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선관委, 대통령의 적반하장에 無力化되나

  • 입력 2007년 6월 10일 23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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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노무현 대통령의 반복되는 공직선거법 위반 및 선거 중립 의무 거부 발언에 곤혹스러워하면서도 공식 대응은 피하는 무기력함을 보이고 있다. 노 대통령이 8일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을 심하게 폄훼해 한나라당의 집권은 부당한 듯이 몰아갔음에도 불구하고 선관위 관계자는 “선거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만큼 크게 문제 삼을 발언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2일에도 비슷한 발언을 했고 이에 대해 선관위는 7일 ‘선거 중립 의무를 어긴 선거법 위반’으로 결정했다.

선관위가 ‘한 번 더, 그것도 더 악의적이고 고의적으로’ 한 발언에 눈감는다면 이는 직무 유기나 다름없다. 선관위가 벌써부터 이러니, 6개월 이상 남은 대선을 공정하게 관리하리라고 신뢰할 수가 없다.

노 대통령은 8일 중립 의무 이행을 사실상 거부했을 뿐 아니라 ‘선거법은 위헌’이라고까지 주장하며 선거법을 노골적으로 무시했다. 도둑이 매를 든 형국인데, 이러는 장본인이 대통령이라고 해서 선관위가 제 임무를 포기한다면 국기(國基) 붕괴를 방치하는 것이라 하겠다.

선관위의 7일 결정은 통상적 의견 개진의 범위를 넘어서서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문제 삼은 것이다. 그런데도 노 대통령은 “어디까지가 선거운동이고 정치 중립인지 모호하다”고 억지를 부렸다. 그는 제왕적 대통령을 포기했다고 말할 자격이 없다.

공무원의 선거 중립은 행정부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의 영향력과 과거 불법 관권 선거 경험 때문에 만든 실정법상의 의무다. 대통령의 후보 지원이 허용된 미국에서도 야당 후보에 대해 노 대통령처럼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행태는 상상도 할 수 없다.

선관위는 헌정질서 파괴라는 해석까지 나온 대통령 발언을 전원회의에서 공식 논의해 검찰 고발 같은 실효성(實效性) 있는 조치를 검토해야 한다. 선관위가 원칙을 못 지키면 국민의 믿음을 상실해 대선 관리를 제대로 할 수가 없다. 선관위는 헌법기관으로서의 권능을 엄정하게 행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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