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김경준 말 옮기기

  • 입력 2007년 12월 7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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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 의원 등 즉석 변호인 신청 김씨 면담

수사팀 “정치권이 사실상 수사 방해” 격분

무소속 이회창 대선 후보와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대선 후보 측 소속 변호사들이 5, 6일 잇달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에서 김경준 씨를 석연치 않게 면담한 과정이 구설수에 오르내리고 있다.

특히 이들이 김 씨를 접견한 직후 김 씨가 자신의 범행 사실에는 묵비권을, 누나인 에리카 김 씨의 범행 사실에 대해서는 부인으로 일관해 수사팀은 “정치권이 사실상 수사를 방해한 것 아니냐”며 격분하고 있다.

이 후보 측의 법률지원단장 김정술 변호사는 5일 오후 서울중앙지검을 방문해 “김 씨를 면회하게 해 달라”고 요구했다.

검찰이 “가족들의 요청으로 온 게 아니지 않으냐. 선임계가 없으면 곤란하다”고 거부하자 그는 “정식 변호인은 아니지만 의뢰인이 선임에 동의하는지 물어볼 권리는 있다”고 주장했다.

형사소송법상 ‘변호인 또는 변호인이 되려는 자는 피의자를 접견할 권리가 있다’는 법 조항에 따라 검찰은 결국 김 변호사의 접견을 허락했다.

대통합민주신당 정성호 이종걸 의원, 임내현 부정선거감시본부장도 6일 오전 김 변호사와 똑같은 과정을 거쳤다. 이들은 모두 변호사자격증이 있다.

이들 대부분은 김 씨와 면담한 뒤 기자들에게 김 씨의 말을 그대로 옮겼으며, 김 씨와 면담하는 과정에서 변호사 선임동의서를 받아 선임계를 냈다고 한다.

이로 인해 김 씨를 면담하거나 선임계를 낸 변호인은 10여 명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이들은 김 씨가 조사 과정에 입회해 달라고 요청하면 “바빠서 시간을 낼 수 없다”며 거절한다고 한다.

특별수사팀 소속의 한 검사는 “변호사는 피의자의 권리를 보호해야 하는 사람인데, 피의자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것 같다”며 “정치권 인사가 지금 김 씨와 한배를 타는 것은 결국 자충수가 되고 말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검사는 “정치권에 몸담고 있는 변호사가 계속적으로 김 씨를 면회하는 바람에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정치권 인사가 국가기관의 발표보다 어떻게 ‘위조전문가’의 말을 더 신뢰할 수 있느냐”고 흥분했다.

이 검사는 이어 “에리카 김 씨에 대해 범죄인 인도청구를 하기 위해서는 혐의가 구체적이어야 하는데 김 씨가 누나의 범행 일체를 부인하는 바람에 수사에 어려움이 많다”고도 했다. 검찰은 6일 오후 6시경 김 씨를 서울구치소로 돌려보냈다.

대통합민주신당 정 의원은 “검찰이 김 씨에게 ‘수사에 협조하면 형량을 낮춰 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돼 보복으로 10∼12년 형을 줄 수 있다’고 협박했다”는 김 씨의 말을 옮기며 검찰에 대한 공세를 이어갔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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