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표심]영남-호남

  • 입력 2008년 4월 10일 02시 59분


非한나라 17명 ‘박근혜 세력’ 형성

한나라, 62석에서 46석으로 줄어

한나라당의 아성이었던 영남권이 ‘박풍(朴風·박근혜 바람)’으로 분화됐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지지하는 ‘친박연대’와 ‘친박 무소속 연대’ 등 범박근혜 세력이 바람의 근원이었다.

지난 17대 총선에서 대구(12석) 경북(15석) 부산(18석) 경남(17석) 울산(6석) 등 영남권의 총 68석 가운데 한나라당은 62석을 석권했다. 나머지 6석은 통합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이 4석, 민주노동당 1석, 무소속이 1석을 각각 나눠가졌다.

그러나 이번 18대 총선에서는 10일 0시 현재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한나라당이 46개 지역에서만 당선자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산술적으로만 보면 지난 17대에 비해 한나라당의 의석수가 16석 줄어든 셈.

반면 무소속은 13곳, 친박연대 5곳, 민주노동당 2곳, 민주당 2곳 등 ‘비한나라’ 세력이 22곳에서 선두를 달리거나 당선자를 배출했다.

무소속 13명 가운데는 12명이 ‘친박 무소속 연대’이거나 친박 세력의 간접적 지원을 얻어 당선된 사람들이어서 여기에 친박연대 당선자 5명까지 합치면 영남권에서 사실상 17명이 ‘범박근혜’ 세력을 형성할 수 있게 된 셈이다.

특히 ‘친박 무소속 연대’ 바람이 거셌던 부산에서는 친박 무소속 5명과 친박연대 1명 등 친박세력이 6석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나 ‘박근혜 바람’을 입증해 보였다.

한나라당이 당초 160석을 훨씬 넘는 압도적 과반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됐다가 예상 의석수가 떨어진 것도 영남권의 영향이 컸다.

또한 영남 지역에서는 이번 총선 공천 작업을 주도했던 이방호(경남 사천) 사무총장과 정종복(경북 경주) 제1사무부총장,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의 일등 공신이었던 박형준(부산 수영) 의원 등 당의 핵심 인사들이 예상치 못하게 줄줄이 탈락하는 이변이 일어났다.

이 총장은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가 공개적 지지 운동을 벌였던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에게, 정 부총장은 김일윤 친박연대 후보에게, 박 의원은 친박 무소속의 유재중 후보에게 각각 고배를 들었다.

부산(18석)에서는 공천을 신청했다가 탈락해 친박 무소속연대로 출마한 유기준(서) 김무성(남을) 의원, 유재중(수영) 이진복(동래) 김세연(금정) 후보가 당선된 것으로 나타나 공천 파동의 후유증이 고스란히 표로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구(12석)에서도 친박연대 소속 홍사덕(서) 박종근(달서갑) 조원진(달서병) 후보와 친박 무소속인 이해봉 후보 등 모두 4명이 금배지를 달았다. 반면 한나라당은 8석을 얻는 데 그쳤다.

경북(15석)에서도 박풍의 위력은 거침이 없었다. 한나라당은 9석을 얻은 반면 친박연대 1명, 무소속이 5명에 이르렀다. 무소속 5명 가운데 4명이 친박 성향이다. 게다가 경북은 최경환(경산-청도) 정희수(영천) 김성조(구미갑) 의원 등 한나라당 소속 당선자들도 친박 성향이기 때문에 사실상 ‘박근혜 천하’라는 얘기도 나온다.

다만 김일윤 당선자의 경우 유세 과정에서 참모들이 금품 살포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기 때문에 수사 결과에 따라 변동이 있을 여지를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이 안정적인 과반수 확보를 위해 영남권의 무소속 당선자들에 대한 적극적인 영입 작업에 나설 공산이 커졌다. 경북 안동의 김광림 당선자 같은 순수한 무소속 당선자들이 우선적인 영입 대상 리스트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한 당직자는 “탈당해 당선된 친박 인사들의 복당 문제가 조기에 공론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어차피 영남에서 한나라당 출신이 무소속으로 남는 데는 한계가 있는 만큼 무소속 영입이 급물살을 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영남권의 정당별 득표율은 10일 오전 1시 현재 △대구=한나라당(46.51%) 친박연대(32.76%) 민주당(4.95%) △경북=한나라당(54.81%) 친박연대(22.29%) 민주노동당(3.9%) △부산=한나라당(43.55%) 친박연대(22.49%) 민주당(12.54%) 민노당(5.29%) △경남=한나라당(44.69%) 친박연대(18.13%) 민노당(10.63%) 민주당(10.60%) △울산=한나라당(43.05%) 친박연대(18.68%) 민노당(14.13%) 민주당(9.41%) 순으로 나타났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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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촬영 : 변영욱 기자

[지역별 표심]호남

무소속 “복당할 것”… 사실상 민주 석권

호남은 역시 민주당의 텃밭이었다.

한나라당은 전체 31석 중 단 한 석도 얻지 못했으며 정당 지지도 미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은 광주에서 8곳 중 7곳, 전북에서 11곳 중 9곳, 전남 12곳 중 9곳 등 31곳 중 25곳을 차지했다.

호남의 민주당 바람은 개표 초반부터 김성곤(전남 여수갑), 최인기(전남 나주-화순), 김효석(전남 담양-곡성-구례) 후보 등이 이끌었다.

9일 오후 10시 현재 최 후보는 74.4%(4만9642표)로 당선을 확정지었으며, 김 후보도 76.8%(3만6132표)로 승부를 결정지었다.

광주 동에 출마한 박주선 후보는 3차례 구속, 3차례 무죄 판결→17대 총선 옥중 낙마→2006년 서울시장 출마 고배의 시련 끝에 국회에 입성하는 기쁨을 맞기도 했다.

호남 지역은 민주당 공천에서 탈락한 유성엽(전북 정읍), 박지원(전남 목포) 후보와 민주당 복당이 거부된 강운태(광주 남) 후보가 민주당 후보를 제쳐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호남 무소속 당선자들은 선거운동 기간에 “당선되면 복당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어 호남 전체가 사실상 민주당 색깔로 채워졌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는 민주당 일색이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소지역주의도 나타났다. 전남에서는 당선과 관계없이 옛 민주당계 후보가 상대적으로 많은 지지를 받기도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전통적 지지기반을 지켰다는 점에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결국 이번 선거도 지역주의를 극복하지는 못한 것 같다”면서 “민주당이 호남을 넘어 어떻게 전국 정당이 되느냐가 가장 큰 숙제”라고 말했다.

●민주 정당득표율도 압도

정당 득표율도 민주당은 10일 오전 2시 현재 광주 70.4%, 전남 66.9%, 전북 64.3%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한나라당은 광주에서 5.9%, 전남에서 6.4%, 전북에서 9.3%를 얻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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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촬영 : 박영철 기자


▲ 촬영 : 박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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