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준 계산된 한마디?

  • 입력 2007년 11월 19일 03시 08분


발언마다 정치적 파장… 한나라 “첫언급부터 거짓말”

19일 구속 수감된 ‘BBK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 김경준 씨가 던진 짤막한 발언들이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발언 하나하나가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를 겨냥해 치밀히 계산된 듯한 메시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김 씨는 17일 오전 검찰에 소환되면서 기자들의 다른 질문에는 함구하다가 “자료를 갖고 왔느냐”는 질문에 “자료를 갖고 왔다”고 잘라 말했다. 김 씨는 이 자료를 검찰에 제출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 씨는 16일 송환 직후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해 청사 안에 들어와서는 기자들이 묻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일부러 이때 온 게 아니다. 민사소송이 끝나서 왔다”고 말했다. 대통령 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갑자기 송환에 적극적으로 협조한 배경에 범여권 진영과의 ‘교감’ 흔적이 있다는 한나라당의 기획입국설을 반박하려는 의도로 해석됐다.

김 씨가 ‘끝났다’고 주장한 민사소송은 이 후보의 형과 처남이 대주주인 ㈜다스가 김 씨가 운용하던 MAF펀드에 투자한 190억 원 중 140억 원을 돌려달라고 미국 법원에 낸 것. 올 8월 1심에서 ㈜다스가 졌지만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한나라당은 “사기 위조범의 첫 메시지부터 거짓말인데 앞으로 얼마나 많은 거짓말을 하겠느냐”고 비판했다.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현재 (김 씨 관련) 민사 재판은 옵셔널벤처스코리아 사건, LKe뱅크 사건, 재산몰수 사건, ㈜다스 사건 등 4개가 진행되고 있다. 일부는 증인신문 절차도 중간에 중단됐다”고 반박했다.

김 씨는 또 이날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도착해서는 모여든 취재진을 향해 “와우”라며 놀라움을 표시했고 “한마디 할까요”라는 말을 덧붙였다.

김 씨는 자신의 한마디 한마디가 어떤 파장을 던질지 가장 잘 알고 있으면서도 ‘준비가 돼 있다’는 여유로운 태도를 보인 것이다. 자신의 혐의가 유죄로 인정될 경우 중형을 선고받게 될 피의자의 태도치곤 지나치게 이례적인 모습이었다.

김 씨는 이미 미국에서 귀국을 앞두고 자신의 아버지에게 “(이 후보와) 죽을 각오로 싸우겠다”며 스스로를 2007년 대선 정국 안으로 깊숙이 밀어 넣는 말을 한 바 있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그동안 귀국을 거부해 오다가 하필 대선을 한 달 앞두고 귀국한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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