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관용 한나라당 경선관리위원장 “자료 유출, 권력기관 개입 의심”

  • 입력 2007년 7월 13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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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관용 한나라당 경선관리위원장은 12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근거없는 네거티브 검증공방이 이어지면서 당과 후보의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원건 기자
박관용 한나라당 경선관리위원장은 12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근거없는 네거티브 검증공방이 이어지면서 당과 후보의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원건 기자
李-朴캠프에 ‘제살 깎아먹기 그만하라’ 경고

과잉충성분자들이 우대받는 세상 절대 안와

한나라당 박관용 17대 대통령후보자 선출 선거관리위원장은 10일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 측에 “네거티브 발언 자제를 촉구하며 이를 어길 경우 엄중하게 대처하겠다”고 경고하는 비공개 공문을 보낸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박 위원장은 공문에서 “당내 경선 과정에서 검증 공방이 과열되고 근거 없는 비방과 인신공격 등으로 우리 후보들과 당의 지지도가 저하되는 심히 우려스러운 상황을 맞고 있다”며 “이번 경고 조치에도 불구하고 네거티브 행위가 지속될 때는 윤리위 회부 등 엄중하게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12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21세기국가발전연구원 사무실에서 이루어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사실을 밝히고 “필요하다면 (이명박 박근혜) 후보에게 직접 주의조치를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1시간 동안 진행된 인터뷰에서 박 위원장은 “후보들도 서로 만나면 ‘감정이 없다’고 하는데, 이는 참모들에게 책임을 넘기려는 것”이라며 “21일 예정된 한나라당 제주 정책토론회에서 오후에 대선주자들과 간담회를 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특히 최근 노무현 대통령의 선거 개입 논란에 대해 “선거법 위반 때문에 탄핵소추가 일어나고 한 달 반 동안 온 나라가 소용돌이 쳤던 사건의 장본인이 선거법 위반을 계속한다는 게 문제”라며 “율사 출신이 현행법을 계속 위반하는 것은 스스로 무법자임을 증언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이어 “노 대통령은 선거에 개입함으로써 국민의 주권행위를 왜곡하고 있다”며 “한국 민주주의 헌정사 60년 동안 가장 법치주의를 훼손한 (정치인은) 노 대통령이 되지 않겠나”라고 거침없이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2002년 7월부터 2004년 5월까지 16대 국회의장을 지냈다. 다음은 일문일답.

―최근 이명박 전 서울시장 측의 검찰 고소 취소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그동안 많은 정치 과정에서 검찰이 선거에 개입하고 선거에 영향을 미친 건 자명하다. 잘못하면 당과 검찰의 대결로 갈 수도 있고, 검찰과 국민의식 간 괴리가 생길 수가 있다. 어떤 측면에서든 불행한 일이다.”

―검찰을 믿지 못하나.

“아직도 검찰이 상명하복의 관행에 젖어 있고 요직에 있는 사람이 정치권력과 관계가 있기 때문에 공정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공정하게 (수사)해도 국민이 믿기 어렵다는 데 문제가 있다.”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 관련 문건 유출 등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공작이란 말도 있는데….

“과거에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이 야당 시절 분열하는 과정에서도 분열 작업을 한 국가권력이 있었다. 그들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잘 알고 있다. 정부 여당이 아니면 꺼낼 수 없는 자료를 많이 활용했다. 지금 나오는 자료를 보면 권력기관들이 (그런) 임무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떨칠 수 없다.”

―노 대통령의 선거 개입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선거법을 어겨도 할 말을 해야겠다는 건 민주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일일이 물어 보고 발언하겠다는 이야기는 도대체 뭔가. 오래 정치하면서 그런 행동은 처음 봤다. (노 대통령은) 만나서 얘기할 때에는 그런 게 안 비쳤는데, 이중적인 성격을 보여 주는 사람이다.”

―경선이 다가오면서 캠프 간 공방이 더 치열해질 것 같은데….

“선거 캠프 관계자들에게 ‘과열 공방은 상대방 표뿐 아니라 결과적으로 당신들 표도 같이 깎는다’, ‘제 살 깎아먹기’라고 말했다. 특히 문제는 각 후보 캠프 안에 과잉 충성하는 참모들이 있다는 것이다. 과잉충성분자들이 우대받는 세상은 절대 안 온다.”

―당에 당부할 말은….

“내 생각으로는 8월에 남북 정상회담을 할 것 같다. 한나라당은 경제를 우선적으로 내세우지만 저쪽(범여권)은 경제를 얘기할 수 없기 때문에 이번 선거를 ‘평화 구도’로 끌고 갈 것이다. 한나라당이 이런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당의 대북정책을 유화적으로 바꾼 것 같은데 지엽적인 전술일 수 있으나 전략은 안 된다. 우리는 다른 색깔 정당임을 분명히 하고 맞서서 싸울 수 있는 투쟁력을 길러야 한다. 당당히 맞서야지 자꾸 피하는 것처럼 하면 안 된다.”

박제균 기자 phark@donga.com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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