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교체 물밑에선]방송사 낯뜨거운 ‘변신’

  • 입력 2007년 12월 22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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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K 의혹’ 집중 조명하다 ‘샐러리맨 신화’ 일제히 찬사

李 타지도 않은 車 따라붙으며 생중계까지

“우리가 보기에도 좀 낯 뜨겁다.”

대선 직전까지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BBK 관련 의혹 등을 집중 보도했던 일부 지상파 방송사가 대선 직후 이 당선자에 대한 보도 태도를 대폭 수정하자 한나라당 내부에서 나오는 뒷말이다.

한나라당은 대선 전까지 일부 방송사와 매체의 보도를 편파적이라고 주장해 왔다. 지난달 22일 MBC가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통해 BBK 사건의 김경준(수감 중) 씨 누나 에리카 김 씨 인터뷰를 여과 없이 내보내자 23, 29일 잇따라 MBC를 항의 방문하기도 했다. 이방호 사무총장은 지난달 30일 “특정 방송이 편파적으로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KBS는 ‘시사 기획 쌈’이란 프로그램을 통해 대선 후보 검증을 하며 이명박 당선자에게 상대적으로 시간을 더 할애했다는 논란이 불거졌고, 한나라당은 이 프로그램을 방송위원회에 제소해 결국 ‘주의 징계’를 받아냈다.

대선 막판에 ‘BBK 동영상’이 터져 나오자 이들 방송사 메인 뉴스를 통해 파문은 확산됐고, 나경원 대변인은 17일 논평을 내고 “2개 (지상파) 방송사는 (BBK) 동영상을 보도하며 ‘이명박 후보가 직접 BBK를 설립했다고 말했다’는 취지로 보도했는데 이는 명백히 허위 사실”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19일 오후 투표 종료 직후부터 이 후보의 당선이 확실해지자 일부 지상파 방송사는 기존에 찾기 힘든 다양한 방식으로 이 당선자 관련 보도를 내보냈다.

KBS는 개표방송 중인 이날 오후 8시경 이 당선자가 머물고 있던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이 당선자가 평소 타고 다니던 검정 승합차가 움직이자 그가 탄 것으로 판단해 차량 움직임을 중계 방송했다. 마라톤 중계에 사용하는 카메라가 달린 오토바이를 사용해 이 당선자 승합차를 오른쪽에서 줄곧 따라붙으며 10여 분간 화면을 내보냈고, 앵커는 “이명박 후보는 저 안에서 당선 소감을 밝히는 기자회견문을 검토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그 승합차 안에는 이 당선자가 없었다. 알고 보니 그 승합차는 이 당선자의 예상 동선을 미리 확인하려는 예행연습 중이었던 것.

이를 본 일부 누리꾼은 “대통령 당선자가 차량에 탔는지 확인하지도 않고 경마 중계하듯 공공 자산인 전파를 낭비해도 되느냐”는 비판을 쏟아냈다.

KBS는 개표방송 도중 ‘이명박 그는 누구인가’란 다큐멘터리를 통해 이 당선자의 성공 신화를 집중 조명했다. 이 프로그램은 이 당선자가 고난을 이겨낸 어린 시절을 소개하고 서울시장으로서 대중교통 체계를 개편하고 청계천을 복원한 추진력과 노력을 보여 주었다.

MBC도 개표방송 ‘선택 2007’ 방송 중 ‘이명박은 누구인가’ ‘샐러리맨 신화의 완결’이란 보도를 통해 이 당선자의 성공 신화를 다뤘다.

21일 오후에는 ‘생방송 시선집중’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대선 당일 이 당선자가 서울 종로구 가회동 자택 앞에서 지지자들에게서 생일 케이크를 받고 좋아하는 장면 등 ‘우호적인’ 화면을 잇따라 내보냈다.

편파방송저지시민연대 최홍재 운영위원장은 “한마디로 정권의 풍향에 민감한 방송의 한계를 보여 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KBS 관계자는 “이전 보도와 상관없이 당일 국민의 선택을 받아 대통령에 당선된 사람에게 재를 뿌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MBC 측은 “보도 태도가 바뀐 것은 아니고 보도하는 대상의 변화에 대해 적절히 보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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