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세금부담 크지 않다지만…

  • 입력 2007년 9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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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경부 “OECD 평균보다 낮아”… 전문가들 “각국 형편 달라 일률적 비교 무리”

재정경제부가 14일 내놓은 ‘2008년 국세 세입(歲入) 예산안 및 중장기 국세수입 전망’은 2007년부터 2011년까지 5년간의 국세 수입 전망치를 담고 있어 납세자가 5년간 부담할 세금 규모를 미리 알 수 있도록 했다.

재경부는 이런 중장기 전망을 근거로 앞으로 세 부담 증가율이 크게 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이런 예측이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지는 미지수다.

올해 세수도 당초 예상보다 11조 원이나 늘어날 것으로 수정 전망되는 등 정부 통계의 신뢰성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 늘어나는 세금 부담

정부가 내년에 근로소득세로 직장인에게 거둘 세금 예상액은 14조7724억 원. 직장인 1인당 평균 214만2000원으로 올해(202만6000원)보다 11만6000원이 늘어난다. 이는 2001∼2006년 근로자 수, 2004∼2006년 납세자 비율 등을 감안해 추산한 것이다.

자영업자들이 주로 부담하는 종합소득세도 올해 5조6814억 원에서 내년에는 6조3046억 원으로 11%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현금 대신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소비자가 늘어난 데다 현금영수증 발급 건수도 대폭 증가하는 등 과세표준(세금을 매기는 기준금액)이 점차 양성화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1∼6월) 현금영수증 사용액은 20조9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4조6000억 원)보다 43.2% 증가했다.

내년 법인세 부담액도 36조566억 원으로 올해(33조9042억 원)보다 6.3% 늘어난다. 12월 결산법인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이 27조2000억 원으로 작년 동기에 비해 19.8% 증가하는 등 기업의 실적 호조세가 이어질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소득세 및 법인세와 함께 3대 세목(稅目)으로 꼽히는 부가가치세도 올해 40조688억 원에서 내년에는 43조9720억 원으로 9.7% 더 걷힐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경제성장률이 올해 4.6%에서 내년에는 5%로 확대된다는 것을 전제로 삼은 것이다.

○ 직접세 비중 51.4%로 늘어

이 같은 세목별 세수 전망을 바탕으로 정부가 내년에 거둘 국세 총액은 165조6354억 원. 여기에 지방세(45조1933억 원)를 더하면 국민이 부담할 조세 총액은 210조8287억 원이다.

이에 따라 내년 국내총생산(GDP)에서 국민이 내는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인 조세부담률은 올해 22.2%에서 내년에는 21.8%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 그러나 올해 조세부담률은 당초 전망치(20.6%)에 비해서는 크게 높은 것으로 그만큼 세금이 많이 걷히고 있음을 보여 준다.

재경부 당국자는 “2011년까지 조세부담률이 21%대에서 유지될 것”이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26.5%보다는 낮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고려대 이만우(경영학) 교수는 “각 나라의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조세부담률을 일률적으로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다”며 “준조세와 미래의 통일 비용을 생각한다면 지금의 조세부담률도 국민에게 엄청난 부담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내년 조세 수입 가운데 직접세 비중은 51.4%, 간접세는 48.6%로 나타났다. 직접세 비중은 2000년 43.8%에서 올해 51.2%로 처음으로 50%를 넘었다.

서울시립대 임주영(세무학) 교수는 “직접세 비율은 경기가 좋아지거나 기업이익이 늘어날 때 올라가는 게 정상인데 한국은 종합부동산세, 상속세 등이 올라 직접세 비율이 오르게 된 것”이라며 “선진국들이 기업 경쟁력을 위해 법인세 등 직접세를 낮추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한국의 직접세 비중도 장기적으로는 높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볼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 이번 통계는 믿을 수 있나

정부는 이번 통계를 발표하면서 세수추계 방법을 개선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세수추계 오차가 큰 항목인 양도소득세와 법인세 등을 중심으로 △월별 거래량과 가격 △기업 이익과 주가 전망 등을 반영해 정확성을 높였다는 것.

하지만 이 같은 전망도 액면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재경부는 올해 세수가 당초 전망보다 11조 원이나 더 걷힐 것이라고 발표했다가 ‘세수추계가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진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행정자치부가 제공하는 지방세 전망치도 얼마나 들어맞을지는 의문이다. 국세 세목별로 2006년 실적과 2007년, 2008년 전망을 함께 내놓은 재경부와는 달리 행자부는 지방세 총액만 제시했을 뿐 구체적인 세목별 세 수입 전망은 내놓지 않았기 때문. 지방세 전망이 달라지면 전체적인 조세부담률도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

재경부 당국자는 “세수추계 방법을 개선했지만 경제성장률이나 주가 전망 등 전제가 달라지면 차이가 생기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 정부가 보는 내년 한국경제는 “내수 회복, 수출 호조… 실질 성장률 5.0%”

재정경제부는 14일 내년 세입예산안에서 내년 실질 경제성장률은 5.0%,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경상성장률은 7.3%로 전망했다.

재경부 당국자는 “내수 경기가 살아나고 있고 내년 수출이 두 자릿수 이상의 호조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돼 실질 경제성장률이 5%대로 복귀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내년도 원-달러 환율은 올 7월 평균치인 달러당 920원 수준이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으며 금리(3년 만기 회사채 기준)는 올 5∼7월 평균인 연 5.7%가량으로 잡았다.

내년 수출 증가율은 올해(12.8% 전망)와 비슷한 13.0%, 수입 증가율도 13.0%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최근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유가는 두바이유 기준으로 배럴당 60달러대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재경부는 내년도 코스피지수 전망치도 통계에 반영했지만 “주가 전망이 섣불리 공개될 경우 증권시장에 불필요한 시그널을 준다”며 수치는 밝히지 않았다.

경제지표 전망치는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 민간 경제연구소 전문가들로 재경부 안에 구성된 ‘거시경제 태스크포스(TF)’의 전망에 기초한 것이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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