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교체 물밑에선]“식사 한번”은 기본…안가던 교회에도

  • 입력 2007년 12월 22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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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각 부처 고위관료들의 발걸음이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 쪽으로 쏠리고 있다.

이 당선자 측에 ‘측근을 만나게 해달라’는 청탁전화가 쇄도하는 등 인맥을 총동원해 이 당선자 측과 줄을 대기 위한 움직임이 급증하고 있다. 대통령과의 ‘정치적 거리’가 얼마만큼 가까운가에 따라 새 정부에서 자신의 ‘운명’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 전직 관료출신 전화 몸살

한나라당 경선이 끝난 뒤 이 당선자 캠프에 합류한 전직 외교안보 부처 출신 A 씨는 최근 전화 받기가 두렵다고 한다. 전에 몸담았던 부처의 선후배 동료들이 수시로 전화를 걸어와 “한번 식사나 하자”고 만남을 제안하기 때문이다. 무조건 거절하자니 “벌써부터 어깨에 힘이 들어갔느냐”는 비난이 마음에 걸리고, 만나자니 들어주지도 못할 청탁에 관계만 서먹해지기 때문이다.

이 당선자 측에 직접 줄을 대기 어려운 일부 고위공직자들은 평소 접촉을 꺼렸던 언론사 기자들에게 “한번 만나 얘기나 좀 하자”며 ‘언론을 통한 이 당선자 측 내부 동향 파악’에 나서기도 한다.

○ 인맥을 찾아라

재정경제부 기획예산처 산업자원부 등 경제부처의 국장급 이상 간부들은 학연이나 지연이 있는 이 당선자 측근들에 줄을 대기 위해 마음이 바쁘다고 한다.

한 경제부처에서는 특정 대학 출신들이 사적인 모임을 갖고 이 당선자 측에 같은 대학 출신 측근 브레인이 누구인지, 측근 인사들의 성향은 어떤지, 누가 핵심 인사들인지 등에 대한 정보를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위원회의 한 고위 관료는 최근 이 당선자와 학교 동문인 한 시중은행 고위 인사와 부부 동반으로 저녁식사를 함께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금융감독원의 고위 관계자는 평소 잘 나가지 않던 교회 모임에 나가며 이 당선자와 같은 학교 출신 인사들과의 교류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를 두고 내부에서는 “현 정부에서 중용된 만큼 차기 정부에서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미리 학연에 의지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규용 환경부 장관은 최근 간부회의에서 “정치권에 서로 줄을 대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학연 지연 등을 동원해 당선자 측에 줄을 대려는 일부의 움직임을 경계하는 뜻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 인수위원회와 청와대 입성 경쟁

경제부처 국장급과 과장급 관료들은 이 당선자의 공약집을 구해 정독을 하거나 언론에 보도된 이 당선자의 발언과 성향을 파악하며 새로운 정책 대안을 연구하기도 한다.

최근 한 고위관료가 예고 없이 이 당선자 최측근에게 찾아왔다. 그는 자신의 이력서와 함께 이 당선자의 경제정책과 관련된 두툼한 보고서를 내밀며 “인수위에 들어갈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부탁했다.

이 당선자 최측근은 “그냥 모른 척하자니 미안하고 청탁을 들어줄 수도 없어 난감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 당선자 측근들 상당수는 자신의 휴대전화가 울리더라도 알고 있는 번호가 아니면 받지 않거나 예정된 공식 만남이 아니면 아예 회피하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에서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파견 인선을 놓고 간부들간 경쟁이 치열하다고 한다. 역대 간부들이 인수위에 파견 갔다 오면 모두 1급으로 승진했기 때문이다.

교육부 내부에서는 참여정부의 교육 정책이 이 당선자 기조와 크게 달랐던 점 등을 감안해 본부보다는 외부에 나가있던 인사가 인수위에 갈 가능성이 높을것 이라는 자체 하마평도 나돌고 있다.

서울시 간부들은 다소 들떠 있다고 한다. 이 당선자가 서울시장으로 재직할 당시 이 당선자 측근들과 맺은 인연을 통해 청와대로 자리를 옮기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전망 때문이다. 특히 청계천 복원공사, 중앙버스전용차로제 실시 등 굵직한 사업을 시행하면서 고생을 했던 몇몇 사람들은 더욱 기대가 크다고 한다.

○ 불안에 떨고 있는 공무원들

장관, 차관은 물론 1급 고위 간부들은 정권이 바뀔 경우 자신들의 운명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판단에 따라 가장 불안해한다고 한다.

특히 건설교통부는 이 당선자와의 악연으로 좌불안석이다. 이 당선자가 추진하려는 경부운하, 용산민족공원 조성 등에 대해 사사건건 대립해 왔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 당선자가 건교부를 환경부 등과 통폐합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건교부 간부들은 선거 전부터 거취를 둘러싸고 좌불안석이었다.

건교부의 한 관계자는 “일부 간부들은 이미 경부운하 등에 대해 사업이 되는 쪽으로 다시 검토해 보라는 지시를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공무원 특성상 정권이 바뀌면 그에 맞춰 행정을 뒷받침해야 할 것 아니냐”며 “매번 해오던 일이라 특별할 건 없다”고도 말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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