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과반 - 민주100석 확보가 ‘분기점’

  • 입력 2008년 4월 8일 02시 53분


“몇 석이나…” 막판 판세 점검총선을 이틀 앞둔 7일 각당은 막판 판세를 점검하며 접전지의 득표율을 높이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 마련된 종합상황실에서 득표 전략을 논의했으며(위), 통합민주당도 당산동 당사의 선거상황실에서 표심을 공략할 정책 공약을 분석했다. 박경모 기자
“몇 석이나…” 막판 판세 점검
총선을 이틀 앞둔 7일 각당은 막판 판세를 점검하며 접전지의 득표율을 높이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 마련된 종합상황실에서 득표 전략을 논의했으며(위), 통합민주당도 당산동 당사의 선거상황실에서 표심을 공략할 정책 공약을 분석했다. 박경모 기자
■ 의석수 따른 ‘포스트 4·9총선’ 시나리오

목표 달성못하면 당내 갈등 폭발 가능성

제18대 총선 결과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향후 4년간 국정 운영 궤도를 가늠할 중대한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원내 1, 2당이 유력한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은 총선 후 약 3개월 전후로 새 지도체제 출범까지 앞두고 있어 선거 결과에 따라 그 이후 정국이 요동칠 가능성도 있다. 정치권에서는 ‘포스트 총선’ 정국을 좌우할 가장 큰 변수는 한나라당이 확보할 의석수라는 데 이견이 없다.

○ 한나라당 목표는 안정과반수

한나라당이 과반을 가까스로 넘기는 150대 초반 의석을 얻을 경우 자유선진당 친박연대 등 보수성향 정당의 도움을 받아야 원하는 입법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국회 본회의에서는 과반수를 확보하지만 과반수가 안 되는 상임위원회가 많기 때문에 법안 등의 상임위 통과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소수 정당들은 한나라당 민주당 사이에서 공조와 견제를 적절히 병행하면서 몸값을 최대한 높이려 할 가능성이 높다.

한나라당이 160석이 넘는 안정 과반의석을 얻을 경우 정치권은 한나라당 1당 중심 체제로 개편되고 당장 18대 원 구성 준비 단계에서부터 그 파장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나라당은 일부 상임위원장직을 양보하더라도 국회 모든 상임위에서 과반을 점하게 될 공산이 큰 만큼 이명박 대통령의 경제살리기와 공약을 뒷받침할 각종 관련 법안들을 첫 6월 개원 국회에서 처리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할 게 분명하다.

이 대통령이 임기 초반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규제 개혁을 위해 출자총액제한 관련 공정거래법, 공장설립 및 환경규제 완화를 위한 수도권 정비계획법 개정 등이 최우선 대상으로 거론된다. 반면 한반도 대운하 같은 민감한 사안들은 하반기 이후로 순위가 밀릴 개연성이 크다.

한나라당 내부적으로는 공천 분란과 계파 갈등이 가라앉고 ‘이명박당 체제’가 확고히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비록 ‘친박근혜’계 인사 상당수가 원내에 진입할지라도 6월 원 구성 전까지는 당이 부드럽게 굴러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만약 한나라당이 과반에 미달하는 의석을 얻게 될 경우 공천 책임론이 불거지고 당이 심각한 내홍에 휩싸이는 등 총선 패배 후유증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당 지도부와 영남권을 중심으로 한 친이명박계, 공천 과정에서 ‘이상득 부의장 공천 반대’ 목소리를 냈던 ‘친이’ 소장파들, 친박 세력들이 각개약진하면서 사사건건 충돌하고 내분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공천 탈락으로 탈당해 당선된 친박연대 또는 무소속 등 ‘범박’ 연합세력의 복당 및 영입 문제가 조기 공론화하면서 박 전 대표 등 친박 세력의 ‘당권 행보’가 힘을 얻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친박 세력 일부에서 주장하는 ‘박근혜 대표론’이 수면 위로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

○ 민주, 독자적 견제 위해 100석 목표

현재 민주당은 당 내부에서조차 “정체성도, 노선도 불분명한 임시 체제”라는 목소리가 높다. 대선을 앞둔 합당 과정에서 각 계파는 물론 시민단체 출신까지 영입하다 보니 한때 6, 7개의 계파가 난립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총선 의석수와 관계없이 총선 직후부터 노선 투쟁을 동반한 심각한 당권 경쟁에 들어갈 것이라는 게 민주당 안팎의 전망이다.

