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昌측 “李후보 본인의 말… 증거 확실”

  • 입력 2007년 12월 17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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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강연 전엔 “김경준이 BBK 설립” 밝혀

■ 광운대 강연 시점 상황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가 2000년 10월 17일 광운대 최고경영자과정 강연 도중 “금년 1월에 BBK라는 투자자문회사 설립을…”이라고 말한 것을 두고 지난 6개월간 한국 사회를 뒤덮었던 BBK 실소유주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그러나 이 후보는 강연 직전 언론과의 인터뷰에선 김경준(수감 중) 씨가 BBK를 설립했다고 밝혔거나, 자신이 BBK를 설립했다고 명시적으로 말하지 않아 대조를 보였다. 그가 밝힌 BBK 설립 시점도 달랐다.

▽이명박, 강연 전 인터뷰에선 “김경준이 BBK 설립”=이 후보는 선거법 위반으로 국회의원직을 상실한 후 미국에서 연수를 마친 뒤 귀국해 김경준 씨와 ‘사이버 금융’ 사업을 위한 동업에 들어갔다. 그리고 이 후보는 증권중개회사인 ‘e-뱅크’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설립 예비인가를 받은 2000년 10월 이후 일부 언론과 인터뷰를 했고 논란이 된 광운대 강연을 했다.

이 후보는 그해 10월 16일자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에 없는 새로운 시스템과 기법을 제시하고 싶었다”며 e-뱅크 설립 취지를 밝힌 뒤 “김 사장(김경준 씨)이 지난해(1999년) BBK 설립 이후 한국 증시의 주가가 60(포인트) 빠질 때 아비트리지(차익) 거래로 28.8%의 수익률을 냈다”고 말했다. 실제로 BBK는 1999년 4월 설립됐다.


영상제공 : 대통합민주신당


영상제공 : 대통합민주신당


촬영 : 김동주 기자

이 후보는 같은 날짜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생소한 증권업 투신을 통해 첨단 기법의 증권 업무를 보여 줄 작정이다. 올 초 이미 새로운 금융상품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LKe뱅크와 자산관리회사인 BBK를 창업한 바 있다”고 밝혔다. 문맥상 BBK를 누가 설립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BBK 창업 시점은 동아일보 인터뷰와 다르다.

이 후보는 위 인터뷰가 보도된 지 하루 만에 광운대 강연을 했다.

그는 “제가 다시 한국에 돌아와 인터넷 금융회사(e-뱅크)를 창립했다. 그래서 금년 1월에 BBK라는 투자자문회사를 설립하고 이제 그 투자자문회사가 필요한 업무를 위해 사이버 증권회사를 설립하기로…”라고 말했다.

‘인터넷(사이버) 금융 사업 검토→금융당국에 사이버 증권회사(e-뱅크) 설립허가서 제출→예비인가(허가) 획득’이라는 과정은 언론 인터뷰와 강연이 일치한다. 그러나 BBK의 설립 시점이 언론 인터뷰와 다르고 설립 주체를 놓고 엇갈리는 해석을 낳을 수 있는 표현이 담겨 있다.

강연에서 ‘BBK 투자자문회사는 금년(2000년)에 시작했지만 이미 9월 말로 28.8%의 이익이 났다’는 대목도 ‘김경준 씨가 지난해 BBK 설립 후 28.8%의 수익률을 냈다’는 전날 동아일보 인터뷰와 시점과 주체가 다르다.


촬영 : 이종승 기자

▽신당, 이회창 “이명박 사퇴해야” vs 한나라 “공갈범과 공모하나”=대통합민주신당은 “BBK 진실 공방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이 후보의 후보직 사퇴를 요구했다. 최재성 원내 대변인은 “이 후보가 BBK를 자신이 설립했다고 누차 이야기했다. 한 번 이야기했다면 실수지만 반복적으로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이야기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촬영 : 신원건 기자


촬영 : 이종승 기자

무소속 이회창 후보는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명박 후보 본인의 입을 통해 BBK와 관련된 결정적 증거가 나왔으니 검찰 수사가 완전히 엉터리였다는 게 드러난 셈”이라고 압박했다. 그는 또 “BBK와 관련해 문제가 있으면 당선되더라도 책임을 지겠다고 약속했는데 움직일 수 없는 증거가 나온 이상 선거까지 갈 필요도 없다”며 후보 사퇴를 촉구했다. 이 후보의 류근찬 대변인은 “어리석은 인간들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며 천심을 거역하지만 진실은 가려질 수 없다”고 말했다.


