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낮춘 昌, 대선 첫 행보 ‘국민속으로’

  • 입력 2007년 11월 9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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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층과 호흡”… 각계 지도자 방문 일정 바꿔

5년전에 수십명 이르던 수행원은 크게 줄어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무소속 대선출마 선언 후 첫 공개행사로 8일 소년소녀가장 가정과 중증장애인 노인부부들을 방문했다. 측근들이 첫 행보로 정치·종교지도자 방문 계획을 잡았으나 이 전 총재가 일정을 바꾸도록 했다고 한다.

이 전 총재 측은 당분간 대선행보 전략을 ‘국민 속으로’로 정했다. 귀족 이미지를 벗고 서민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간다는 전략이다. 다음 주에는 일주일 동안 전국을 버스 투어할 예정이다.

이 전 총재는 이날 기자들에게 “정치를 사회적인 약자와 소외된 분들을 만나고 호흡하면서 시작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 측근은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 주류세력 공략에 치중하다 패배한 기억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이 전 총재의 행보는 5년 전과는 판이해 쓸쓸함마저 느껴졌다. 그를 수행한 사람은 이채관 보좌관과 측근인 지상욱 씨, 경호원 등 예닐곱 명에 불과했다.

꼭 5년 전인 2002년 11월 한나라당 후보였던 이 전 총재가 지방을 방문할 때면 함께 움직인 인원은 유세지원단과 의원, 보좌진 등 수십 명이었다. 이 후보가 톨게이트에 들어서면 해당 지역 의원들과 보좌진이 줄을 서서 후보를 맞기도 했다. 의원들도 눈도장을 찍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한편 이 전 총재는 8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단암빌딩 사무실에서 강삼재 전 한나라당 사무총장과 향후 행보에 대해 논의한 뒤 본격적인 선거대책본부를 구성하기 전 ‘조정회의’를 수시로 가지기로 했다.

사실상 선거 캠프의 주축이 될 이 회의에는 강 전 총장, 박근혜 캠프에서 활동했던 이영덕 전 조선일보 부국장, 이흥주 특보, 건국대 최한수 교수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강 전 총장은 “이 전 총재와 국가관, 시국관이 비슷해 합류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단암빌딩 사무실은 이 전 총재 후원회장을 지낸 이정락 변호사, 이충길 전 국가보훈처장 등 지지자들로 하루 종일 북적거렸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촬영:신원건 기자

▼‘昌 대선자금’ 변호인, 李캠프로▼

서정우 변론 이두아씨… 한나라, 폭로회견 취소 해프닝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측의 2002년 불법 대선자금 모금 과정에 깊숙이 관여했던 서정우 변호사의 변론을 맡았던 이두아(사진·36) 변호사가 8일 이명박 대선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에 인권특보로 합류했다.

이 변호사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북한 인권 문제에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온 관점에서 이 후보의 정책에 주목해 왔다”며 “특히 전날 이 전 총재의 대선 재출마 선언을 보고 이 후보를 도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후보가 당선되는 게 시대정신에 맞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나라당은 이날 이 변호사를 통해 이 전 총재의 불법 대선자금 잔금 관련 의혹을 폭로하겠다고 발표했다가 취소하는 해프닝을 벌였다.

당 대변인실은 이날 오후 3시 반경 이 변호사가 ‘대선자금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겠다고 밝혔으나 정작 이 변호사는 “불법 대선자금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 중 한 명이지만 이방호 사무총장이 최근 제기한 대선자금 중 잔금 의혹에 대해서는 별로 아는 게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잔금 관련 의혹을 적은) 수첩을 갖고 있다는 최병렬 전 대표가 검찰에서 수사 정보를 얻고 변호사들에게 이야기를 들은 것은 사실”이라며 뭔가 아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일각에서는 “폭로할 시점이 아니라 밝히지 않았지만 이 전 총재 관련 의혹을 알고 있다는 무언의 압박을 보낸 것 아니겠느냐”고 해석하기도 했다. 못 밝힌 게 아니라 안 밝혔다는 것이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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