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 뭐냐” 4인이 돌아가며 손학규 때리기

  • 입력 2007년 9월 8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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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합민주신당 대선주자들이 7일 광주 5·18기념문화관에서 열린 대통령후보자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자신들의 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해찬 전 국무총리, 손학규 전 경기지사,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한명숙 전 총리. 광주=연합뉴스
대통합민주신당 대선주자들이 7일 광주 5·18기념문화관에서 열린 대통령후보자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자신들의 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해찬 전 국무총리, 손학규 전 경기지사,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한명숙 전 총리. 광주=연합뉴스
대통합민주신당은 7일 광주 5·18문화기념관에서 대선주자 5명이 참여하는 통일 외교 안보분야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는 ‘1 대 4’ 구도로 진행됐다.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과 이해찬 전 국무총리,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한명숙 전 총리가 돌아가면서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대북관을 문제 삼았기 때문이다.

또 각 주자는 토론회 개최지가 광주인 점을 의식해 5·18민주화운동의 정신을 계승해 발전시켜 나가고 지역 현안을 해결하겠다고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손 전 지사의 ‘색깔 검증’ 토론회?=정 전 의장은 손 전 지사가 지난해 10월 북한의 핵실험 직후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국제적인 대북 압력을 강화하고 금강산 관광을 중단해야 한다”고 발언한 게 잘못됐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에서 탈당한 손 전 지사가 범여권의 대북 포용 노선에 융합할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이에 손 전 지사는 “제가 처했던 정치적 상황 때문에 부끄럽게 산 적이 있지만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았다”며 “‘되는 건 되고, 안 되는 건 안 된다’는 원칙에 따라 당시엔 매를 드는 시늉이라도 했어야 한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정 전 의장은 또 지난해 손 전 지사가 남북의 물리적 충돌을 일으킬 수 있는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참여를 촉구한 것도 문제 삼았다. 그러나 손 전 지사는 “PSI에 참여했어도 물리적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PSI 참여로 미국과의 공조를 튼튼히 해 대북 문제를 효과적으로 처리하자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 전 총리도 “정체성이 의심스럽다. 평화번영 정책의 노선으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진압해 이길 수 있겠느냐”며 손 전 지사 공격에 가세했다.

이에 손 전 지사는 “한나라당에 있을 때도 햇볕정책을 일관되게 지지했고, 국가보안법을 다른 법으로 대체하자고 주장했다”며 “원칙을 갖고 대북 포용정책을 지지했기 때문에 이명박 후보에 대해 강점이 있다”고 반박했다.

유 전 장관과 한 전 총리는 손 전 지사가 최근 “만약 (노무현 대통령이) 이번 대선에 도움을 주겠다는 생각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하겠다면 그건 사양한다. 영어로 ‘노 생큐’(No, thank you)다”라고 비판한 게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손 전 지사는 “노 대통령의 임기가 단 하루 남았다 해도 북핵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남북 정상회담을 하는 것은 찬성한다. 그러나 절대 대선에 관여하면 안 된다는 강조법이었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호남 민심 잡기 총력=손 전 지사는 이달 초 “80년 광주에 갇혀 있어서는 안 된다”는 발언으로 범여권 내부의 반발을 불러왔던 것을 의식한 듯, 이를 해명하는 데 토론 시간의 상당량을 할애했다.

그는 “광주를 딛고 일어서야 한다고 했던 의미는 광주를 80년에 가두지 말고, 또 지역에 가두지 말고, 21세기로 뻗어가 민주화운동의 정신을 세계의 정신으로 승화시키도록 하자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유 전 장관도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 현장에 없었다는 점을 거론하며 “저는 당시 서울대를 다니면서 학교를 지키다가 합수부(합동수사부)에 끌려간 뒤 군대에 갔다. 빚을 지고 살았다”고 말했다.

반면 한 전 총리는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교도소에 수감돼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정 전 의장은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을 만들어 주신 여러분을 민주세력의 분열로 가슴 아프게 만든 데 대해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 분열과 갈등을 치유하는 길은 대통합밖에 없다”며 대통합민주신당과 호남에서 영향력이 있는 민주당과의 통합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지역 현안 해결 약속=손 전 지사는 지역 발전 대책으로 5만4000여 명의 고용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항공우주산업단지를 전남 지역에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정 전 의장은 “호남을 잘 먹고, 잘 놀고, 잘 쉴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 공해가 없고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을 일으켜야 한다. 여수 엑스포를 해양레저 관광사업과 연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총리는 “(총리 재직시) 호남고속철을 2015년 완공하기 위해 서울 용산역을 개발해 나오는 역세권 개발수입 3조 원을 투입하도록 서울시와 합의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호남고속철 완공 시기를 당기는 문제에 대해 “고속철 사업은 한번 마치면 고치기 어렵기 때문에 기술적 하자가 없도록 해야 한다”며 부정적인 의사를 밝혔다.