촬영 : 이종승 기자


촬영 : 이종승 기자

이에 한나라당 홍준표 클린정치위원장은 이날 반박 기자회견에서 “실체적 진실과는 전혀 다른 신당의 마지막 폭로”라며 “이 후보의 발언은 김경준을 치켜세우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박형준 대변인은 “한나라당은 공갈미수범이 돈을 요구하는 것을 일언지하에 거절하고 바로 경찰에 신고해 체포할 수 있도록 했다”며 “정동영 후보와 신당 관계자들이 공갈미수범들과 거래하고 공모했는지 철저한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홍 위원장은 “정 후보와 공갈미수범이 통화한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협박과 공갈의 차이::

협박은 누군가를 두렵게 하기 위해 생명이나 신체, 자유, 명예, 재산 등에 해(害)를 가하는 것이고 공갈은 다른 사람을 협박하는 행위다. 사전적인 의미로는 비슷하다. 그러나 형법상 협박과 공갈은 금전적 이득을 목적으로 했느냐에 따라 구분된다. 협박은 금전적 이득을 목적으로 하지 않더라도 범죄가 성립되나 공갈은 금전적 이득을 얻어내기 위한 목적이 있어야 범죄가 된다. 따라서 이명박 대선 후보의 동영상을 미끼로 한나라당으로부터 돈을 뜯어내려 한 범인들은 공갈미수범으로 분류된다.

▼“BBK는 김경준이 단독 설립 객관적 물증으로 이미 입증”▼

■ 김홍일 차장검사 일문일답

서울중앙지검 김홍일 3차장은 휴일인 16일 낮 12시와 오후 5시10분 청사 6층 사무실에서 두 차례 기자간담회를 했다. 간담회에는 최재경 특수1부장과 김기동 부부장도 배석했다.

김 차장은 “투자자문회사 BBK는 김경준(41·구속 기소) 씨가 1999년 4월 27일 단독으로 설립해 운영해온 1인 회사”라며 “수사팀은 객관적인 물증으로 이 같은 사실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김 차장은 “믿을 수 없는 사람의 말에 근거해서 결론을 내지 않았다”며 “재수사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 차장과의 일문일답.

―동영상 존재를 알고 있었나.

“수사 때 확보해서 보진 않았다. 그러나 오늘 봤더니 여러 가지 인터뷰나 동영상 내용과 별반 차이 없었다. BBK 소유주 수사할 때 동영상 인터뷰는 정황 자료였고, 수사팀은 물증과 객관적인 자료로 소유 관계를 확정했다.”

―정치권에서는 ‘BBK 주가조작 사건’을 검찰이 재수사해야 한다고 하는데….

“전혀 (그럴 계획이) 없다. 이 동영상이 수사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다른 인터뷰는 문답인데 이번 인터뷰는 강연에서 이 후보가 먼저 말한 거 아니냐.

“BBK가 2000년 1월에 설립된 것이 아니다. BBK는 1999년 4월 27일에 설립됐다. 우선 시점이 명백히 다르다.”

―당시 투자 유치 활동도 했다고 하던데….

“그건 판단의 문제다. 당시는 LKe뱅크와 EBK증권중개를 김 씨와 이 후보가 동업을 하고, 기왕에 (김경준에 의해)설립된 BBK와는 연계해서 인터넷 금융사업을 한다는 입장이었으니까.”

―이 후보를 상대로 언론 인터뷰에 대해서 서면진술을 받았나.

“그 부분에 대해서 물어봤고, 이 후보가 답변한 것 있지만 결국 BBK의 소유자가 누구냐가 문제 아닌가. BBK 소유자가 누구냐는 문제를 자금추적이나 5990여개의 컴퓨터 파일, 그 당시 BBK에서 실제 근무했던 직원들의 객관적인 진술로 확정했다.”

―이 후보 측은 뭐라고 답변했나.

“그런 취지로 인터뷰한 기억이 없고, 설명과정에서 뜻이 잘못 전달됐다고 했다.”

―결국 BBK에 이 후보의 지분은 없었지만 BBK의 투자금으로 이 후보가 자기 사업을 하려고 했던 거 아닌가. 지분이 없다고 해도 도덕적으로는 문제되지 않나.

“(검찰 수사는)주가 조작 공범이냐 아니냐의 것이지 도덕성은 저희들이 발표할 것이 아니다. 동영상은 결론적으로 종전의 인터뷰들과 별반 차이가 없다. BBK 소유자 문제를 검찰이 객관적 물증으로 확정한 이상 이 부분을 새로운 수사의 단서로 삼아서는 안 된다.”

―이 후보가 자기 것이라고 말한 이유가 뭘까 하는 것은 검찰 수사에는 영향 없지만, 의혹으로 남지 않나.

“소유관계라는 것은 객관적으로 자금 흐름에 따라 확인하는 것이다.”

이에 앞서 김 차장은 대통합민주신당 측이 수사검사 3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직후인 10일 “(BBK를 이 후보가 설립했다는 언론 인터뷰에 대해) 이 후보는 그와 같은 취지로 인터뷰한 것 없고, 설명과정에서 잘못 전달됐다고 진술한다”고 말했다.

김 차장은 “같은 날 동아일보에 보도된 이 후보의 인터뷰 기사 내용은 중앙일보나, 월간중앙 기사와는 달리 BBK는 김 씨가 설립했다는 취지로 돼 있다”고 말했다.

김 차장은 5일 수사결과 발표 때에도 “BBK가 김 씨 소유라는 자필 메모를 수사팀이 확보했으며, 김 씨가 이 후보가 아닌 자기 소유라는 것을 지금은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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