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TF 일정 구애받지 않고 철저수사”

  • 입력 2007년 8월 14일 03시 02분


《검찰은 13일 예고도 없이 한나라당 대선 주자에 관한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시간을 끌수록 정치적 오해를 받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검찰은 또 국가정보원 관련 의혹을 비롯해 아직 풀리지 않은 의혹들에 대해서는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이후에도 수사를 계속하겠다고 밝혀 사건 처리 방향이 주목된다.》

■ 왜 지금 발표했나

검찰 수뇌부와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수사 결과를 발표할 것인지, 한다면 언제 해야 하는지를 놓고 고민을 거듭해 왔다.

검찰 내에서는 완벽하게 수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부분이 있는 만큼 수사 결과 발표를 경선 이후로 미루거나 기소 시점에 맞춰 사건 별로 수사 내용을 밝히는 방안 등도 검토됐으나 검찰은 결국 ‘전격 중간수사 발표’라는 ‘정공법’을 선택했다.

여기엔 검찰이 발표를 더 늦출 경우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일(19일)에 너무 근접하게 돼 불필요한 논란에 휘말릴 수 있고 경선 이후에 발표한다면 ‘특정 후보에 유리하도록 일부러 늦춘 것 아니냐’는 구설에 휘말릴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대검 고위 간부는 “‘신속한 실체 규명’을 강조했기 때문에 국민 대부분이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이전에 수사 결과가 발표될 것으로 생각했다”며 “지금 와서 수사 결과 발표를 안 하거나 미루면 검찰이 괜히 오해를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수사를 더 진행하더라도 명확한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사안이 많다는 점도 감안된 것으로 관측된다. 한 중견 검사는 “오래된 사건인 데다 주요 참고인이 출석에 불응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간을 더 끈다고 수사 내용이 크게 진전되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 풀린 의혹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처남 김재정 씨 관련 의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수사 결과 김 씨가 도곡동 땅과 충남 당진 등의 부동산을 구입할 만한 재력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검찰은 판단했다. 홍은프레닝의 서울 천호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도 근거가 없는 것으로 검찰은 잠정 결론을 내렸다.

이 전 시장의 출생 및 병역 관련 의혹도 검찰의 과학수사로 모두 거짓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전 시장이 1996년 위증 대가로 김유찬 씨에게 1억2050만 원을 제공했다는 것도 거짓으로 밝혀져 이 의혹을 제기한 김 씨가 구속됐다.

이로써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이사장으로 있던 영남대의 강당 공사 수주를 대가로 경남기업 신기수 전 회장이 박 전 대표에게 서울 성북동 자택을 무상으로 제공했다는 의혹 역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져 이 같은 의혹을 제기한 김해호 씨가 구속됐다.

■ 남은 의혹 및 향후 수사

검찰의 향후 수사의 초점은 국가정보원 관련 의혹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날 발표에서 그동안 제기된 의혹에 대해 거의 대부분 판단을 내리거나 설명을 했다. 하지만 국정원의 부정부패 태스크포스(TF)팀 운영과 행정자치부, 경찰청, 건설교통부 전산망에서 자료 조회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설명 대신 “일정에 구애받지 않고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의 수사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고 최태민 목사의 재산 형성 과정에 대한 수사는 경선일 전에 마무리 짓겠다고 검찰은 밝혔다. 한나라당 경선 일정을 감안해 볼 때 14일 또는 16일경 수사 결과가 공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밖에 이상은 씨의 도곡동 땅 지분의 실소유주가 누구이고 매각 자금은 어디에 쓰였는지, 김만제 전 포철회장이 이 땅의 매입을 지시했는지, 지시했다면 이유가 뭔지도 검찰이 경선 이후 풀어야 할 숙제다.

검찰은 이른바 ‘최태민 보고서’의 유출 및 유포 경위, 김해호 지만원 씨의 배후 인물에 대한 수사,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의 ‘대운하 보고서’ 작성 등도 경선 이후까지 계속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경선 이후에도 도곡동 땅이나 정부기관 자료 유출 의혹 등 실체 규명이 미흡한 일부 사안에 대해선 계속 수사하겠다”며 “그러나 10월을 넘기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검찰의 소환에 불응하고 있는 주요 참고인들이 경선 이후에 태도를 바꿀 가능성이 없는 데다 이들을 강제로 소환할 방법이 없어 검찰이 향후 수사에서 기대할 만한 성과를 얻어 내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우려가 많다. 그래서 중간 수사결과 발표가 사실상 수사 마무리를 암시하는 것 아니냐는 성급한 관측도 나온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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