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당선자-강 대표 "'차떼기당' 날아갔다"

  • 입력 2007년 12월 24일 17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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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와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의 24일 회동은 닷새 전 '대선 승리'의 감격이 채 가시지 않은 듯 다소 들뜬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최근 '당정분리'와 '당정일체' 문제가 공론화되고 있는 가운데 열려 자칫 무거운 자리가 될 수도 있다는 일각의 관측을 비웃기라도 하듯 두 사람은 시종 밝은 표정으로 덕담을 건네는 등 '크리스마스 이브'에 걸맞는 화기애애한 장면을 연출했다.

이달말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출범 후 이 당선자의 집무실로 사용될 것으로 알려진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열린 이날 회동은 약 15분간 언론에 공개된 이후 40분 이상 계속됐다.

특히 두 사람은 비공개 회동 후에도 임태희 전 후보비서실장, 박재완 대표비서실장, 박형준 나경원 대변인, 주호영 의원 등 배석자들을 모두 물리치고 10여 분간 독대 시간을 가지며 '밀담'을 나누기도 해 눈길을 끌었다.

첫 화제는 태안 기름유출 사고현장 자원봉사. 강 대표가 "26일 태안에 (자원봉사) 간다"고 전하자 이 당선자는 "그 근처에 있는 가게들이 장사가 안되니 도시락도 싸지 말고 가야 한다"며 현지 음식점을 이용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어 강 대표가 "흡착포가 모자란다고 해서 선거 때 사용한 플래카드를 가져 가려 한다. 당에서 연구를 많이 한다"고 자랑삼아 소개했고, 이 당선자도 "그거 좋다. 버리지 않고 재생하니까 좋다"면서 "26일이면 날짜도 좋다. 크리스마스 다음날 가는 게 좋다"고 격려했다.

두 사람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대화의 주제를 자연스럽게 지난 대선 당시의 경험담으로 넘겼다.

이 당선자는 "한나라당이 이번에 차떼기당 (이미지가) 완전히 날아갔다. 역사적으로 이렇게 돈을 안 쓴 선거는 처음"라면서 "과거에는 돈을 써야 했는데 이번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큰 일을 한 것"이라고 자평했다.

그는 특히 "한나라당이 돈 안쓰는 정치를 하니까 기업하는 사람들이 깜짝 놀랐을 것"이라면서 "지난번에 당협위원장들을 한자리에 불렀을 때 진짜 (돈을) 안 주니까 놀라더라"며 농을 던지기도 했다.

이에 강 대표도 "후보가 돈을 안 쓰니까 그렇게 된 것이다. 그런데 돈을 안 쓰니까 표가 더 나오더라"면서 너털웃음을 지었다.

강 대표는 또 이 당선자가 "강 대표가 훈장 받아야지"라며 자신을 치켜세우자 "기본적으로 후보가 수도권에서 (지지세가) 강하니까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수도권에서 강하고 (국민이) 경제살리기를 너무 원하니 당은 관리만 잘하면 됐었다"며 이 당선자에게 '공(功)'을 돌렸다.

두 사람은 서로 덕담을 주고받은 뒤 대선 이후 정국 현안에 대해서도 우회적으로 의견을 내비쳤으나 밝은 표정을 유지했으며, 특히 당정간 관계 설정에 대해서도 의견을 같이 하며 좋은 분위기를 이어갔다고 박형준 대변인이 전했다.

한편 이 자리에서 박 대변인은 최근 인수위원장 인선에 대한 언론의 추측기사가 난무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이 당선자에게 발표 시기와 방식을 조율해 줄 것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변인은 "오늘 회동에서 인수위원장 인선에 대해서는 전혀 대화가 없었다"면서 "아직 (인수위원장은) 결정되지 않았으며, 결정되면 내일 오후에 공식 발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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