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부시에 ‘공동 MD 레이더기지’ 제안

  • 입력 2007년 6월 8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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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8 정상 이틀째 회의

독일 하일리겐담에서 연례 정상회의를 열고 있는 주요 8개국(G8) 정상들이 7일 이틀째 회의에서 온실가스를 대폭 줄인다는데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AP, AFP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G8 정상들은 이날 공개한 합의문을 통해 “온실가스 규제 목표를 설정함에 있어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자는 유럽연합(EU) 등의 결정을 매우 진지하게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G8 정상회의 의장국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온실가스를 실질적으로 줄일 수 있는 합의에 도달했으며 12월 교토의정서 후속 작업을 위해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유엔 기후변화 환경장관 회의도 힘을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메르켈 총리는 일부 회원국들이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50% 감축’이라는 자신의 제안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EU 국가들과 일본, 캐나다는 메르켈 총리의 제안에 합의했으나 미국과 러시아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강요하지 않기로 했다.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한 온실가스 규제 문제는 이번 정상회의의 주요 의제였으나 온실가스 주요 배출국인 미국의 미온적인 태도 때문에 합의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었다.

미국은 2012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한 교토의정서를 비준하지 않았으며 교토의정서 이후 감축 계획도 “중국, 인도, 브라질의 참여 없이는 의미가 없다”며 거부해왔다.

그러나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날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와 회담 후 “미국은 교토의정서 이후 온실가스 감축 목표 설정 과정에 주도적이지는 않더라도 적극 관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미국의 동유럽 미사일 방어(MD)체제 구축 계획을 맹비난했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날 부시 대통령에게 양국이 공동 운영하는 MD 레이더 기지를 중앙아시아인 아제르바이잔에 둘 것을 제안했다고 AP가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미국이 당초 폴란드에 미사일 기지를, 체코에 레이더 기지를 설치할 예정인 데 대해 대신 아제르바이잔에 공동 레이더 기지를 건설할 경우 유럽을 조준해 미사일을 배치하겠다는 러시아의 계획도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부시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이 흥미로운 제안을 해왔다”며 다음 달 1일 미국 메인 주 케네벙크포트에서 열리는 양국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전략적 대화를 하기로 합의했다”며 “이는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안보보좌관도 “전문가들이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미 폴란드, 체코와 MD 기지 배치를 위해 협의를 해온 미국이 기존 계획을 변경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푸틴 대통령이 제시한 공동 레이더 기지는 옛 소련 시절 설치된 아제르바이잔 가발라 레이더기지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측은 지난달 말 아제르바이잔과 동맹관계가 끊겨 이곳을 군사기지로 사용할 수 없게 되자 미국과 러시아가 공동으로 이용하는 방안을 제의한 바 있다.

G8 정상회의에서 부시와 푸틴 대통령의 1 대 1 회담은 지구 온난화 방지 대책에 이은 최대 관심사였다. MD 계획을 둘러싼 양국 갈등은 두 정상의 설전이 이어지면서 “냉전으로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만큼 수위가 높아진 상태였다.

점증하는 우려를 의식한 듯 부시 대통령은 이날 회담 전 “미국의 동유럽 MD 계획은 호흡 곤란(hyperventilate)을 일으킬 만큼 과민반응을 보일 일이 아니다”며 진화에 나섰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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