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꼿꼿 장수’, 北 NLL 무력화 시도 막았다

  • 입력 2007년 11월 29일 20시 13분


코멘트
김장수 국방부장관(왼쪽)과 북한 김일철 인민무력부장이 29일 평양 송전각에서2차 남북국방장관회담 마지막 회의에 앞서 열린 오찬 도중 건배를 하고 있다. 평양=공동사진취재단
김장수 국방부장관(왼쪽)과 북한 김일철 인민무력부장이 29일 평양 송전각에서2차 남북국방장관회담 마지막 회의에 앞서 열린 오찬 도중 건배를 하고 있다. 평양=공동사진취재단
7년 만에 열린 제2차 남북 국방장관회담에서 북측은 예상대로 공동어로수역을 빌미로 서해 북방한계선(NLL)의 무력화에 전력을 기울였지만 남측은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회담 마지막 날까지 공동어로수역 문제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합의문 도출이 물 건너간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지만, 남측의 완강한 태도에 북측이 비켜서면서 막판 합의가 이뤄졌다.

▽집요한 NLL 무력화 공세=북측은 핵심의제인 공동어로수역 설정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시종일관 NLL의 부당성을 주장하며 남측을 압박했다. 북측은 회담 첫날인 27일부터 'NLL 무력화'를 위한 다걸기(올인) 전략을 드러냈다.

NLL을 기준으로 등(等)면적의 공동어로수역 1곳을 시범 운영한 뒤 점차 확대하자는 남측 제안에 대해 북측은 공동어로수역을 NLL 이남에 설치하는 한편 NLL을 고집하지 말고 새 해상불가침 경계선의 설정 문제를 논의하자고 맞섰다.

회담 이틀째 북측의 'NLL 압박'은 더 집요해졌다. 북측 수석대표인 김일철(차수) 인민무력부장은 전체회의에서 "북방한계선을 놓고 (남측) 수구파가 말씀을 많이 하는데 심한 것 같다. 이런 것을 극복하지 못하면 통일이 주춤하고 내분이 생겨서 안 된다"고 말했다.

남측 수석대표인 김장수 국방장관 주최로 열린 답례만찬에서는 "소비한 시간에 비해 결과를 확연하게 바라볼 수 없다. 작은 이익에 집착해 민족의 염원을 외면한다며 후손들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며 남측 대표단을 압박했다.

김 장관은 "우리 입장과 원론적으로 접근하기 어렵고 의견차가 크다. 평행선 분야가 많아 큰 부담"이라며 냉랭한 회담 분위기를 전했다.

북측이 해상불가침 경계선 논의를 요구하면서 경협을 위한 군사적 보장과 직통전화 설치, 국군포로 송환 같은 다른 의제들은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남측 관계자는 "공동어로수역 문제에 걸려 한 발짝도 못나갔다"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하지만 회담 마지막 날인 29일 오후부터 북측 태도가 누그러지면서 남북은 예정을 훨씬 넘긴 이날 저녁까지 실무접촉을 가진 끝에 막판 타결을 이끌어냈다.

군 관계자는 "남측이 'NLL 양보 불가' 방침을 강력히 고수한데다 각종 경협사업이 군부의 고집 때문에 차질을 빚게 됐다는 부담을 고려해 북측이 막판 합의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방장관회담 정례화 하나=남북이 내년 서울에서 3차 국방장관회담을 갖기로 합의함에 따라 남북 군 수뇌 간 공식 만남이 정례화 되는 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담이 2000년 9월 제주에서 열린 1차 회담 이후 7년 만에 열렸지만, 향후 각종 경협사업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실무 차원의 군사접촉이 잦아지면서 신뢰가 쌓일 경우 군 수뇌 간 정기적 만남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남북은 또 이른 시일 내 경협사업의 군사적 보장조치를 취하기로 함에 따라 '2007 남북정상회담'과 남북총리회담 등에서 합의한 문산¤봉동 간 경의선 화물열차 개통, 북한 민간선박의 해주항 직항, 한강하구 공동 이용 등 경협사업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남북이 1992년 기본합의서에서 합의했지만 열리지 않았던 군사공동위원회를 구성하기로 다시 합의함에 따라 남북 간 실질적 신뢰 구축과 긴장 완화를 위한 조치들이 논의될 기반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