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 경선 ‘명의 도용’ 배후 의문점

  • 입력 2007년 10월 2일 03시 02분


鄭후보와 함께한 정인훈 씨 노무현 대통령 등의 이름을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 경선 선거인단에 무더기로 허위 등록하도록 사주한 혐의로 출국 금지된 서울 종로구의회 의원 정인훈 씨와 정 씨가 주변에 나눠줬던 명함. 아래 사진은 정 씨가 지지하는 정동영 후보의 외곽조직인 ‘평화와 경제포럼’ 행사 때 정 후보 등과 함께 앞줄에 서 있는 모습. 정 씨의 명함은 손학규 후보 측이, 사진은 이해찬 후보 측이 1일 언론에 공개했다. 사진 제공 손학규 이해찬 후보측
鄭후보와 함께한 정인훈 씨 노무현 대통령 등의 이름을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 경선 선거인단에 무더기로 허위 등록하도록 사주한 혐의로 출국 금지된 서울 종로구의회 의원 정인훈 씨와 정 씨가 주변에 나눠줬던 명함. 아래 사진은 정 씨가 지지하는 정동영 후보의 외곽조직인 ‘평화와 경제포럼’ 행사 때 정 후보 등과 함께 앞줄에 서 있는 모습. 정 씨의 명함은 손학규 후보 측이, 사진은 이해찬 후보 측이 1일 언론에 공개했다. 사진 제공 손학규 이해찬 후보측
[1] 정인훈 씨가 아들에 건네준 명단 출처는

[2] 정 씨, 정동영 캠프 명함… 혼자서 했을까

[3] 명의도용, 밝혀진 100여명 말고 더없나

대통합민주신당 국민경선 선거인단에 노무현 대통령을 포함해 최소 100여 명이 무단으로 등록된 사실을 확인한 경찰은 명의 도용을 지시한 것으로 드러난 정인훈 씨를 움직인 다른 배후가 있는지 수사하기로 했다.

경찰은 잠적한 정 씨를 검거하는 대로 정 씨가 대학생인 자신의 아들 등에게 명의 도용을 통해 선거인단을 허위 등록하도록 지시하는 과정에 특정 대선후보의 캠프 관계자가 관여했는지를 집중 추궁한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정 씨의 가족들을 통해 자수를 권유하고 있으나, 정 씨는 지난달 30일 휴대전화를 집에 놓아둔 채 잠적했다.

▽대통령 명의 도용 어떻게?=일반인들이 알기 힘든 노 대통령의 주민등록번호와 대통령제1부속실장의 휴대전화 번호를 알게 된 경위에 대해 정 씨의 아들인 박모 씨는 경찰에서 “어머니가 시키는 대로 명단을 입력했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정 씨가 박 씨 등에게 건넨 명단은 열린우리당 종로 지역의 당원 명부인 것 같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통합민주신당 관계자는 “통상 대통령을 당원 명부에 올릴 때 부속실장의 전화번호를 기록한다”며 “이 번호는 부속실장의 관용(官用) 번호”라고 말했다.

경찰은 정 씨가 새천년민주당과 열린우리당 시절 줄곧 종로구 당원협의회의 여성위원장을 맡아 온 것으로 미루어 정 씨가 오래전부터 범행에 사용된 당원 명부를 갖고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치권에 따르면 당원 명부는 통상 각 지역 당원협의회 사무국에서 관리하지만 지역에 따라서는 당원협의회장과 운영위원, 여성위원장 등 당원협의회 간부들이 개별적으로 입수해 보관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촬영:김동주 기자


촬영:신원건 기자

선상선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 캠프 종로구 선거대책위원장도 “주민등록번호의 뒷자리까지 나와 있는 당원 명부는 열린우리당 초기 것”이라며 “최근 명부가 아닌 점으로 미뤄 정 씨가 평소 갖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선후보 캠프 관계자 개입 여부=정 씨는 지난달부터 정동영 후보 캠프의 ‘여성선거대책위원회 서울 사무총장’이란 직함이 찍힌 명함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명함에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있는 정 후보 선거캠프의 주소와 전화번호가 기재돼 있다.

종로구의회의 한 관계자는 “여성선거대책위원회는 사실상 여성 유권자 조직책으로 선거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캠프 측 모르게 정 씨가 단독으로 범행했을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고 말했다.

종로에서 오랫동안 정치를 해 온 한 인사도 “정 씨는 정동영 후보의 종로 조직책 중 핵심으로 당원 명부를 통째로 도용했다면 정 후보의 종로구 조직이 깊이 개입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또 다른 명의 도용은?=열린우리당의 종로구 당원은 5000∼1만 명에 달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정 씨의 지시로 명의 도용이 이뤄진 것으로 밝혀진 사람은 100여 명에 불과하다.

따라서 정 씨가 또 다른 정당 관계자들과 당원 명부를 나눠 조직적으로 허위 등록을 시도했을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선 위원장은 “명의 도용이 관례라는 것을 완전히 부인하지 않겠다”며 “당 차원에서 먼저 등록을 하고 나중에 본인에게 지지를 부탁하는 경우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혀 의혹을 더욱 짙게 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