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8년 4월 10일 02시 59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北, 강경발언 중단 사태 주시
북한과 미국이 핵 프로그램 신고 문제를 사실상 합의함에 따라 최근 경색됐던 남북관계가 개선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향후 핵 문제 해결은 물론 남북관계에서 한국의 역할이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남북관계 회복을 점칠 수 있는 조짐들도 나타나고 있다.
▽대북 지원 위한 국제환경 완성=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당시 선거 공약인 ‘비핵·개방 3000’ 구상을 통해 북한이 핵 폐기 2단계(신고 및 불능화)를 완료하면 ‘10년 안에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을 3000달러로 만들기 위한’ 구체적 행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새 정부 대북정책 브레인들이 만든 ‘단계적 추진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첫 행동으로 ‘남북 경제공동체 실현을 위한 고위급 회의’를 열어 북측에 구상을 설명하고 ‘남북 경제공동체 협력협정’을 체결해 남북경협의 활성화와 투자 및 무역의 편리화, 남북교역의 자유화 등을 추진하기로 되어 있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이번 북-미 합의에 따라 이 구상을 실천할 수 있는 국제적 환경이 조성됐다”며 “조만간 인도적 지원 사업 등을 시작으로 남북 당국 간 대화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남북 당국의 태도 변화=남북 당국에도 미묘한 태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김하중 통일부 장관은 최근 북한을 향한 공개 발언을 삼가고 새 정부가 추진해야 할 바람직한 대북정책에 대해 통일부 안팎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그는 토요일인 5일 과장 이상 간부 20여 명과 워크숍을 열어 내부 의견을 들었으며 이번 주부터 언론사 고위 간부들을 차례로 만나 외부 의견을 수렴하기 시작했다.
북한도 4일 이후 대남 강경 발언이나 무력시위를 중단한 채 노동신문 등을 통해 10·4선언의 이행 등을 강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당분간 한국 정부와의 관계를 끊고 미국과만 대화하는 ‘통미봉남(通美封南)’ 정책으로 나올 것을 우려한다. 한 대북 전문가는 “북한은 이미 자존심을 다쳤고 미국에서 쌀 50만 t 지원을 약속받았기 때문에 쌀과 비료를 주겠다는 한국의 제의를 공개적으로 거절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극심한 식량난 등 경제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북한이 향후 경제재건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할 한국을 마냥 배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대북 접촉 시기와 내용은?=한국 정부가 대북 지원을 위한 접촉에 나설 경우 그 시기는 18, 19일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의 ‘한미 간 조율’ 이후가 될 가능성이 크다. 6자회담에서 핵 폐기 2단계 완료가 공식 선언된 이후가 될 수도 있다.
현재 남북 간에는 의제를 사전 조율할 수 있는 라인이 없다. 따라서 대북 지원은 ‘북한이 받아들이면 좋고 만일 거부하더라도 큰 파장이 없을 정도’의 상징적인 소규모 사업부터 시작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 ‘비핵·개방 3000’ 구상에 따른 핵 문제 해결 단계별 대북정책 로드맵 | |||
| 1단계 | 2단계 | 3단계 | |
| 북핵 폐기 단계 | 핵시설 불능화 완료 | 핵 폐기 단계 진입 | 핵 폐기 완료 |
|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 추진 방안 | -남북 경제공동체 실현 협의체 구성 -남북 경제공동체 협력협정 체결 | -북한 지원 5대 분야 중 교육·생활 향상의 일부 프로젝트 가동 | -북한 지원 5대 분야(경제, 교육, 재정, 인프라, 생활 향상) 본격 가동 -대북 지원용 국제협력자금 400억 달러 조성 |
| 조건 | 북한이 핵시설 불능화하고 이것이 확인됐을 때 | 북핵 폐기의 가시적 성과와 연계 | 북핵의 완전한 폐기 |
| 자료: 외교안보연구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