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깨지면 당 깨지는데…신당 경선 갈팡질팡

  • 입력 2007년 10월 3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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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후보의 빈자리2일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 합동연설회가 열릴 예정이었던 전북 전주시 완산구 화산체육관. 불법 동원 경선 논란으로 연설회가 취소됨에 따라 세 후보의 자리가 텅 비어 있다. 전주=신원건 기자
세 후보의 빈자리
2일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 합동연설회가 열릴 예정이었던 전북 전주시 완산구 화산체육관. 불법 동원 경선 논란으로 연설회가 취소됨에 따라 세 후보의 자리가 텅 비어 있다. 전주=신원건 기자
“이러다가 경선 판이 깨질 수 있다.”

대통합민주신당 지도부가 이틀간 예정된 대선후보 경선 합동연설회 일정을 전격 취소한 2일 당 여기저기서 이런 비관적 전망까지 제기됐다.

“경선 판이 깨지면 당이 깨진다”(서울의 한 초선의원)는 점을 서로 알고는 있지만 주자들 간에 특단의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대선을 앞두고 자칫 당의 분열을 맞게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경선 중단 언제까지=오충일 당 대표는 이날 오전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2일과 3일로 각각 예정됐던 전주, 인천 합동연설회 일정을 취소했다. 이낙연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나머지 일정에는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6일 대전 충남 전북 경선 투개표와 7일 경기 인천 투개표 및 4, 5일 1차 모바일 투표는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것.

그러나 손학규 전 경기지사,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1주일간 경선 일정 잠정 중단’ 요구에 대한 당 지도부의 ‘부분 수용’ 결정에 양 진영은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며 즉각 반발했다.

손 전 지사의 대변인 격인 우상호 의원은 “지도부가 상황을 매우 안이하게 본다. 철저한 진상규명과 강력한 재발 방지책 없이는 정상적 경선 일정 수행이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 촬영·편집 :전영한 기자

이 전 총리 측 김형주 대변인도 “연설회는 않고 경선은 한다는 지도부 결정은 국민이 보기에도 우습다. 3일 오후 회의를 거쳐 캠프의 견해를 최종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이 전 총리는 이날 오 대표를 만나 “경선 일정을 미루고 전수 조사를 통해 불법 선거인단을 정리한 뒤 몇 개의 경선지역을 묶어 한꺼번에 투표할 것”을 요구했으나 접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이날 전북 전주시 노인복지시설 등을 방문한 뒤 상경해 오 대표의 자택을 방문하고 경선의 조속한 재개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 의견도 대립=경선 일정 연기 여부와 관련해 당내 의견도 엇갈렸다.

김영춘 오영식 임종석 최재성 의원 등 당 초·재선 의원 7명은 이날 성명을 내고 “당 지도부가 국민경선 ‘혁신안’을 마련할 때까지 경선일정을 잠정 중단하고, 모바일 투표를 확대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임 의원은 “혁신안을 만들지 않으면 경선이 깨진다. 어느 후보의 편을 들겠다는 것이 아니라 정치개혁이 퇴행하느냐 마느냐의 절박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시민단체 진영인 미래창조포럼도 “당 지도부는 실질적 개선안을 공표하라”고 촉구했다.


촬영 : 김동주 기자

이에 대해 정 전 의장 측 김현미 대변인은 “그동안 특정 후보를 내면적으로 지지해 온 분들이 중립지대에 선 것처럼 처신하는 것은 정치 도의상 있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 향후 경선 일정
날짜일정선거인(명)
3일(수)(인천 합동연설회-취소)
4일(목)모바일 투표 시작
5일(금)인터넷 UCC정책토론회경기 합동연설회
6일(토)대전·충남·전북 지역 경선 투·개표(5차)대전: 2만9385
충남: 3만821
전북: 20만7341
7일(일)경기·인천 지역 경선 투·개표(6차)경기: 17만1216
인천: 4만7339
8일(월)대구 합동연설회
10일(수)모바일 투표 선거인단 등록 마감 서울 합동연설회
11일(목)대구 합동연설회KBS 초청토론
13일(토)대구·경북 지역 경선 투·개표(7차)대구: 3만1225
경북: 2만9527
14일(일)서울 경선 투표(8차)모바일 투표 결과 발표서울: 27만3549
15일(월)서울 경선 개표후보자 지명대회(서울)
선거인은 9월 10일까지 접수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 관리를 위탁한 수효.

▽선관위 “14일 넘기면 손 놓겠다”=당내에서는 대선주자 각 진영의 합의로 결정된 경선 룰을 바꾸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관측이다. 이 시점에서 경선 룰을 바꾼다면 당 지도부가 ‘반(反)정동영’을 선언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지적이 나온다.

‘혁신안 마련’을 촉구한 최재성 의원은 “경선 일정 조정을 비롯한 대안을 지도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손 전 지사 측 전병헌 의원은 “(정 전 의장 우세 지역인) 전북의 경선 선거인단을 전수 조사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경선의 위탁관리를 맡고 있는 중앙선관위 조영식 사무총장은 이날 “14일까지만 위탁관리하며 이후에는 신당이 자체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3인 주자 이해득실은?=이번 경선 파동은 당과 주자 모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게 대통합민주신당 내부의 지배적 의견이다. 정 전 의장 측은 대통령 명의 도용에 자신의 지지자가 연루됐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구태정치의 표상으로 낙인찍힐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손, 이 양측의 정 전 의장에 대한 협공이 오히려 전북 경선에서의 몰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손 전 지사 측은 일단 ‘불법·부정선거 이슈의 계속적 제기’라는 전략이 먹히면서 정 전 의장의 ‘대세론’이 꺾이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자칫 ‘투정만 부린다’는 인식이 퍼질 수도 있음을 경계하고 있다.

이 전 총리 측은 어차피 경선 3위인 상황에서 잃을 것도 크게 없다는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강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dongA.com에 동영상

■ 경선무산 때 출마자격은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 경선이 무산되면 현재 경선 후보로 등록한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손학규 전 경기지사,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대선 출마 자격은 어떻게 될까.

현행 공직선거법은 정당의 당내 경선 후보자가 당내 경선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해당 선거의 같은 선거구에서는 선거 후보자로 등록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경선 중 불리할 때 탈당한 뒤 같은 선거에 출마하지 못하도록 한 조치다.

대선의 경우 선거구가 하나밖에 없으므로 한 정당의 대선 후보 경선에 참여했다가 패배하면 대선 출마의 길이 막히게 된다. 분당(分黨)이 된다고 해도 대통합민주신당이 남아 있고, 경선 절차가 법적으로 완료되면 당초 경선에 참여했던 사람은 다른 당 후보로도 출마할 수 없다

그러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일 “경선이 무산될 경우까지 이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즉 대통합민주신당의 경선 자체가 무산되면 현재 경선 후보 세 명 모두 대선에 출마할 수 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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