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不 규제완화 李 4.0 鄭 1.6… 소외계층 교육엔 둘다 3.0

  • 입력 2007년 10월 26일 03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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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정동영 교육 공약 1~5 지수화 분석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와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의 교육 공약을 분석한 결과 이 후보는 ‘학교 자율 및 수월성 교육 강화’, 정 후보는 ‘정부 주도 및 평준화 정책 유지’ 어젠다를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보가 자문단 8명과 함께 두 후보의 교육 공약 등을 분석해 집권 시 어떤 교육정책을 펼 것인지 예측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평가는 자문단이 교육 분야 8개 항목에 답한 내용을 각각 1∼5의 지수로 계량화했다. 1에 가까울수록 정부 주도 및 평준화 정책 유지, 5에 가까울수록 학교 자율 및 수월성 강화 정책을 펼 것이란 뜻이다. 자문단은 학교 자율 및 수월성 교육 접근도를 묻는 질문에 ‘매우 그렇지 않다’(지수 1), ‘그렇지 않다’(2), ‘보통이다’(3), ‘그렇다’(4), ‘매우 그렇다’(5) 중 하나를 선택했다. 그 결과 이 후보의 전체 평균지수는 3.7, 정 후보 2.6으로 평가됐다.》

○ 자율화 강화와 평준화 확대

자문단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명박 정동영 두 후보 전체 공약의 흐름을 ‘학교 주도형 자율화 강화’(이명박)와 ‘정부 주도형 평준화 보완’(정동영)으로 규정했다.

이 후보는 ‘현행 고교평준화 정책의 기조 변화’(4.1)와 수준별·창의력 교육을 아우르는 ‘수월성 향상’(4.0)에 가장 역점을 둘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정 후보는 대입 본고사,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 제한을 내용으로 하는 ‘3불(不) 정책’(1.6)과 고교평준화제(2.3)의 현행 유지에 역점을 둘 것으로 조사됐다. 정 후보는 ‘수월성 향상’ 분야에서는 2.5로 평가됐다.

단국대 신동희 교수는 “이 후보 공약은 실제적으로 평준화를 부분 보완하는 수준을 넘어 학교 간 차이를 인정한다는 의미로 읽힌다”며 “정 후보는 현행 3불 정책에 대해 세부적인 언급을 하고 있지 않지만, 공약의 전체적 일관성으로 볼 때 유지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만중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정책실장은 “정 후보는 초중고교를 창의력과 개성을 키우는 과정으로 정상화한다고 하고, 외국어고 과학고는 현재 설립목적에 따라 적절히 재편한다는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보면 정 후보가 집권할 경우 현재의 평준화 정책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초중고교 및 대학 자율화’ 항목에서 이 후보는 3.8, 정 후보는 2.6이었다. 권대봉 고려대 교수는 “이 후보의 학교 주도형 자율교육은 수월성 및 창의력 교육의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그러나 이 후보는 질적 평준화, 정 후보는 양적 평준화를 지향한다고 보이므로 평준화 근간이 흔들릴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박충서 정책개발연구실장은 “이 후보는 교육부 업무한계를 대폭 조정하고 감독기능을 최소화하겠다는 매우 구체적인 의견을 적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 “사교육비 부담 감소는 누가 되든 어려운 숙제”

전문가들은 ‘저소득층 및 소외계층 자녀 교육기회’ 항목에서는 두 후보 모두에게 3.0을 책정했다. 평준화 강화 정책을 추구하는 정 후보와 수월성을 추구하는 이 후보 모두 비슷한 평가를 받은 것.

주관적 진단은 다소 엇갈렸다. 한양대 정진곤 교수는 “이 후보 공약은 집이 가난하거나 못 배운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들을 위한 국가적 배려가 다소 부족하다”고 했고, 권대봉 교수는 “정 후보 공약처럼 국가가 단위학교 정책을 규제하면 현재의 교육 양극화 현상을 타파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사교육비 부담 증가 가능성’에 있어서는 두 후보가 3.4(이명박), 3.1(정동영)을 얻었다. 이 후보가 공약집에서 “자립형 사립고에 저소득층 자녀 30%를 의무 배정하고 기숙형 공립고 등 특성화고 확충을 통해 사교육비를 반으로 줄이겠다”고 밝히긴 했으나 전문가들은 “현실 논리상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다소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서울대 신종호 교수는 “‘좋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한 경쟁’이 사교육비 증가의 요체라고 볼 때, 대학의 입학 문턱은 낮추고 졸업 문턱은 높일 계획인 정 후보가 상대적으로 사교육비 부담을 줄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연세대 한준상 교수와 중앙대 이희수 교수는 “두 후보가 내세운 공교육 정책 몇 가지로 인해 사교육비 증가 추세가 유의미한 폭으로 줄어들 개연성은 적다”고 지적했다.

