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이날 평소보다 2시간가량 늦은 오전 9시10분경 서울 종로구 가회동 자택을 나서 개인 사무실인 견지동 안국포럼으로 향했다. 그를 태운 승합차가 사무실 앞에 도착했지만 이 후보는 내리지 않았다. 40여 분간 지인들과 휴대전화로 통화를 하면서 해법 구상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차에서 내린 그는 공식 일정이 없어서인지 노타이 차림이었다. 사무실에서는 10여 분 머물며 책을 읽기도 하고, 피곤한 듯 잠시 눈을 감기도 했다.
전날 박 전 대표와의 통화 내용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무거운 표정으로 “잘 협조하자는 이야기를 했다. (박 전 대표와 전화 통화는) 자주 하면 좋다. 같은 당 사람인데 만나고 전화 통화하는 게 뭐가 중요하냐”고 말했다.
그는 기자들을 뒤로하고 이날 오후 늦게까지 서울의 한 호텔에서 참모들과 회의를 하고 지인들을 만났다. 심도 있는 회의를 위해 경호팀도 철수시켰다.
8월 20일 전당대회 이후 거의 매일 숨 가쁘게 달려온 이 후보가 ‘잠행’에 가까운 행보를 보이며 고민을 거듭하는 것은 당 안팎 여건이 더 악화될 경우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 따른 것이다.
특히 범여권이 집중적으로 관련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BBK 주가 조작’ 사건의 김경준 씨가 이르면 17일 귀국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김 씨의 등장 이전에는 최소한 당 화합을 위한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는 긴박한 목소리가 이 후보 주변에서 나온다.
박형준 대변인은 “이 후보가 10일 오후 늦게까지 주변 의견을 듣고서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국 구상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주말까지 해법을 찾지 못하면 기자회견을 무기한 연기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주말은 경선 이후 이 후보가 맞는 가장 긴 주말이 될 듯하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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