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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7월 21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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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한국 메시지에 별로 안놀라”
2002년 6월 29일 서해교전 직후 미국이 그해 7월 10일로 예정됐던 제임스 켈리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일행의 방북을 연기하려고 하자 한국 정부가 ‘(서해교전을) 무시하고 방북해 달라’고 했다는 잭 프리처드 워싱턴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의 증언이 사실로 확인됐다.
미국은 또 그해 10월 강석주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을 시인하기 전에 세 차례나 한국 정부에 북한의 HEU 개발 정보를 알려줬고 강 부상의 발언 직후엔 한국 정부에 그의 발언 내용을 충분히 설명한 것으로 밝혀졌다.
본보는 2002년 대북정책을 둘러싼 한국과 미국의 이견을 공개한 프리처드 당시 국무부 대북 특사의 회고록 보도(본보 19일자 A3면)를 계기로 프리처드 소장, 데이비드 스트로브 전 국무부 한국과장, 한미 양국 정부의 전직 고위 관계자들을 19일과 20일 서울과 워싱턴에서 인터뷰했다.
스트로브 전 과장은 서해교전 직후 미국이 방북을 연기하려 한 상황과 관련해 “당시 한국 정부에서 받은 메시지는 ‘제발 지금 (예정대로 북한에) 가 달라는 것이었으며 그들은 그런 뜻을 강하게 피력(insistent)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 같은 반응은 김대중 정부의 정책방향과 일관된 것이었기 때문에 많이 놀라지는 않았다”며 “당시 김 대통령은 (서해교전으로 숨진 장병들의) 장례식에도 안 갔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프리처드 소장은 “(그해 10월 방북 당시) 강 부상의 발언은 HEU 프로그램의 존재를 분명히 시인한 것이었다”며 “평양을 다녀오고 12일 뒤 뉴욕에서 만난 박길연 북한 유엔대표부 대사도 강 부상과 똑같은 말을 반복했다”고 밝혔다.
스트로브 전 과장은 “평양에서 서울로 온 뒤인 10월 5일 서울의 외교부 장관 공관에서 강 부상의 발언 내용을 한국 측에 충분히 전달했다”며 “당시 임동원(대통령외교안보특보) 씨 등이 있었는데 다들 매우 놀라고 심각하게 걱정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직 관리는 “미 행정부는 2002년 8월 존 볼턴 당시 국무차관의 방한 때 이미 한국 정부에 북한의 HEU 관련 정보를 전달했고 이어 9월에 열린 한미 외교장관회담에서 콜린 파월 국무장관도 이 문제를 제기했다”며 “켈리 차관보도 평양에 가기에 앞서 서울에서 한국 정부에 다시 이를 얘기했다”고 전했다.
그는 “그러나 당시 한국 정부는 HEU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전혀 감을 못 잡았다”며 “정책의 희망과 굳어져버린 (정책의) 우선순위가 이성적 판단을 가로막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와 여권 핵심 관계자들은 그 후에도 지속적으로 HEU 프로그램 존재 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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