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30]한나라당 현역 고진화-송영선-문희 ‘쓴잔’

  • 입력 2008년 3월 10일 02시 59분


한국 근우회 회원들이 9일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 앞에서 공천심사위원회의 밀실공천, 내정공천 등 의혹에 대해 한나라당 지도부가 나서지 않고 있다며 빨간 고무장갑과 핫바지를 동원해 시위를 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한국 근우회 회원들이 9일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 앞에서 공천심사위원회의 밀실공천, 내정공천 등 의혹에 대해 한나라당 지도부가 나서지 않고 있다며 빨간 고무장갑과 핫바지를 동원해 시위를 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회는 8일과 9일 수도권과 충청 지역 등 모두 22개 지역구의 공천 내정자를 추가해 발표했다.

당 최고위원회로부터 재심 요청이 들어온 서울 강북을과 은평갑의 후보는 모두 교체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강북을에는 노원을에 공천 신청했던 이수희(여) 변호사가 내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 공천 확정자 및 내정자는 모두 167명으로 늘어났다.

현역 의원으로는 당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했던 고진화(서울 영등포갑) 의원과 친(親)박근혜계인 비례대표 송영선, 문희 의원이 탈락했다.

고 의원은 비례대표인 전여옥 의원에게 밀렸다. 전 의원은 지난해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막판 이명박 캠프의 선대위 부위원장을 지냈다. 나머지 21명은 모두 원외 인사가 공천을 받았다.

▽친이명박계 대거 내정=공천 내정자 중에는 친이계 14명, 친박계 4명, 중립은 4명으로 친이계가 강세를 보였다.

경기 안양 동안갑에 출마했던 송 의원과 서울 금천의 문 의원은 각각 친이계로 분류되는 최종찬 전 건설교통부 장관과 안형환 전 KBS 부장에게 고배를 마셨다.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으로는 대선 후보 경선 당시 이 후보 캠프의 대변인을 지낸 장광근 전 의원이 서울 동대문갑 후보로 내정됐다. 강승규 전 대통령직인수위 부대변인과 박명환 MB연대 대표도 각각 서울 마포갑과 광진을에 내정됐다. 당내에서 전략공천 이야기가 나돌던 마포을에는 강용석 변호사가 내정됐다.

친박 인사로는 박 전 대표의 공보특보를 맡았던 구상찬 당협위원장과 시의원 출신의 한기온 대전 제일학원 이사장이 각각 서울 강서갑과 대전 서갑에 내정됐다.

서울 관악을에서는 김철수 당 재정위원장이 박종진 전 MBN 국제부장 겸 앵커와 김수한 전 국회의장의 아들인 김성동 당 부대변인을 물리쳤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동생인 김호연 빙그레 회장은 충남 천안을에 내정됐고 천안을에 공천 신청했던 윤종남 전 서울남부지검장은 인접지역인 천안갑에 내정됐다.

▽동작갑, 의외의 인물 내정=주말 공천 발표에서 서울 동작갑의 공천 결과는 정치권에서 가장 큰 화제로 오르내렸다. 동작갑은 홍정욱 전 헤럴드미디어 회장, 아나운서 유정현 씨, 서장은 당협위원장의 ‘3파전’이 예상됐지만 승자는 권기균 당 부대변인이었다.

책 ‘7막7장’으로 대중에게 친숙한 홍 전 회장은 이 대통령과 친분이 있고 부인의 이모부가 정몽준 최고위원이어서 유력한 후보로 꼽혔다. 출마 선언 직후 불거진 부인과 자녀들의 이중국적 문제가 걸림돌이 됐다는 후문이다.

유 씨는 아나운서 출신의 한나라당 이계진, 한선교 의원의 뒤를 잇는 인물로 꼽혔고, 대선 때도 이 대통령 후보 유세에 앞장섰다. 서 위원장은 17대 총선에 이 지역에서 출마했으며 이 지역구에서 오래 의원을 지낸 서청원 전 대표의 후계자다.

한양대 공대 출신의 권 부대변인은 강재섭 대표 계열로 파란의 주인공이 됐다.

유 씨는 중랑갑에 전략 공천될 가능성이 있으며 홍 전 회장은 비례대표 물망에 오르고 있다.

▽공천 탈락자, 강력 반발=한나라당 공천 탈락자들의 반발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4선의 친박계 이규택(경기 이천-여주) 의원은 9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오직 박근혜의 측근이라는 이유로 보복을 당했다”며 “공정한 공천 재심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탈당까지 불사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천에 탈락한 한나라당 현역 의원이 무소속 출마를 공식 거론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 영등포갑 공천심사에서 탈락한 고진화 의원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대운하 정책을 반대해 온 그간의 원칙과 소신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왔다”면서 “이명박의 대운하가 맞는지 고진화가 맞는지 국민 선택에 맡기겠다”고 말해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택기 강원대 교수에게 고배를 마신 강원 태백-영월-정선-평창의 김용학 전 의원도 “공천을 받은 후보는 새천년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을 오간 철새 정치인”이라며 “결과를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추가 공천 내정자(22명)
서울(11)박명환(광진을·MB연대 대표), 장광근(동대문갑·전 국회의원),강승규(마포갑·전 대통령직인수위 부대변인), 강용석(마포을·변호사),김용태(양천을·전 인수위 전문위원), 구상찬(강서갑·전 박근혜 전 대표 공보특보),안형환(금천·전 KBS 외교안보데스크 부장), 전여옥(영등포갑·국회의원),권기균(동작갑·한나라당 부대변인), 김철수(관악을·한나라당 재정위원장),윤석용(강동을·한나라당 당협위원장)
대전(3)한기온(서갑·제일학원 이사장), 나경수(서을·법무법인 둔산 대표변호사),송병대(유성·대전시당 수석부위원장)
경기(3)최종찬(안양 동안갑·전 건설교통부 장관), 정재학(광명갑·정당인), 박상길(평택을·변호사)
충북(2)오성균(청원·변호사), 김경회(증평-진천-괴산-음성·전 진천군수)
충남(3)윤종남(천안갑·전 서울남부지검장), 김호연(천안을·빙그레 회장),김영갑(논산-계룡-금산·법무법인 서광 대표변호사)
자료: 한나라당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정기선 기자 ks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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