받아야 하지만 공천과 총선을 거치면서 한나라당과 깊은 앙금이 쌓였다. 친이계 쪽에서는 공천에서 탈락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것은 당헌상 해당(害黨)행위라는 주장이 팽배하다.
당의 한 고위 관계자는 “과반 의석을 차지해 국정을 주도할 수 있는데 공작정치라는 비판을 받으면서 굳이 몸집을 불릴 필요가 있느냐”고 말했다.
선별적, 단계적 복당과 무조건 조기 복당 주장으로 대치하고 있는 한나라당과 친박 진영의 힘겨루기는 당분간 당의 최대 갈등 요소가 될 듯하다.
○ “일하는 국회로” 5월 임시국회 민생법안 처리키로
이 대통령과 강 대표는 17대 국회 임기 말인 5월에 임시국회를 열어 민생법안을 처리하기로 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성폭력범죄 처벌 및 피해자 보호법안, 식품안전기본법안, 낙후지역 개발촉진법안, 출자총액제한제 폐지법안 등 여야가 이미 합의했지만 처리하지 못한 30여 개의 법안이 대상이다.
통상 총선이 끝나면 다음 국회가 개원하기까지 휴회하지만, 이 대통령과 강 대표는 “일하는 국회상의 정립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
이 대통령은 “외국에 가보면 언제부터 언제까지 쉰다는 휴회 공고만 붙어 있는데 우리는 거꾸로 언제부터 언제까지 연다는 회의 공고가 붙어 있어 좀 이상하다”고 말할 정도로 ‘일하는 국회상’에 대한 의욕이 강하다.
그러나 통합민주당 김효석 원내대표는 “헌정 사상 선거 직후 국회가 소집된 경우가 없다. 다분히 정치적이다”며 “50% 이상의 현역의원이 낙선했는데 이들을 모아 토론을 시키고 국회를 운영하는 것이 가능할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해 여야 합의로 원만한 5월 국회가 열릴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자칫 18대 국회가 개원하기도 전에 5월 임시국회 개최 여부를 놓고 여야가 대립할 가능성도 있다.
| 이명박 대통령-강재섭 대표 회동 합의내용 | |
| 분야 | 합의 내용 |
| 한나라당 전당대회 시기 | 조기 전당대회 열지 않고 예정대로 7월에 개최 |
| 당정관계 | 다음 주부터 국무총리와 각 부처 장관, 당 지도부가 참여하는 고위 당-정-청 협의회 개최 |
| 총선 평가 | 이 대통령 “진일보한 선진 정치문화의 증거다. 전례 없는 깨끗한 선거였다” |
| 국회 운영 | 5월 임시국회 열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 등 30여 개 민생법안 처리 |
| 한반도 대운하 | 국민 여론 충분히 수렴하고 국민 설득 충분히 한 다음에 검토 |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