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數 등 신고 항목 부실… ‘핵심’ 빠진 6자합의

  • 입력 2007년 10월 4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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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의 우다웨이 외교부 부부장이 3일 오후 베이징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6자회담 참가국들이 합의문에 서명했다고 발표했다. 베이징=연합뉴스
북핵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의 우다웨이 외교부 부부장이 3일 오후 베이징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6자회담 참가국들이 합의문에 서명했다고 발표했다. 베이징=연합뉴스
북한 핵문제 6자회담 참가국들이 휴회 사흘 만인 3일 각국 정부의 승인을 거쳐 북한의 핵시설 불능화와 핵 프로그램 신고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합의문에 서명함으로써 북한 비핵화는 5분 능선을 넘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회담이 시작되기 전 목표로 제시됐던 ‘신고’ 항목에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의 신고가 빠졌고 불능화의 구체적 조치가 미흡한 것으로 밝혀져 비핵화 로드맵으로는 미흡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이번 6자회담이 완벽한 비핵화 이행장치라기보다는 남북 정상회담의 분위기에 편승해 성과 달성에만 치중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뭔가 부족한 합의문=이번 합의문은 6자회담이 시작되기 전의 회담 목표와는 몇 가지 측면에서 거리가 있는 게 사실이다.

가장 부실한 대목은 신고와 관련된 항목들. 북한이 핵무기를 포함한 모든 핵물질을 신고하게 만들려던 당초 목표가 실종됐다는 것. 합의서는 “북한은 2·13합의에 따라 모든 자국의 핵 프로그램에 대한 완전하고 정확한 신고를 올해 안에 한다”고 명시했지만 당초 기대됐던 ‘핵무기’는 연내 신고 대상에서 빠졌다.

연내로 예정된 핵시설 불능화 대상이 영변의 5MW 원자로, 재처리시설, 핵연료봉 제조시설 등 세 곳으로 한정된 것도 부족한 대목이다. 게다가 신고 및 불능화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도 찾아볼 수 없다.

또 6자회담 휴회 전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던 ‘농축우라늄프로그램(UEP) 관련 의혹을 신고 과정에서 해소한다’는 문안도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당초 문안에 포함되지 않았던 비확산 항목이 포함된 것은 일부 진전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핵물질과 기술, 노하우를 이전하지 않는다는 공약을 재확인했다. 북한의 비확산 문제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6자회담 개최 직전 북한의 핵 폐기와 함께 6자회담의 성공을 위해 중요한 요소로 지적한 대목이어서 일부 진전이라 할 수 있다.

▽북핵 이행 전망=이번 합의가 북핵 2단계 비핵화 이행의 로드맵으로 보기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은 합의문의 모호성에서 출발한 것이기도 하다.

불능화의 구체적인 방법 대신 ‘전문가 그룹이 권고하는 구체적 조치들은 수용 가능하고, 과학적이고, 안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국제적 기준에 부합되는 원칙에 따른다’고 표현한 것도 애매하다.

어찌 보면 북한의 성실성을 믿는 수밖에 없는 셈이다. 합의문의 모호성을 극복해 가며 연내라는 시한을 맞출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물론 안전장치도 없지는 않다. 미국은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와 대적성국 교역법 적용 종료를 북한의 핵 폐기 이행과 연계시켰다. 북한이 미국과 기타 참가국의 상응조치를 얻기 위해서는 연내 이행키로 한 약속을 모두 지켜야 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북한이 이번 2단계 합의를 어느 정도 성실히 이행할 것인지 의지를 가늠하는 잣대는 2주 내 시작될 미국 전문가 팀의 준비 활동에 북한이 얼마나 성실히 응하느냐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천영우 6자회담 한국 수석대표는 “불능화의 구체적 방법은 이미 양자협의와 실무그룹 회의를 통해 이해가 돼 있기 때문에 참가국들이 큰 틀의 의무사항만 명시했다”고 설명했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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