유 전 장관은 2010년 포뮬러1(F1) 국제자동차경주대회를 전남 지역에 유치하기 위한 특별법 제정 방안에 대해 “대회 사업 주체인 민간 사업자를 국가가 돕는 문제 때문에 특별법안이 수정됐다. 수정된 대로 처리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 전 총리는 새만금 간척지 개발방안에 대해 유 전 장관이 제시했던 ‘골프장 100개 건설’ 공약을 ‘근시안적’이라고 비판한 뒤 “새만금을 바다와 연결해 해양레저산업을 육성하고 인접 지역을 경제자유무역지대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광주=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유시민 “참여정부에서 곶감만 빼먹고 가셨죠”

정동영 “유 후보를 어떻게 말로 이기겠습니까”▼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후보 경선 주자 5명은 6일 MBC ‘100분 토론’에서 첫 TV 토론을 했다. 토론에서 주자들은 간혹 웃음을 띠면서도 가시 돋친 공방을 하는 등 시종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손학규 전 경기지사에 대해 “평화개혁세력의 정책 노선에 맞는 분이 대선 후보가 돼야 하는데 ‘정상회담 노 생큐’ ‘광주는 털어버려야 한다’는 등의 발언을 보면 아직 한나라당 의식이 많은 것 같다. 사랑방 손님이 아닌 문간방 손님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손 전 지사는 ‘정체성’ 시비에 대해 “제가 지금 열린우리당에 와 있습니까? 이 (전) 총리님보다 이 당에 먼저 와 있습니다”라고 일갈했다.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은 친노 주자들의 날 선 협공을 받았다. 이 전 총리는 “타이타닉호가 침몰할 때 선장은 최후를 함께했다”며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정 전 장관을 ‘의리 없는 사람’으로 몰고 갔다.

손 전 지사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론 존경한다’며 수위 조절을 했던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도 정 전 장관에 대해서만큼은 “당의장을 두 번씩이나 한 분이…참여정부에서 곶감만 빼먹고 갔다”며 원색적으로 공격했다. 정 전 장관은 “유 후보를 어떻게 말로 이기겠습니까”라며 비슷한 수위의 맞대응은 자제했다. 그러나 친노 주자들은 자신들이 열린우리당을 끝까지 지키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대통합이 전당대회 결의사항이었기 때문”이라는 논리를 고수했다.

한명숙 전 총리는 “아이가 생기지 않아 힘든 기혼여성을 위해 대리모 제도를 허용할 생각은 없느냐”는 시청자 질문에 엉뚱한 답변을 해 스타일을 구겼다. 한 전 총리는 “우리 주변에 버려진 아이들이 많다. 대리모 제도를 법제화하는 것이 아이를 위해서도 새로운 엄마를 위해서도 좋다”고 답변했다.

한 전 총리는 나중에 ‘정자를 제공받아 아기를 대신 낳아 주는 여성’을 뜻하는 대리모를 ‘대리양육모’ 또는 ‘위탁모’로 잘못 이해했다고 해명했지만, 인터넷에는 “여성부 장관을 지낸 분이 그런 상식적 단어도 모를 수 있느냐”는 댓글이 주종을 이뤘다.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지도부 “여론조사 20% 반영” 논란▼

대통합민주신당 지도부는 7일 본경선 규칙과 관련해 여론조사를 20% 반영키로 했다. 또한 휴대전화를 이용한 ‘모바일’ 투표는 투표장에 와서 직접 투표하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1표로 계산하기로 결정했다. 모바일 투표와 직접투표는 선거인단 수나 비율이 확정돼 있지 않고 신청만 하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대통합민주신당 국민경선위원회(국경위) 이기우 대변인은 이날 “오충일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후보들에게 이 같은 의견을 전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측은 “여론조사를 도입하면 경선을 하지 않겠다”며 강력 반발했다. 정 전 의장이 예비경선 득표 결과 일반인 여론조사에서 손학규 전 경기지사에게 다소 밀린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정 전 의장 측 정청래 의원은 “최고위원회의가 며칠 전 여론조사는 실시하지 않는다고 결정해 놓고 이를 뒤집었다”며 “‘손학규를 위한, 손학규에 의한, 손학규의 정당’이냐. 이런 상태에서는 경선 못한다”고 말했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 측도 여론조사 도입에 부정적이다.

이에 대해 이 대변인은 “최종 결정은 8일 후보자 대리인들이 참석한 회의에서 내려질 것”이라며 “내부 분위기는 그래도(일부 후보가 찬성하지 않아도) 가야 한다는 의견이다. 국경위가 정한 대로 따르기로 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지도부가 도입을 결정한 모바일 투표에 대해서는 위헌 시비도 나오고 있다. 다른 사람 소유의 휴대전화를 빌려 투표에 참여할 수 있고, 모바일 투표를 옆에서 감시할 수도 있기 때문에 직접·비밀투표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모바일 투표는 위탁 관리하지 않겠다는 공식 의견을 밝힌 바 있다.

현장 투표와 모바일 투표가 등가(等價)로 인정되면 누가 투표장까지 오겠느냐는 지적도 있다.

15일 제주에서 첫 경선 투·개표를 앞두고 아직도 경선규칙조차 합의하지 못한 상황에 대해 당 안팎에서는 “후보 간 신경전 때문에 예비경선에 이어 본경선까지 망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편 국경위는 인터넷 투표는 도입하지 않기로 했다. 이 대변인은 “인터넷 투표는 경선에 필요한 프로그램 개발이 불가능하다고 해 도입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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