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30 ]벼락치기 총선…공천, 제1당은 1명도 못정해

  • 입력 2008년 3월 10일 02시 59분


4월 9일 치러지는 18대 총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야의 공천 작업이 늦어지면서 인물 및 정책 검증은 부실해지는 반면 조직 동원과 바람 선거가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은 휴일인 9일에도 총선 후보자 공천 심사를 진행했지만 각 당의 총선 준비 일정은 과거에 비해 한 달 이상 늦어지고 있다.

비례대표를 포함한 299명의 국회의원 정수를 기준으로 했을 때 여당인 한나라당은 167명을 공천 내정하거나 확정해 56%의 진행률을 보이고 있다. 원내 1당인 민주당은 단 한 명의 공천자도 발표하지 않았다.

분당과 창당의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민주노동당은 비례대표를 포함해 94명, 진보신당(가칭)은 20여 명의 후보자가 정해졌고 자유선진당은 한 명도 공천을 확정하지 못했다.

2000년 4·13총선에서는 선거 두 달 전인 2월 중순에 주요 정당의 후보가 거의 확정됐고 2004년 4·15총선에서는 2월 말에서 3월 초에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지역구 후보를 대부분 발표했다.

각 당의 공천이 지지부진한 이유는 대선과 새 정부 출범 등의 정치 일정 때문이기도 하지만 공천 탈락자들이 탈당해 새로운 정당을 창당하거나 다른 당에 합류 또는 무소속 연대 등의 형태로 세력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의도적으로 일정을 늦춘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안개 속 총선’의 피해는 고스란히 유권자의 부담이다. 한 표를 행사하고 싶어도 인물과 공약을 따져볼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급조된 후보가 뒤늦게 지역구로 달려가더라도 현장과 밀착된 구체적 공약을 마련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다급한 후보자들이 선거 브로커나 사조직 등에 의존하려는 유혹에 빠져 과거의 조직 선거가 되살아나거나 지역 정서를 등에 업은 바람 선거가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임성호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역대 총선에서 이처럼 공천이 늦어진 전례를 본 적이 없다”면서 “유권자들이 합리적 판단을 할 시간이 없다 보니 지역주의나 정당 등 집합적인 요소에 이끌리는 비이성적 투표 양상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4·9총선은 이달 25, 26일 선거관리위원회에 후보 등록을 하고 4월 3, 4일 부재자투표를 실시한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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