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싸우지 말라고? 입 다물면 정치 아니다"

  • 입력 2007년 4월 25일 16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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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25일 "싸우지 말라고 하는데 최근 정치를 하다 보니 입을 다물면 정치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은 이날 오전 명동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국가경영전략연구회 초청 강연에서 당내 대권 라이벌인 박근혜 전 대표 진영과의 신경전을 자제해야 한다는 한 참석자의 지적에 "정치는 입에서 시작해서 입으로 끝나는 것 같다. 그런데 실무자도 나도 입을 다물면 정치가 안되는 것 아니냐"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강연을 시작하면서도 "지금은 말 한마디 잘못하면 (그에 대한) 말이 많아서 몇 달 말을 조심했더니 이명박도 뭐도 아닌 사람이 됐다"면서 "다시 이명박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듣기에 따라서는 최근 검증논란과 경선 룰 등을 둘러싼 박 전 대표측과의 갈등에 대해 가급적 언급을 자제해 왔으나 앞으로는 필요하면 적극 응수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이 전 시장은 실제로 "정치를 해보니까 포지티브(긍정·설득)한 것이 아니라 네거티브(부정·폭로)한 것이 분명해서 많이 실망하고 있다"면서 자신을 겨냥한 박 전 대표 진영의 공세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뒤 "(당내 경선은) 목숨 걸고 할 일은 아니다. (경선의 상대는) 결국은 최종 협력자"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자신의 '한반도 대운하' 공약을 이해찬,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잇따라 비판하고 나선 데 대해서도 "요즘 정치풍토가 이명박과 붙어야 (인기가) 올라간다. 그래서 나와 시비를 붙으려고 하는 것 같아서 대꾸하지 않고 있다"며 반격의 날을 세웠다.

이 전 시장은 이어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노무현 대통령을 평가해 달라는 질문에 "김정일은 지구상에서 자기 국민을 제대로 먹이지도 입히지도 못하는 지도자이고 장기집권을 하고 있는데 더 이상 평가할 게 있느냐"고 반문한 뒤 "노 대통령은 이념갈등과 사회갈등을 조장한 것은 실정인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를 한 걸 보면 멀쩡한 거 같다"며 직설적인 어투로 평가를 내렸다.

그는 한일관계와 관련해서도 "경제, 정치, 사회, 문화 등에서 교류와 협력을 해야 할 나라이지만 일본 지도자들이 대범한 자세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면서 "양국 지도자들이 (한일관계를) 너무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싸잡아 비판했다.

이 전 시장이 최근 들어서는 드물게 이날 공격적 발언을 쏟아낸 것에 대해 한 측근은 "당 안팎에서 무차별 공세를 하고 있는데 대해 거의 침묵으로 일관했으나 '이명박답지 않다'는 지적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앞으로 할 말은 하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고 설명, 이 전 시장의 '소신 발언'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임을 예고했다.

이 전 시장은 강연에 이어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세계관광음식박람회에 참석했으며, 오후에는 견지동 개인사무실 '안국포럼'에서 보좌진들로부터 재보선 투·개표 상황을 보고받으며 정책구상에 몰두했다.

그는 26일에는 1박2일 일정으로 부산을 찾아 지역 당원협의회 당직자, 개인택시기사, 지역상공인들과 잇따라 간담회를 갖고 최근 해외출장과 재보선 유세지원 등으로 잠시 중단했던 '당심, 민심 잡기' 행보에 재시동을 건다.

한편 한명숙 전 총리의 신상엽 공보특보는 이 전 시장의 이날 발언과 관련, 보도자료를 내고 "한 전 총리는 이명박과 붙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 대재앙을 막기 위해 시대착오적인 건설구상과 맞붙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한 뒤 "이 전 시장이 이와 관련한 공개토론을 정식으로 제안하면 언제든 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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