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대선주자 의혹 수사”]검찰의 사실상 ‘후보 검증’… 경선구도 파문

  • 입력 2007년 7월 7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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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찰청이 6일 대선주자와 관련된 고소 고발 사건 중 실체 규명이 필요한 의혹은 특수부에 배당해 수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앞서 정상명 검찰총장은 2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선거 정국이 본격화하면서 고소 고발이 늘고 있는데 적극적으로 실체적 진실 규명을 위해 노력하라”고 지시했다. 1월 2일 신년 시무식에서 대검 간부들과 함께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는 정 총장. 동아일보 자료 사진
대검찰청이 6일 대선주자와 관련된 고소 고발 사건 중 실체 규명이 필요한 의혹은 특수부에 배당해 수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앞서 정상명 검찰총장은 2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선거 정국이 본격화하면서 고소 고발이 늘고 있는데 적극적으로 실체적 진실 규명을 위해 노력하라”고 지시했다. 1월 2일 신년 시무식에서 대검 간부들과 함께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는 정 총장. 동아일보 자료 사진
검찰이 ‘실체적 진실을 가려 국민이 정확한 선택을 하도록 하겠다’면서 대선주자 관련 고소 고발 사건 수사에 착수해 정치권에 파문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이는 사실상 최초로 공권력이 대선후보 검증에 나선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대선 정국에 미칠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까지 고소 고발된 사건은 주로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과 관련된 것들이다. 40여 일 앞으로 다가온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전에 검찰이 수사를 통해 고소 고발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든 아니든 경선에는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달 20일로 예정된 한나라당 국민검증위원회의 후보 검증 결과 발표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다른 수사 결과를 발표한다면 경선 구도 자체가 요동칠 수밖에 없다. 현재까지의 고소 고발 사건이 대부분 명예훼손 혐의지만 검찰이 1차로 수사에 나선 3개 사건의 실체적 진실까지 규명한 결과 이명박 전 서울시장 측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 이 전 시장이 타격을 입게 되고 박근혜 전 대표 측에서 제기한 의혹이 근거 없는 것으로 밝혀질 경우 박 전 대표가 상처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 또 박 전 대표에 관한 의혹 고발사건에 대한 추가 수사가 이루어지거나, 추가 고소 고발이 이어질 경우에도 상당한 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수사 과정에서 의혹 제기에 사용된 자료의 출처가 국가기관으로 밝혀질 경우의 파장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다.

반면 검찰이 양측의 주장을 어정쩡하게 봉합하는 해명성 수사 결과를 발표하거나 경선 전에 수사 결과를 발표하지 않으면 의혹만 증폭된 채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 캠프 간의 공방 속에 경선을 치르게 될 수도 있다.

게다가 경선 직전 어느 한쪽에서 중대 의혹을 폭로할 경우 검찰이 진위를 규명할 틈도 없이 경선을 맞게 될 가능성도 있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고소 고발 사건 중에는 20, 30년 전 사건도 있는데 검찰이 경선 전에 실체적 진실을 밝힐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또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는 “검찰이 ‘국민의 선택기준 제시’를 수사 착수의 명분으로 내세웠는데 이는 경선에서 탈락한 후보에 관한 사건은 경선이 끝나면 수사를 중단하겠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라며 “이는 수사를 정치적으로 악용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과 범여권의 대선후보가 결정된 뒤에도 검증 공방을 둘러싼 고소 고발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데 검찰이 이를 감당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장영달 열린우리당 원내대표가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에 관한 ‘X파일’ 보유 사실을 밝힌 점에 비추어 볼 때 범여권은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결정된 후 후보를 흠집 내기 위해 각종 자료를 유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나라당이 이에 고소 고발로 맞설 경우 검찰이 개입할 수밖에 없지만 ‘대선 개입’ 논란이 일 것이 뻔하다.

검찰 수사로 대선후보에 대한 의혹의 진위가 선거 전에 가려질 수 있다면 좋겠지만 1997년 대선 때의 ‘DJ 비자금 사건’이나 2002년 대선 때의 ‘병풍 사건’ 사례에 비추어 볼 때 선거 전 실체 규명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결국 검찰 수사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은 공방을 이어 갈 공산이 크다.

이런 가운데 한나라당은 검찰 수사의 ‘역풍’을 우려하고 있다.

수사 과정에서 범여권이 한나라당 대선후보에 대한 의혹을 증폭시킬 위험성이 있는 데다 검찰의 편향적인 수사 가능성을 걱정하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 캠프는 겉으로는 “환영한다”고 밝혔지만 우려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 전 시장 캠프의 박형준 대변인은 “왠지 느낌이 좋지만은 않다”면서 “하지만 정치적인 고려를 하지 말고 엄정하고 공정하게 수사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장광근 대변인은 “자칫 검찰의 수사가 어떤 의도를 갖고 야당 후보들에게 불리한 상황을 조성하는 거라면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 캠프의 이혜훈 대변인은 “왜 믿지 못하는 검찰 등 정부기관에 수사를 의뢰했느냐”고 불만을 표시한 뒤 “검찰은 공정하고 정확하게 진실을 규명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재원 대변인은 “집권세력이 본선에서 역전극의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수사를 질질 끌거나 수사 결과를 왜곡할 가능성은 예의 주시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범여권은 한나라당 대선주자 간의 싸움이 검찰 수사로 발전하자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를 흠집 낼 수 있다고 보고 반겼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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