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캠프, ‘경부운하 보고서’ 존재 보도 전에 파악

  • 입력 2007년 7월 10일 03시 00분


코멘트
9일 경기지방경찰청 김정섭 수사과장이 “37쪽짜리 경부운하 보고서가 언론에 보도되기 전인 5월 31일 이 보고서의 존재가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 캠프 쪽에 먼저 알려진 사실을 확인했다”며 수사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9일 경기지방경찰청 김정섭 수사과장이 “37쪽짜리 경부운하 보고서가 언론에 보도되기 전인 5월 31일 이 보고서의 존재가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 캠프 쪽에 먼저 알려진 사실을 확인했다”며 수사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수자원공사가 작성한 경부운하 재검토 보고서가 공개되기 전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 캠프 관계자들이 보고서의 존재와 대략적 내용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확인됐다.

이에 대해 이명박 전 서울시장 캠프 측은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며 박 전 대표의 즉각적인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박 전 대표 캠프, 보고서 공개 전 대략적 내용 알았다=경부운하 보고서 유출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지방경찰청 수사과는 9일 37쪽짜리 보고서가 언론에 보도(6월 4일) 되기 전인 5월 31일 박 전 대표 캠프 유승민 의원에게 보고서의 존재가 먼저 알려졌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P결혼정보업체 대표 K(40) 씨는 5월 25일 수자원공사 김상우(55) 기술본부장에게서 보고서를 입수해 이튿날 복사본을 서울대 행정대학원 P(62) 교수에게 넘겼다.

이어 P 교수는 박 전 대표 캠프의 유 의원에게 이 보고서의 존재를 알린 것으로 경찰은 확인했다. P 교수는 보고서 내용이 보도된 뒤인 지난달 14일 박 전 대표 캠프의 정책자문위원회 행정개혁특별위원장 자리를 맡았다.

K 씨는 경찰에서 “뉴라이트청년연합 장재완 대표를 통해 P 교수를 알게 됐고, 평소 관심이 있는 것 같아 복사본을 건넸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또 P 교수는 “이전부터 박 전 대표 캠프의 정책 자문에 응해 왔기 때문에 유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문건의 존재와 대략적인 내용을 알려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의원은 보고서의 존재를 확인한 날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에서 경부운하 관련 타당성을 검토한 문건이 있다. 한나라당의 대선 후보가 결정된 뒤 퍼뜨리기 위해 정부가 문건을 갖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경찰 조사결과 K 씨는 P 교수에게 보고서를 전달한 이틀 후(5월 28일) 한 주간지 기자에게 같은 보고서를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P 교수는 자신에게 보고서가 전달된 뒤 주간지 기자에게도 같은 자료가 건네진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이 때문에 언론보도 전에 어떤 목적으로 유 의원에게 보고서의 존재를 알렸는지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K 씨와 김 본부장에 대해 수자원공사법과 공직선거법위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P 교수에 대해서도 같은 혐의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이명박 전 시장 ‘격노’=이 전 시장은 수사 결과를 접하고 이례적으로 격노했으며 선거 캠프는 박 전 대표의 즉각적인 사과를 요구했다.

이 전 시장 캠프의 박희태 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대책회의에서 “(박 전 대표 측이) 정권과 손잡고 야당 죽이기에 나선 것은 야당사(史)에서 찾아볼 수 없는 작태”라며 “박 전 대표 측의 도덕성 수준을 근본적으로 보여주는 중차대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사쿠라’(야합하는 정치세력)라는 표현까지 썼다고 한다.

이 전 시장 캠프의 박형준 대변인은 “박 전 대표 측 유승민 의원은 보고서 유출 건과 관련해 의원직을 걸겠다고 했는데 이제는 도덕성 문제를 제기할 수밖에 없다”며 “특히 박 전 대표가 알았는지도 밝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 의원은 “5월 31일 오전에 P 교수에게서 그런 보고서가 존재한다는 얘기를 들은 것은 사실이지만 보고서를 넘겨받지는 않았다”며 “이후 변조 유출 의혹이 한창 진행되는 과정에서 캠프 직원을 통해 보고서를 처음 입수했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정두언 의원의 ‘특정캠프 모 의원의 입수 변조 유출 의혹’ 제기와 관련해 “경찰 수사 결과 정 의원의 주장이 거짓으로 드러났다. 정 의원의 사과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앞서 그는 지난달 18일 “대운하 공약의 내용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한 것은 어떤 대선주자 캠프에도 참여하지 않은 홍종호 한양대 교수의 분석 결과를 토대로 한 것이며 정부 보고서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경찰. 경부운하 연구에 서울시 개입 여부 조사=이 전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재임할 당시 서울시정개발연구원(시정연)이 경부운하 타당성 검토 연구를 진행한 것과 관련해 이 전 시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를 수사하고 있는 서울지방경찰청은 이날 당시 시정연 원장이던 백용호 이화여대 교수의 지시로 이 연구가 시작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수사과는 “지금까지 시정연 관계자 13명과 이 연구를 수행한 서울경제연구원 관계자 3명을 소환 조사한 결과 2004년 9월경 당시 시정연 원장이던 백 교수가 통일을 대비한 남북 간 물류개선 연구를 폭넓게 진행하도록 지시했다”고 9일 밝혔다. 백 교수는 이 전 시장 대선캠프에 참여하고 있다.

경찰은 서울시의 개입을 확인하기 위해 시정연의 당연직 이사인 당시 서울시 경영기획실장, 정책기획관, 행정국장 등을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수원=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