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약고’ 대구-경북 ‘난산’

  • 입력 2008년 3월 5일 02시 58분


현역의원 교체폭 놓고 격론… 결론 못내

공심위 “영남권 내정자 주말 일괄발표”

한나라당은 4일 당의 텃밭인 대구 경북 지역 공천 신청자에 대해 심사를 진행했지만 이례적으로 공천 내정자를 단 한 명도 발표하지 못했다.

물갈이와 개혁 공천이라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다선 고령 의원과 박근혜 전 대표와 가까운 의원들이 다수 포진한 이 지역은 언제라도 터질 수 있는 공천 갈등의 ‘화약고’와 같기 때문이다.

공천심사위원회 간사인 정종복 의원은 이날 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오늘 심사를 통해 기존의 3, 4배수로 압축된 지역을 2, 3배수로 재(再)압축했다”면서 “(다른 지역과 달리) 단수 후보로 결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재압축 과정에서 현역 의원이 탈락한 사례는 없다”고 덧붙였다

또 정 의원은 “5일 부산 울산 경남 지역에 대한 심사도 2, 3배수로만 압축한 뒤 대구 경북과 함께 심사해 이번 주말쯤 한꺼번에 발표하기로 했다”며 영남 지역 공천 내정자 선정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음을 시사했다. 한나라당은 공천이 확정되지 않은 수도권 내정자도 이번 주말 발표할 예정이다.

이날 심사에서는 현역 의원 교체 폭을 놓고 공심위원들 간에 격론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대구 경북 지역에는 친박(親朴·친박근혜 전 대표) 성향의 의원이 많아 이들 중 일부가 물갈이 대상으로 거론되는 바람에 논란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심사에서 경합지역은 대부분 2배수로 압축됐으나 3명이 경합하던 중진 의원들의 지역구는 전혀 압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관심 지역인 대구 동을은 박 전 대표 최측근인 유승민 의원과 친이(親李·친이명박 대통령) 성향의 서훈 전 의원으로 압축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북 고령-성주-칠곡은 친박 이인기 의원과 친이 주진우 전 의원이, 영천은 친박 정희수 의원과 친이 김경원 전 대구지방국세청장이, 안동은 권오을 의원과 허용범 전 조선일보 워싱턴 특파원이 각각 압축 후보로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심위가 영남 지역 공천 내정자의 발표를 미룬 것은 탈락한 현역 의원들의 극심한 반발로 공천 심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게 되는 최악의 상황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날 공심위원들은 영남권 후보 내정을 미루는 데 대해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천 갈등 후유증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당내 모든 계파에 공감대가 형성되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박경모 기자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박경모 기자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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