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운하 보고서 변조 의혹]靑“모른다” 헷갈려서?알면서도?

  • 입력 2007년 6월 19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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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오른쪽)과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달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실로 들어가고 있다. 노 대통령과 한 총리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한반도 대운하 구상에 대한 정부 보고서에 대해 “누구도 검증할 수 있다”, “정부가 검토하는 게 당연하다”고 밝힌 바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노무현 대통령(오른쪽)과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달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실로 들어가고 있다. 노 대통령과 한 총리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한반도 대운하 구상에 대한 정부 보고서에 대해 “누구도 검증할 수 있다”, “정부가 검토하는 게 당연하다”고 밝힌 바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노무현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 등이 언론에 보도된 37쪽짜리 ‘대운하 보고서’와 애초 건설교통부가 청와대에 보고한 보고서가 다르다는 것을 알았는지 몰랐는지도 풀어야 할 의문이다.

노 대통령과 한 총리, 청와대는 그동안 정부 기관의 대운하 보고서에 대해 몇 차례 언급한 적이 있다.

37쪽짜리 보고서가 4일 언론에 보도되고 ‘정치공작’ 의혹이 제기되자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과거 평가했던 것을 다시 반영해 현실에 맞게 평가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잘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미 10년 전 타당성 조사 용역이 이뤄진 적이 있다”며 “그간에 변화된 여건을 반영해서 한국수자원공사 등 태스크포스(TF)팀이 올해 초 구성됐다”고 말했다. 청와대 측은 (대운하 사업의) 타당성 조사는 중간 단계까지 이뤄졌으며 실무팀에서 만든 중간 요약보고서가 대통령의 ‘연설 참고자료’로 쓰였다고 밝히기도 했다.

노 대통령이 2일 참여정부평가포럼 특강에서 대운하 사업에 대해 “제정신 가진 사람이 (대운하에) 투자를 하겠느냐”며 “(정부기관이 계산한) 17조 원이든 (이 전 시장 측이 주장한) 14조 원이든 재정투자를 하면 재정이 큰일 난다”고 비판한 것도 실무팀의 이 같은 보고내용이 토대가 됐다는 후문이다.

노 대통령은 ‘대운하 보고서’가 언론에 보도돼 논란이 일자 5일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사람이 내놓은 공약을 정부의 연구기관이 연구하고 조사 보고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대통령) 후보의 공약은 누구라도 검증할 수 있고, 또 검증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한 총리도 12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 답변에서 “경제성은 계속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또 ‘대운하의 타당성에 대한 정부 산하기관의 중간 보고서를 공개할 수 있느냐’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질의에 “원한다면 공개하는 것을 검토해 보겠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그동안 정부 관계자 누구도 “37쪽짜리 보고서가 애초 건교부가 올린 보고서와 다르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용섭 건교부 장관이 18일 뒤늦게 “언론에 보도된 보고서는 정부가 만든 게 아니다”고 밝힌 것이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 장관은 (37쪽짜리 보고서에 대해) “건교부, 수자원공사, 청와대에 확인했다. 그 자료는 정부 내에서 만든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건교부의 1차 자료를 누군가 ‘가공’해 37쪽짜리 보고서를 만들었으며, 노 대통령에게도 보고했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한다.

천호선 대변인은 이에 대해 “우리는 9쪽 보고서를 받았고 37쪽 보고서는 전혀 모른다”고 일축했다. 해당 부처에서 보고한 내용을 정리해 대통령에게 전달할 뿐이라는 것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국정 전반을 관장하는 대통령이 개별 보고서의 다양한 유형까지 일일이 파악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총리실 측도 “보고서 내용에 대해선 자세히 알지 못한다”고 했다.

총리실의 한 관계자는 “국회 대정부질문을 앞두고 건교부로부터 2쪽 분량의 요약 보고서를 받았을 뿐”이라면서 “어디서 작성했는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모른다”고 말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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