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2007 D-16]물건너가는 후보간 합종연횡

  • 입력 2007년 12월 3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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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과 범보수권의 대선 후보 단일화가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현재의 구도대로 대통령 선거가 치러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지고 있다. 각 진영의 단일화가 어려운 것은 대선도 중요하지만 내년 4월 총선거를 치르는 데 어떤 것이 유리할지를 고심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무소속 이회창 대선 후보는 대선 투표일이 가까워질수록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을 부인하는 수위를 높여 가고 있다.

이회창 후보는 지난달 7일 출마선언 기자회견에서 “제가 선택한 길이 올바르지 않다는 국민적 판단이 분명해지면 살신성인의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으나, 며칠 뒤 기자들에게 ‘살신성인’에 대해 “특별한 의미를 두지 마라. 반드시 (선거에서)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달 29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정권 교체다운 정권 교체를 해야 하는 면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로의 정권 교체에) 동의할 수 없다”고 하더니, 1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선 “정권 교체답지 않은 정권 교체를 위해 제가 중간에 물러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인터뷰에서 “표를 얻어서 대통령 한번 돼 보자는 생각이 아니다”며 내년 4월 총선 등 대선 이후 일정을 목표로 계속 정치를 할 의사임을 밝혔다.

이는 내년 4월 총선을 목표로 캠프에 합류하는 인사가 늘면서 더욱 힘을 받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후보가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의 연대에 관심을 기울이는 듯한 발언을 계속하는 것도 대선 후 총선 공천에서 탈락한 박 전 대표 측 인사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얘기도 들린다.

범여권의 후보 단일화 논의 역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가 2일 기자간담회에서 “6일에서 10일 사이를 보고 있다”며 후보 단일화 시한을 밝히자,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 측 김영춘 선대본부장은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 정 후보가 백의종군해 국민에게 감동을 줘야 이길 수 있는 단일화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문 후보 측은 대선을 독자 완주해 5% 이상의 득표율을 기록하면 내년 총선에서 민주노동당 같은 입지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견해와, 문 후보의 가치와 정책을 고수할 수 있는 후보 단일화를 통해 내년을 도모해야 한다는 견해가 맞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합민주신당 관계자는 “창조한국당 일각에서는 정 후보가 대선에서 3위에 그치면 대통합민주신당이 분열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창조한국당이 총선에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 후보 측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해도 후보 단일화 여지는 끝까지 남겨두겠다는 자세가 엿보인다. 유권자들에게 ‘언젠가는 단일화가 되겠지’ 하는 메시지를 남겨놓으면 결국 지지율이 낮은 문 후보 쪽이 기울 것이라는 계산에서다.

문 후보 측은 “정 후보 측에서 ‘문 후보를 찍으면 사표’ ‘문 후보로 단일화돼도 돈이 없어 선거를 못 치른다’는 설을 퍼뜨린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대선 후보 단일화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명박 후보를 중심으로 하는 단일화든, 범여권의 단일화든 지금 시점에서는 큰 의미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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