○ ‘교육 경쟁력 강화’는 큰 차이 없어

두 후보는 ‘대학경쟁력 강화’(이명박 3.5, 정동영 3.1)와 ‘초중고교 교원 경쟁력 제고’(이명박 3.5, 정동영 2.8) 항목에서는 뚜렷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교육 수요자인 학생에 대한 교육방식으로 ‘수월성’과 ‘형평성’을 강조하는 것과는 별개로, ‘공급자’인 학교와 교사에 대한 경쟁체제 도입에 대해서는 두 후보 모두 공감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단국대 신동희 교수는 “정 후보는 교사양성기관 혁신, 교원안식년 제도를 구체적으로 거명하는 등 교원경쟁력 측면의 고려가 더 많다”고 했고, 서울대 신종호 교수는 “두 후보 모두 교원평가, 학교평가를 지향 과제로 삼고 있는 점은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 후보별 교육 공약

이명박 대입 3단계 자율화

정동영 고등학교 무상교육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의 교육 공약 키워드는 자율화와 다양성이다.

이 후보는 단계적으로 대학 입시를 자율에 맡기고 특성화 고교를 300개 만들어 천편일률적인 교육에서 벗어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로써 현 교육정책의 골간인 ‘3불(不)정책’ 중 기여입학제를 제외한 대입 본고사, 고교등급제 금지 등을 자연스럽게 폐지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후보의 ‘3단계 대입 자율화’ 공약은 △대학이 학교생활기록부나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자유롭게 반영하고 △수능 과목을 현재 평균 7과목에서 4∼6개 과목으로 축소한 뒤 △대학의 자체 선발 능력이 강화되고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면 완전 자율화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후보는 또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농촌지역, 중소도시, 대도시 낙후지역에 기숙형 공립고교 150개를 지정해 저소득층 교육 기회 확대 △애니메이션 정보통신 등 특정 분야의 장인을 기르는 ‘마이스터 고교’ 50개 육성 △재단의 건학 이념에 기초한 자율형 사립고 100개 설립을 골자로 한다.

이 밖에 누구나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영어로 자유롭게 말할 수 있도록 하는 ‘영어 공교육 완성 프로젝트’, 교육의 상향 평준화를 위한 ‘맞춤형 학교지원 시스템’ 등도 공약으로 내놓고 있다.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대선 후보는 대통령이 직접 챙기는 교육기구를 만들어 ‘고교 무상교육’과 ‘집중 육성대학 선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정 후보는 대통령이 주재하는 사회대협약기구인 ‘국가미래전략교육회의’를 만들어 ‘교육혁명’을 이뤄내겠다는 생각이다. 정부가 리더십을 갖고 교육정책을 이끌겠다는 취지다.

그의 무상교육 공약의 골자는 출생부터 고등학교까지 교육비·보육비 전액을 정부가 책임지겠다는 것. △출생부터 어린이집·유치원생의 보육·교육비 전액 보조(연간 8조9000억 원 소요) △국가미래전략교육회의의 합의에 따라 이원화된 유아교육과 유아보육을 통합 △고교 무상교육 실시 및 중고교 급식비 지원(연간 2조8000억 원 소요) 등이 골자다.

분야별 세계 5위권 대학을 20개 분야에서 육성하고 초중고교 과정의 국립예술학교를 설립해 재능 있는 저소득층 자녀들에게 교육 기회를 준다는 정책도 있다. 또 영재교육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과학 수학 영재들을 대상으로 연구중심대학에 상설프로그램을 설치할 계획이다.

또 △학자금 무이자 대출 전면 확대 및 국공립대 본인 부담 등록금 100만 원으로 인하 △교수 교사 대폭 충원 △국공립초등학교에 종일학교·종일도서관 개설 △외국어 무상 공교육 대폭 강화 등의 공약도 선보였다.

이 밖에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은 3불정책 유지와 고교 무상교육, 지방대학발전특별법 등을 골자로 한 교육의 상향 평준화를, 민주당 이인제 후보는 ‘교육차별에 따른 불평등 고착화 해소와 외국어교육 강화’를 핵심 공약으로 내놓고 있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는 대학 평준화와 무상교육을 주장하고 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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