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길고 긴 주말’…모든 일정 취소 회의 거듭

  • 입력 2007년 11월 10일 03시 02분


코멘트
9일 공식 일정을 모두 취소한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가 자신의 개인 사무실인 서울 종로구 견지동 안국포럼으로 출근하고 있다. 이종승  기자
9일 공식 일정을 모두 취소한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가 자신의 개인 사무실인 서울 종로구 견지동 안국포럼으로 출근하고 있다. 이종승 기자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가 9일 모든 공식 일정을 취소하고 깊은 장고(長考)에 들어갔다. 이회창 전 총재의 대선 3수로 인한 정국 변화와 전날 자신의 협조 요청에도 여전히 꿈적 않는 박근혜 전 대표를 움직일 수 있는 묘안 찾기에 돌입한 것이다.

그는 이날 평소보다 2시간가량 늦은 오전 9시10분경 서울 종로구 가회동 자택을 나서 개인 사무실인 견지동 안국포럼으로 향했다. 그를 태운 승합차가 사무실 앞에 도착했지만 이 후보는 내리지 않았다. 40여 분간 지인들과 휴대전화로 통화를 하면서 해법 구상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차에서 내린 그는 공식 일정이 없어서인지 노타이 차림이었다. 사무실에서는 10여 분 머물며 책을 읽기도 하고, 피곤한 듯 잠시 눈을 감기도 했다.

전날 박 전 대표와의 통화 내용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무거운 표정으로 “잘 협조하자는 이야기를 했다. (박 전 대표와 전화 통화는) 자주 하면 좋다. 같은 당 사람인데 만나고 전화 통화하는 게 뭐가 중요하냐”고 말했다.

그는 기자들을 뒤로하고 이날 오후 늦게까지 서울의 한 호텔에서 참모들과 회의를 하고 지인들을 만났다. 심도 있는 회의를 위해 경호팀도 철수시켰다.

8월 20일 전당대회 이후 거의 매일 숨 가쁘게 달려온 이 후보가 ‘잠행’에 가까운 행보를 보이며 고민을 거듭하는 것은 당 안팎 여건이 더 악화될 경우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 따른 것이다.

특히 범여권이 집중적으로 관련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BBK 주가 조작’ 사건의 김경준 씨가 이르면 17일 귀국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김 씨의 등장 이전에는 최소한 당 화합을 위한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는 긴박한 목소리가 이 후보 주변에서 나온다.

박형준 대변인은 “이 후보가 10일 오후 늦게까지 주변 의견을 듣고서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국 구상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주말까지 해법을 찾지 못하면 기자회견을 무기한 연기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주말은 경선 이후 이 후보가 맞는 가장 긴 주말이 될 듯하다.


▲ 촬영: 이종승 기자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