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남북정상회담]두차례 회담 대화 내용

  • 입력 2007년 10월 4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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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풍 좀 만져봅시다”3일 오전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 전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노무현 대통령의 선물 중 ‘12장생도’ 병풍을 만져 보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노 대통령은 “남쪽의 장인이 만든 것”이라고 소개했고, 김 위원장은 “진귀한 진품을 전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평양=연합뉴스
“병풍 좀 만져봅시다”
3일 오전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 전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노무현 대통령의 선물 중 ‘12장생도’ 병풍을 만져 보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노 대통령은 “남쪽의 장인이 만든 것”이라고 소개했고, 김 위원장은 “진귀한 진품을 전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평양=연합뉴스
盧 “직접 나와 성대히 맞아주어서 감사”

金 “환자도 아닌데 집에 뻗치고 있겠나”

노무현 대통령은 방북 이틀째인 3일 오전과 오후 한 차례씩 숙소인 평양의 백화원 영빈관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했다.

노 대통령은 오전 9시 27분경 영빈관 입구에 나와서 기다리다 도착한 김 위원장에게 “잘 오셨습니다”라는 인사로 맞이했고 김 위원장도 웃음 띤 얼굴로 “잘 주무셨습니까”라고 화답했다.

방북 첫날인 2일 4·25문화회관 광장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굳은 표정으로 일관했던 김 위원장은 이날 비교적 밝은 표정이었다.

두 정상은 영빈관 내 회담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면서 평양의 첫날 밤과 육로 방북, 북한 수해 등을 주제로 환담을 나눴다.

김 위원장은 노 대통령의 얘기를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거나 손짓을 섞어 가며 대화를 나눴고, 노 대통령에게 바짝 붙어 친밀감을 표시했다.

평양 옥류관에서 남측 방북대표단과 오찬을 한 노 대통령과 오후 회담을 위해 만난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식사를 잘했는지 물었고 노 대통령은 웃음으로 화답했다.

노 대통령은 대화 도중 김 위원장의 왼쪽 팔을 가볍게 잡으며 오찬 관련 얘기를 나누는 등 친밀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오후 2시 45분경 속개된 회담은 1시간 40분간 진행됐다.

2000년 정상회담과 달리 이번에는 북측이 공동취재단의 회담장 접근을 허용하지 않았다. 2000년 정상회담 때는 양 정상이 회담 시작 전 나눈 4분여간의 환담 내용이 대부분 공개됐다.

다음은 회담장에 있었던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의 전언과 청와대 발표를 토대로 두 정상이 오전과 오후 정상회담을 전후해 나눈 대화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 오전 회담 대화록

▽김 위원장=(영빈관 입구에서 악수를 한 뒤) 어디 불편한 데는 없으신가요.

▽노 대통령=숙소가 아주 좋습니다.

▽김 위원장=김대중 대통령께서도 여기서 머물다 가셨습니다.

▽김 위원장=(회담장 테이블로 옮긴 뒤 회담 모두발언) 김대중 대통령께서는 하늘로 날아오게 돼서 평화의 길을 열어 돌파구를 열어 놓았고, 이번에 이렇게 육로로 오신 데 대해서는 저희들도 대단히 기쁘게 생각합니다.

▽노 대통령=저 스스로도 (군사분계선을) 넘어올 때 아주 감동적이었습니다만 넘어오는 모습을 본 국민이 아주 큰 감동을 받은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남북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김 위원장=도로 정비가 잘 되지 못해서 좀 불편했으리라 생각됩니다.

▽노 대통령=그렇지 않았습니다. 주변 경관이 참 좋았습니다. 어제 평양에 도착했을 때 평양 시민들이 나와서 아주 따뜻하게, 또 친절히 맞아 주셔서 정말 마음이 놓이고 감사합니다. 특히 또 위원장께서 직접 나와 성심껏 맞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김 위원장=(노 대통령과 오른쪽에 앉은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을 번갈아 바라보며) 대통령께서 오시는데 내가 환자도 아닌데 집에서 뻗치고 있을 필요 없지요.

○ 오후 회담 대화록

▽김 위원장=(영빈관 내 복도를 걸어 들어와 악수를 나누면서) 좀 쉬셨습니까.

▽노 대통령=네.

▽김 위원장=점심도 맛있게 드셨습니까.

▽노 대통령=맛있게 먹었습니다.

▽김 위원장=옥류관에서 국수(냉면)를 드셨다면서요. 평양 국수와 서울 국수 어떤 게 맛있습니까.

▽노 대통령=평양 국수 맛이 진한 것 같더군요.

▽김 위원장=(회담 모두발언) 기상이 좋지 않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떠나기에 앞서 오찬이 있는데 1시간 30분가량으로 예정하고 있습니다. (오른쪽에 배석한 김양건 부장을 보면서 일정을 재차 확인) 오늘 일정을 내일로 미루고 내일 오찬을 시간 품을 들여 편안하게 앉아서 허리띠를 풀어 놓고 식사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하루 일정을 늦추시는 것으로 하시지요. 오늘 회의를 내일로 하시고 모레 아침에 가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노 대통령=나보다 더 센 데가 두 군데 있는데 경호, 의전 쪽과 상의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김 위원장=(김양건 부장이 남측이 협의를 해야 한다는 뜻이라는 취지로 설명하자) 대통령이 결심 못하십니까. 대통령이 결심하시면 되는데….

▽노 대통령=큰 것은 제가 결정하지만 작은 것은 제가 결정하지 못합니다.

평양=공동취재단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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