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들은 ‘꿔다 놓은 보릿자루’

  • 입력 2007년 10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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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전 배려없이 화장실 갈 때도 통제… ‘평양의 수난’

꿔다 놓은 보릿자루?

남북 정상회담 특별수행원으로 방북했던 경제계 인사 17명에 대한 ‘예우’가 뒷말을 낳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 4대 그룹 대표로 구본무 LG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협 기업 대표로 이구택 포스코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이 동행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 일정에 말 그대로 ‘동행’하는 것 외에 이들에 대한 의전이나 배려는 전혀 없었다.

3일 오전 인민대학습당에서 열린 대기업 부문 간담회 때 기업 대표들은 북측 여성 안내원이 들고 있는 회의 분과를 적은 안내판 앞에 한 줄로 섰다. 이어 초등학교 신입생들이 줄을 지어 가듯 안내원을 따라 간담회장에 입장했다.

방북 마지막 날인 4일에는 노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참석한 오찬에 배석하기 위해 행사 전 작은 방에서 1시간가량을 무작정 기다렸다.

이들은 귀환 후 “아직 저녁도 못 먹었다”며 서둘러 승용차에 올랐다. 대기업 관계자는 “회장들이 점심을 먹고 난 후 거의 12시간 가까이 식사를 못 했고, 버스 안에서 육포 등으로 허기진 배를 달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3대 혁명 중공업관 방문 자리에서 김 위원장이 노 대통령에게 회담을 하루 연기하자는 제안을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재계 인사들은 당황해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한 대기업 사장이 “미국 출장을 가야 하는데…”라고 걱정하자 차성수 대통령시민사회비서관이 “특별수행원들은 당초 일정대로 서울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며 안심시켰다.

이들은 2박 3일 동안 어깨에 가방을 메고, 수시로 검색을 받고, 북측 사정에 따라 바뀌는 일정 중간에 시간 통제까지 받으며 화장실에 들렀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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