이미 당 내에는 손학규 박상천 공동대표, 정세균 강금실 공동선대위원장,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한명숙 전 국무총리, 원혜영 천정배 송영길 의원 등이 총선 후 3개월 안에 실시되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에 뛰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총선에서 100석 이상을 얻을 경우 손 대표의 입지가 굳어지면서 일단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총선 실패론에 휘둘리지 않게 된 손 대표로서는 최대한 전당대회 시기를 늦추면서 활용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동원해 자파 세력을 늘려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100석을 확보할 경우 독자적으로 개헌논의를 저지할 수 있기 때문에 당 내분이 격화되지 않은 채 단일대오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문제는 100석 미만을 얻어 정국 주도권을 상실할 경우. 손 대표의 입지가 급속도로 약화되면서 상당기간 차기 당 대표를 노리는 후보군들의 춘추전국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전통적 텃밭인 호남 세력과 옛 열린우리당 시절 주류이던 수도권 세력의 노선 충돌 가능성도 점쳐진다.

호남 세력의 경우 정세균 공동선대위원장을 중심으로 하는 옛 열린우리당 출신과 박상천 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옛 민주당 출신으로 크게 나뉘며, 여기에 김효석 원내대표, 최인기 정책위의장, 이낙연 의원 등도 개인적 야망에 따라 분화될 가능성이 높다.

노선 투쟁이 격화될 경우 총선에서 살아남은 친노(親盧·친노무현) 세력의 분화도 배제할 수 없다. 친노 세력의 대표적 인물인 이해찬 전 국무총리, 유시민 의원 등은 탈당한 상태지만 당 내에는 아직도 친노 세력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한 상태다.

여기에 전남 목포에서 출마한 박지원 전 대통령 비서실장, 무안-신안의 김홍업 의원 등이 당선 후 복당할 경우 ‘동교동계’가 부활하면서 민주당 내분은 더욱 갈피를 잡기 어려워질 수 있다.

선진당, 교섭단체 실패땐 외부영입 모색할 듯

○ 작은 정당 운명은 총선 결과에 따라

자유선진당은 교섭단체(20석) 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선진당 허성우 종합상황실장은 “충남 8석, 충북 2석, 대전 5석, 나머지 지역 3석을 얻고 비례대표에서 6, 7석을 얻을 수 있다”며 교섭단체 구성을 자신했다.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선진당은 우세 7곳, 경합 7곳으로 최대 14석까지 확보할 수 있다. 정당득표에서 대선 때 이회창 총재의 득표율인 15%를 득표한다면 8명의 비례대표를 확보해 최대 22석까지 가능하다. 교섭단체를 만들 경우 선진당은 보수야당으로 자리 잡으며 이후 지방선거나 대선을 겨냥해 세 확산에 나설 수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교섭단체를 구성하기가 만만치 않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경합 7곳 중 상당수가 오차범위 내 열세인 데다가 여론조사 지지율에 비춰 볼 때 정당 득표율도 10%를 넘기기가 쉽지 않기 때문.

교섭단체를 구성하지 못할 경우 총선 이후 친박연대나 무소속 당선자와 연대해 교섭단체 구성을 꾀할 가능성이 크다.

친박연대와 친박계 무소속은 총선 후 연합할 경우 10석 이상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모두 한나라당 복당을 희망하고 있다. 복당해 박 전 대표를 구심점으로 다시 당권 장악에 나서겠다는 것.

이들의 운명은 한나라당 성적표에 달려 있다. 한나라당이 압도적인 과반 의석을 확보하면 복당 문제는 요원해질 개연성이 높다. 이 경우 이들은 선진당과의 연대, 한나라당 내 친박계의 탈당 후 연대 등 다양한 방법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17대 총선 때의 민주노동당이 양분된 민노당과 진보신당은 이번 총선 이후에도 ‘진보연대’를 형성해 정책연대를 할 계획이다. 이선희 진보신당 선대위대변인은 “비록 소수지만 진보적인 두 정당이 사안별로 손을 잡을 때 고삐를 죌 수 있다”고 연대 필요성을 거론했다.

박승흡 민노당 대변인 역시 “4년 전 17대 총선보다 낮아진 진보정당 지지율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면서도 “두 진보정당이 다른 길을 갈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두 정당은 18대 총선에서 최대 6석(민노당), 4석(진보신당) 확보를 기대하고 있다.

민노당은 권영길(경남 창원을) 강기갑(경남 사천), 진보신당은 노회찬(서울 노원병) 심상정(경기 고양 덕양갑) 등 지명도 높은 의원 출신 후보들의 지역구 승리에 당력을 모으고 있다. 두 정당이 예상하는 비례대표 의석수는 각각 4석, 2석이다.

창조한국당은 서울 은평을에서 선전하고 있는 문국현 후보의 당선을 전제로 첫 원내 진출을 기대하고 있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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