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인 엄홍길 “이명박 캠프에 합류하지 않았다”

  • 입력 2007년 6월 28일 10시 43분


27일 서울 여의도 이명박 전 서울시장 캠프에서 열린 문화예술지원단 임명장수여식에서 박희태 경선관리위원장이 상임고문직을 맡은 산악인 엄홍길 씨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연합]
27일 서울 여의도 이명박 전 서울시장 캠프에서 열린 문화예술지원단 임명장수여식에서 박희태 경선관리위원장이 상임고문직을 맡은 산악인 엄홍길 씨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연합]
산악인 엄홍길 씨가 구설수에 올랐다. 27일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 캠프 합류 소식이 알려지면서부터다.

많은 누리꾼들은 “어리석은 행동이다. 등반할 때도 줄설 생각했나. 산악인들의 명예에 먹칠을 했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엄 씨는 자신에 대한 비난이 확산되자 “이 전 시장 캠프 합류는 사실무근”이라며 해명하고 나섰다.

누리꾼 “등반할 때도 줄설 생각했나…산악인 명예 먹칠” 맹비난

엄 씨는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의 이 전 시장 캠프 사무실에서 탤런트 이덕화, ‘뽀빠이’ 이상룡, ‘임꺽정’ 정흥채 등 25명의 문화예술인들과 함께 문화예술지원단 임명장을 수여받았다. 기획사 대표인 이준호 씨를 단장으로 하는 선대위 문화예술지원단으로 활동하며 이 전 시장의 문화예술분야 공약 마련을 돕고 조직 홍보, 봉사활동을 등을 통해 이 전 시장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엄 씨가 출연하고 있는 MBC ‘황금어장’ 시청자 게시판을 비롯해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누리꾼들의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존경심을 갖고 봐왔던 엄홍길 씨에게 실망을 금할 수 없다. 산악인들이 산을 오르며 무엇을 생각하는가? 순수함, 열정, 끈기 같은 거 아닌가. 어리석은 행동 더는 말라.”(hjj616)

“한심하다. 진정한 산악인이라면 그런 행동하지 않을 거다. 엄홍길 씨는 등반할 때도 ‘어떻게 하면 줄을 잘 설 수 있을까’를 생각했나. 참 산악인들의 영혼에 먹칠을 했다. 산악인이라고 하지 마라. 앞서간 영혼들이 그대를 가만 놔두지 않을 거다.” (joung586)

“이명박 후보 캠프 합류는 오해…물의 빚어 죄송”

자신에 대한 비판이 확산되자 엄 씨는 28일 오전 “엄홍길은 이명박 캠프에 합류하지 않았습니다”라는 보도자료를 내고 “금번 원정에 도움을 주신 분들에게 인사를 다니는 과정에서 본의와는 상관없는 특정 후보 지지에 따른 상황이 연출됐다. 간단한 환영 모임이 이런 오해를 낳게 될지 상상도 못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특정 후보의 지지는 대자연을 경외하고 무위(無爲)를 지향하는 산악인으로 어울리지 않는 일이라 생각한다. 단순한 친목 모임으로 가벼이 여기고 참석한 제가 부주의했습니다. 이 점 다시 한 번 사과드립니다.”

그는 “이명박 후보의 캠프에 합류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름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린다”며 “사적 모임의 흐름 때문에 제가 캠프에 참석한 것처럼 보여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엄 씨는 또한 “모두가 꿈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꿈이 이뤄지길 바란다”는 자신의 전날 발언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이명박 후보에게만 드린 말씀이 아니다. 대권을 꿈꾸는 모든 후보들에게 공통으로 적용되는 것이다. 히말라야의 고산은 누구나 도전할 수 있지만 오직 산이 허락한 사람만 오를 수 있다. 대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도전하는 누구나 아름다울 수 있지만 오직 역사와 유권자가 허락하는 단 사람이다.”

그는 “있는 그대로의 자연의 가치를 아는 산악인으로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인위(人爲)적인 행동은 할 수도 없거니와 그런 의도가 없었음을 알려드리고 싶다”며 “저 개인의 지지와 상관없이 역사와 우리 민족의 혼이 우리의 대표자를 뽑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승훈 동아닷컴 기자 huni@donga.com

◆산악인 엄홍길 씨 글 전문◆

엄홍길은 이명박 캠프에 합류하지 않았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산악인 엄홍길입니다. 먼저 보도자료를 통해 제 입장을 소명해야 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 점을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본론부터 말씀드리면 특정 후보의 지지는 대자연을 경외하고 무위(無爲)를 지향하는 산악인으로 어울리지 않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금 번 원정에 도움을 주신 분들에게 인사를 다니는 과정에서 본의와는 상관없는 특정 후보 지지에 따른 상황이 연출되었습니다. 간단한 환영 모임이 이런 오해를 낳게 될지 상상도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한 일들을 부정하고, 관계자 분들에게 탓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단순한 친목 모임으로 가벼이 여기고 참석한 제가 부주의했습니다. 이 점 다시 한 번 사과드립니다.

이명박 후보의 캠프에 합류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름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사적 모임의 흐름 때문에 제가 캠프에 참석한 것처럼 보여진 것입니다. 그에 대한 책임은 다른 분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순전히 저의 몫이라 생각합니다.

"모두가 꿈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꿈이 이뤄지길 바란다" 라고 드린 말씀은 이명박 후보에게만 드린 말씀이 아닙니다. 목표가 대권이든 그보다 작은 것이든 도전하는 사람은 아름답고, 도전을 꿈꾸는 사람만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발언이었습니다. 이 부분은 대권을 꿈꾸는 모든 후보들에게 공통으로 적용되는 것이기도 합니다.

히말라야의 고산은 누구나 도전할 수 있지만 오직 산이 허락한 사람만 오를 수 있습니다. 대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도전하는 누구나 아름다울 수 있지만 오직 역사와 유권자가 허락하는 단 사람입니다. 도전의 가치가 아름다운 것이라 말씀은 드릴 수 있어도 있는 그대로의 자연의 가치를 아는 산악인으로써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인위(人爲)적인 행동은 할 수도 없거니와 그런 의도가 없었음을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무위(無爲)를 지향하는 산악인으로써 특정 후보 지지라는 물의를 일으킨 점 다시 한 번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저 개인의 지지와 상관없이 역사와 우리 민족의 혼이 우리의 대표자를 뽑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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